휴일 오후, 도덕산에 올라갔다. 어제 내린 비 때문일까 숲이 싱싱하게 더 우거졌다. 여린 나뭇잎은 짙은 초록을 띠기 시작했다.
저만큼 나무사이로 비추며 내리는 노란 햇살을 타고 티 없이 맑은 아이들 넷이 산기슭을 미끄러지듯이 내려온다. 그 뒤로 어른 두 명이 뒤따라 내려온다. 모두 가족이란다.
김산(11세) 김민준(8세) 김나윤(7세) 김주원(5세) 4남매와 엄마 김경숙, 아빠 김우진(철산 3동)씨다.
어찌나 행복해 보이던지 불쑥, “우리시가 유니세프아동친화도시로 인증 받은 것 아세요?” 라고 말을 건네며 다가갔다.
“몰랐어요. 아이들에게 좋은 거겠죠?”라고 김경숙 씨가 말을 받았다. 그리고 이어,
“아이들 의료비나 지원이 되었으면 해요. 둘째를 제외하고 세 아이가 청각 장애가 있거든요.”한다.
첫째가 초등학교 4학년인데 다른 아이들보다 몇 배로 집중하여 귀를 기울여야 하니 마음이 아리단다.
게다가 셋째(7세) 넷째(5세)는 청각장애로 인해 말까지 트이지를 않아 언어치료를 받고 있다며“애들의 앞날도 걱정인데 이런 문제로 더 고민하지 않았으면 해요”라고 하자. 아빠 김진우씨가 시에 무슨 돈이 있다고 그런 말을 하느냐고 손사래를 쳤다.
”그래도 아동친화도시라는데 이런 것도 해당되는 것 아닌가요?“ 라고 동의를 구하는 김경숙씨의 말속에 간절함이 가득하다.
광명시,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로 인증 받다
유니세프아동친화도시는 유엔아동권리협약의 기본정신인 18세미만 모든 아동들의 불평등과 차별을 없애고, 생존 보호 발달 참여권의 권리를 보장하는 지방정부를 유니세프에서 인증한 도시를 말한다.
광명시는 2015년7월 아동최우선의 원칙을 실현하고자‘아동이 행복한, 아이와 맘 편안 광명시’라는 비전을 세우고 아동친화도시추진지방정부협의회에 가입을 했다. 이어서 광명시의 총 인구 330,837명 중 아동 58,167명(2018년4월 현재)의 실태 및 요구도 조사를 통하여 아동 정책의 취약부분을 개선하는 사업을 벌여왔다.
2017년 6월에는 서울 송파구에서 열린‘제1회 유니세프아동친화도시 컨퍼런스 및 박람회’에 참여해 정책사업을 펼쳐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런 크고 작은 준비 결과,
올해 3월 인증에 필요한 10가지원칙 56개 평가지표의 심의를 무사히 통과했고 올해 3월9일 유니세프아동친화도시로 확정되었다. 이는 전국에서 24번째며 경기도에서 3번째이다.
아이는 내손으로 기르겠다는 마음으로 출산과 동시에 직장을 과감히 접었다는 조성애(하안3동)씨.
아들이 4살이 된 지금도 유아원을 보내지 않고 있다. 느긋하게 숲이나 들로 다니며 자연을 느끼고 도서관 책으로 생각의 폭을 넓히며 장난감도서관에서 대여한 장난감으로 오감발달을 돕는다.
공원이나 놀이터에서 또래 친구와 어울리며 나눔과 배려하는 마음을 길러주는 것도 놓치지 않는다. 이 시기가 아이에게 가장 중요하고 부모 품이 필요한 때라는 생각에서다. 유치원도 아직 보낼 계획이 없단다.
“요즈음 청소년 문제가 많이 일어나잖아요. 사정에 의해 편부모 조손 가족이 늘어나면서 아이들의 마음 빈자리가 크기 때문이 아닐까요.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제도적으로 사회가 나서서 책임을 지고 해결해야줘야 할 것 같아요. 더 큰 문제로 발전하기 전에.” 라고 했다.
한편, 철산 초등학교(교장 최경희)는 지난 4월27일 굿네이버스의 아동권리옹호네트워크인 ‘우가우가’(우리의 가치 우리가 지킨다)서포터즈 활동단을 위촉받았다.
6학년 12명의 학생으로 구성된 활동단은 교내 첫 행사로 등하교 아동권리옹호 피켓 홍보를 했다. 안전한 환경에서 학교생활을 하고 싶은 바람을 공개적으로 표현하는 행사였다.
인성교육 담당 유경희 선생은 “아이들 스스로 아동 권리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성장할 수 있는 뜻깊은 기회였어요. 앞으로 아이들의 의견을 모아 다양한 활동을 펼쳐갈 예정입니다.”라고 했다.
유니세프아동친화도시로 인증획득은 완성이 아니라 시작이다.
광명시는‘아동의 목소리를 존중하는 도시. 안심하고 생활하도록 보살피는 도시. 아동이 원하는 활동을 지원하는 도시’라는 기본계획을 가지고, 시민과 함께 2022년까지 4년 간 아동친화도시가 단단하게 뿌리내리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런 움직임에 시민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큰 기대감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