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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처럼 사랑하고 가르치다
시처럼 사랑하고 가르치다
  • 현윤숙
  • 승인 2018.05.28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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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기형도를 기억하며 문학 감수성을 키우는 운산고 장미성 선생님
 

스승은 영원까지 영향을 미친다, 어디서 그 영향이 끝날지 스승 자신도 알 수가 없다’ -헨리 애덤스-

 

 

창시절 만난 선생님은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 삶의 어려운 고비에서 불현듯 떠오르는 선생님이야 말로 진정한 선생님일 것이다. 5월의 끝자락에서 봄볕처럼 따스하기만한 운산고등학교 장미성 선생님은 일선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에게 문학 감수성을 나누고 올곧은 가치관을 물들이는 참 교육을 실천하고 있어 그 내용을 들어보았다.

 

 

장미성 국어 교사
장미성 국어 교사

운산고 장미성(40·국어)선생님이 부임하신 연도와 운산고의 학교 특성은?

20123월 처음 운산고에 부임했습니다 기존 교육의 획일적 방식에서 벗어나 광명지역의 특성에 맞는 '학생 중심의 혁신 학교'를 만들고자 운산고로 오게 되었습니다. 운산고는 2011년 신설된 학교로서 교사의 자율권을 존중하며 학생 중심의 교육과정을 구성할 수 있는 새로운 교육의 장이 되고 있습니다.

 

 

◇ 현재 광명시 기형도 기념사업회 등 기형도와 관련되어 추진하고 있는 교육 활동은

운산고는 2012년부터 7년째 2학년 전교생을 대상으로 기형도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초기 2012년 풀뿌리 지역 모임인 기형도 기념사업회와 협력하여 기형도 시인 관련 탐방을 기획했으며 그 인연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기형도 기념사업회를 통해 현재 기형도 문학관 명예관장님과도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기형도 문학관이 개관한 이후, 문학관 지원 기형도 프로젝트 심화 교육과정을 기획 운영 중입니다. 또한 광휘고와 연합하여 기형도 문학관 동아리 활성화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문학관 탐방과 창작 활동 등의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문학적 감수성을 키우고 있습니다.

 

 

학생들과 함께 기형도 프로젝트를 추진하개 된 구체적인 계기는?

2012년 운산고 2학년 문학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모여 학생중심의 교육과정을 논의하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논의 과정에서 지역 기반 교육과정에 초점이 맞춰졌고, 마침 기형도 시인의 문학적 기반이 광명이라는 사실을 상기하며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기형도 시인의 작품은 문학교과서에도 실려 있었고, 선생님들도 기형도 시인의 시를 사랑했기에 2학년 전체 학생이 모두 참여하는 큰 프로젝트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프로젝트를 추진하시면서 어려운 점은 없으셨는지, 기억에 남는 일화는?

2012년 초기 비평준화 지역의 신설학교였던 운산고에는 공부에 흥미가 적은 학생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나름의 사연을 안고 있는 아이들이었기에 학생들을 설득하여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일 자체가 어려움의 연속이었습니다.

또한 광명 지역에 있다는 기형도 생가터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분이 계시지 않아서 수소문 하는 데에 상당한 시일이 걸렸습니다. 국어 선생님들이 모여서 기형도 전집에 나와 있는 사진과 일치하는 장소를 찾아 무작정 헤매기도 많이 했습니다. 다행히 기형도 기념사업회의 김세경 선생님께서 도움을 주셔서 시인에 대한 정확한 자료를 모을 수 있었습니다.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존재... 우리 학생들과 함께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존재... 우리 학생들과 함께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기형도 시인은 어떤 사람인가요?

광명 지역의 교사로서 기형도 시인은 아이들을 통해 수없이 다시 태어나는 존재입니다. 아이들의 감수성을 통해 더 깊은 울림으로 다가 올 때도 많습니다. 저 개인에게 기형도 시인은 격동의 시기를 잘 살아내고 좋은 작품을 남겨 준 선배이자 그리운 사람입니다.

 

 

◇ 기형도 시인의 시 중 가장 좋아하시는 시와 좋아하는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좋은 작품이 너무 많지만, 대학시절을 좋아합니다. 제가 대학 시절에 접하고 감동했던 작품이기도 하고, 1980년대 민주화의 중심이자 주변으로 살았을 대학생들의 고뇌가 너무나도 잘 드러나는 작품이기에 그렇습니다. 윤동주 시인이 느껴지기도 하고, 크고 작은 일에 갈등하고 고민하는 우리네들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 광명의 학생들과 시민들이 지니는 시인에 대한 관심(관점)은 어떠하다고 생각되시는지요?

기형도 시인의 작품들은 깊게 고민하고 사색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쉽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시인이 광명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했고, 작품 속에 지역의 향수가 녹아 있기에 광명의 학생들과 시민들은 기형도 시인을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이웃이나 친구로 친근하게 여기는 것 같습니다. 특히 광명의 학생들은 기형도 시인을 통해 문학이라는 큰 세계를 마주하며 문학적 감수성을 키우고 있습니다.

 

 

국어교사로서의 소신, 교육철학, 교육자로서의 사명감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신다면?

학생들은 가르칠 대상이기보다는 함께 배우고 함께 성장하는 존재라 생각합니다.  학생들을 통해 배울 때가 정말 많습니다. 아이들이 무르익을 때까지는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성장하고 성숙하는 과정을 통해서 자신의 주체적 삶을 살아낼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그 기다림의 과정을 지켜 봐주고, 서로 신뢰하는 관계를 맺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며, 저 또한 그런 모습의 교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어 과목을 가르친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입니다. 작품으로 작가와 만나고, 학생들과 함께 다양한 삶의 양상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국어 과목을 배우는 아이들이 모두 작가가 되길 바라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긴 인생의 굴곡진 삶 속에서 문학을 통해 위로받으며 여유를 찾게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습니다.

