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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창업성공기, "오래도록 나답게"

오래 같이 하는 공정무역 생활용품을 판매하고 싶어요

국내 최초 방글라데시 업사이클링 사리 칸타퀼트 제품 취급

  • 기자명 김정옥 필진
  • 승인 : 2018.07.25 10:17
  • 수정 : 2018.08.20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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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너무 빨리 싫증내고 쉽게 버리잖아요.

남들과 다른 나만의 것, 개성을 살려주면서

추억을 가지고 오랫동안 쓸 수 있고

환경에도 이로운 가치를 지닌 제품이라면

조금 가격이 나가더라도 경쟁력이 있다고 봐요.

 

명시 여성창업자  황정하 씨를 만났다.

지난 18일. 그녀가 운영하는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아!’ 절로 탄성이 흘러나왔다.

더위로 온 몸이 타 들어갈 듯한 밖과 달리 아름다운 해변, 푸른 초원 속으로 순간이동 해버린 딴 세상 같아서다.

 

철산동 56-120번지, '글로컬 마켓'
철산동 56-120번지, '글로컬 마켓'

 

10평정도의 아담한 공간은 화이트 벽을 배경으로 아프리카 가나 볼가바구니와 바스켓,  방글라데시 주트바구니와 (전통의상으로 쓰이는 사리를 재활용하여 만든) 칸타퀼트,  몽골의 양모펠트, 인도 양가죽 소품, 스리랑카의 코키리 똥 종이노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활용품과 소품이 선반 위, 바닥, 벽에서부터 천장까지 멋스럽게 걸리고 놓여 있다.

 

 

황 대표는 막 점심식사를 마쳤다며 양치질을 서둘러 끝냈다.

지난 2월, 광명시 지원에 힘입어 창업의 문을 자신 있게 열게 되었다며 쑥스러워하는 그녀의 맑은 눈동자 속에 기쁨이 담겨있다.

글로컬마켓이란 상호에 대해 궁금해 하자 이름대로 '로벌  컬 시장' 이란다.

 

세계 곳곳의 수공예 생산자와 직접 거래하고 제품을 수입하여 판매하는 공정무역을 하고 있어요.

 

공정무역이란 저개발국 농민의 자립을 돕는 사업이며, 중간상인 주머니 속으로 들어간 유통마진을 공정무역협동조합에서 담당하고

생산자가 노동의 대가를 정당하게 받게 하는 무역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름다운 가게'의 커피와 일부 생협의 설탕ㆍ 코코아 등의 수입판매로 인권운동 차원에서 시작됐다.

 

 

 내가 걸어갈 때 길이 되고

황정하 대표
황정하 대표

 

2000년대 초, 수학응용과를 졸업한 황 대표의 첫 직장은 당시 명확치 않은 근로기준법 탓이었을까, 퇴직금도 없고 고용보험도 들지 못한 중소 기업이었다.

일반 직장에 대한 실망은 코이카(KOIKA)해외봉사단으로 황대표를 이끌었고, 몽골에서의 봉사는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그녀는 2년 4개월 동안 몽골 대학에서 컴퓨터를 가르치며 외국인과 친밀감을 키웠다. 그리고 봉사계약 만료 후 들어간 곳이 비영리 단체이다.

외국인 산업연수생이 당시 우리나라에 많이 들어올 때여서 그들을 위한 소식을 알리는 일을 하다 보니 현지 정보를 자연스럽게 먼저 알게 되었다.

이때 공정무역이라는 것을 깊이 알게되었다고.

 

그 후 무역회사에서 1년 정도 일을 도와주며 해외무역에 필요한 메일 작성과 물품 통관 절차를 터득해 갔다.

그리고 광명시 여성새로일하기센터에서 알선한 경력단절여성을 위한 취업처에서 온라인 영업팀 근무를 하게 됐고, 국내 유통, 기획, 마진율, 제품촬영, 고객응대, 출고 ,택배까지 담당을 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기업에서 일을 하게 된 황 대표는 공정무역 판매를 병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투잡은 결코 녹록지 않았고, 그녀가 단독 사업을 구상하도록 이끌었다.

결론적으로  황 대표가 걸어온 모든 길이 (어떤 계획이나 의도도 없었지만) 창업을 위한 기반을 튼실하게 다질 수 있도록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

쌀 한 톨의 탄생은  전 우주가 합심해서 바람과 물과 햇볕 그리고 농부의 여든 여덟 번의 손길을 거친 땀의 결실에서 온다.  6군데 직장생활에서 얻어진 경험과 6 년 전 광명으로 이사 온 모든 것이 오늘 날 그녀의 창업을 성공하게 만든 돕는 손들이 되었다는 점에서 쌀의 탄생과 닮아있다. 

정말 신기했어요. 그러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그러네요.”(하하)

 

인터뷰를 통해 황대표의 에너지 넘치는 창업과정을 들어본다.

 

 직장을 다니면서 평생 내가 좋아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 했어요.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눈여겨봤던 아프리카 가나의 생활 공예품 공정무역이 떠올랐어요. 친구 아버지의 창고 한켠을 빌려서 제품을 확보해 놓고, 온라인으로 위탁판매나 거래처를 찾아 납품을 했지요.

 

 

Q. 광명시의 창업지원프로그램을 어떻게 이용하게 됐나요?

 직장을 그만둔 상태였는데 2017년 7월 말 경, 우연히 광명시청 홈페이지에서 여성창업 공고를 보고 ‘바로 나를 위한 것이다’라고 쾌재를 불렀지요.

 기획안을 만들어 바로 마감 날에 접수를 시켰는데 선정이 됐다는 연락이 온 거예요. 사실 돈을 빌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창업 디딤돌 자금으로 주시는 것이더라고요.

 정말 깜짝 놀랐어요. 이렇게 창업자를 위해 자금을 지원하는 곳은 광명 이외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Q. 창업자금은 어떻게 사용했는지요?

모르는 사람은 창업자금으로 매장을 냈다고 생각해요.  그건 아니거든요.

창업자금은 1500만원을 받았는데 소유물이 되는 것에는 사용을 못하게 되어 있어요. 우선 창업에 관해 컨설팅을 받았고, 운영에 필요한 회계  프로그램을 구축하며 본격적으로 사업다운 규모를 갖추었습니다.

소중한 지원금은 잘 써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겼고 돈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졌어요.

온라인 판매는 글로컬마켓 이름으로 총알 배송을 할 수 있게 되니 상품 평에 ‘좋아요’가 늘어나더라고요. 매출이 5배나 늘었어요. 오