 

 

교직에 재직(18)년 동안 잊지 못할 일화, 제자와 스승에 관한 이야기♥

교직을 처음 시작했던 곳이 안산입니다. 2001년도의 안산은 수많은 사연을 간직한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불안한 가정과 학교, 어디에서도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 가출 폭력 등의 사건 사고도 많았기에 교사로서 저도 힘겨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당시 학교 학생 3명이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옆 반 아이는 하늘로 떠났고, 우리 반 아이도 위독하여 한 달 동안 의식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매일 병상에 누워 있는 아이를 보며 수없이 되뇌었습니다. 빨리 일어나서 말썽이라도 피웠으면 좋겠다고... 그 아이가 눈을 뜨고 의식을 차린 날, 너무도 기뻐서 그동안 참았던 눈물을 다 쏟았습니다. 한참의 시간이 필요했지만, 다행히 그 학생은 학교도 다닐 수 있었습니다.

즐거운 경험도 많았지만, 기적처럼 살아나준 그 친구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아이들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아이들과 잠시 떨어지게 될 때는 아프지 말라는 인사를 버릇처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옛 근무지였던 안산의 아이들, 세월호에서 떠나간 아이들이 아픈 상처로 남아 있습니다.

 

 

장미성 선생님은 학창시절 어떤 학생이셨는지, 왜 교사(국어)가 되고자 하셨나요?

저의 학창 시절을 돌아보면, 선생님들이 어려워했던 학생이라 생각됩니다. 그 당시에는 체벌도 많고 규율도 엄격했습니다. 엄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제가 옳다고 생각한 부분에 대해서는 겁도 없이 제 생각을 표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부당한 일에 부당하다고 말하는 학생이었기에 당시 선생님들께서도 당황해하셨던 것 같습니다.

학창 시절에는 언론 분야에서 일해 보고 싶다는 꿈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 분야에는 논리적 말하기와 글쓰기가 필수 요소였기에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국어학과 국문학을 공부하며 탐독했던 다양한 문학 작품은 당시의 저를 더욱 성숙하게 했습니다. 교사가 된 결정적인 계기는 교생 실습이었습니다. 실습을 통해 학생들과 함께 배우는 즐거움에 푹 빠졌고, 고민 끝에 교사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앞으로 기형도 문학관과 연계해 추진할 사업계획이 있으신지?

 운산고에서 먼저 기형도 프로젝트를 시작했지만, 기형도 시인은 운산고만의 시인이 아닙니다. 광명 지역에서 사랑하고 함께 느껴야 하는 시인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광명 지역의 학교 간 연합 활동을 통해 기형도 시인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해 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기형도 문학관과 기형도 기념사업회도 함께 결합하여 각 학교 사정에 맞게 프로그램이 정착될 수 있도록 추진해 보려고 합니다.

 

 

선생님이 바라는 올바른 교사상과 '스승의 날'에 대한 생각은?

스승의 개념을 돌아보면 가르쳐서 인도하는 사람의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가르침과 인도는 일방적인 개념이 아니라 서로 믿고 배우는 상호 간의 관계를 전제로 하는 것이라 봅니다. 어떤 것이 올바르다고 감히 단언할 수는 없지만, 신뢰의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스승의 가장 큰 덕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스승의 날을 기념하는 것 차체가 많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합니다. 교사들은 특히 더 그렇습니다. 살아가는 데 있어 배움의 기회를 주고 깨달음을 얻게 해주는 모든 이들이 세상의 참스승이 아닐까요? 그 스승을 생각하며, 고마움을 느끼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학생들이나 시민들에게 꼭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우리 동네, 우리 마을에 이런 멋진 시인이 살았다는 것은 정말 행운입니다. 기형도 시인에게 관심을 갖고 그의 숨결을 느낄 수 있길 바랍니다. 그리고 가까이 있는 기형도 문학관에 오셔서 내 안에 숨어있는 감성을 느끼며 즐거운 시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국문단에서 빠져서는 안 될 시인 기형도(1960~1989). 기형도시인 29주기를 맞으면서 말로 다할 수 없는 감회를 느끼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오늘의 기형도 시인이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장미성 선생님과도 같은 교육에 대한 열정과 헌신, 기형도 기념사업회(회장 김세경)의 피나는 노력, 기형도를 그리는 수많은 시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모든 노력은 단순히 문학관을 건립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뤄진 게 아니다. 아마도 시인의 꿈을 영원히 기리고, 더불어 시민들이 인문학적 소양을 충분히 길러나가도록 하는 데 있었으리라.

 

문학관 어디선가 걸어나올 것만 같은 기형도 시인...

앞으로도 문학관 건립의 취지와 의미가 퇴색되지 않고, 광명시민 모두가 시인을 추억할 수 있는 아름다운 공간이 되기를 바라본다.  

기형도 기념사업회는 10여년간 기형도 시인 추모 시낭송회, 기형도 시길밟기, 기형도 시민학교 개최 등 시인 기형도를 알리는데 수많은 활동을 펼쳤다. 그분들이 없었더라면 오늘의 기형도가 있을 수 있었을까그 중심에는 장미성선생님과 기형도 기념사업회 회원들의 관심과 사랑이 있었다. 장미성 선생님이 계신 운산고의 학생들만이 행복한 것이 아니라, 광명시민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이유... 그것은 시인에게 관심을 기울인 한 교육자의 남다른 철학과 기형도를 사랑하는 '기형도 기념사업회'에서 출발한다.

 

- 바쁘신 중에도 소중한 말씀을 전해주신 장미성 선생님과 기형도 기념사업회의 노고에 깊은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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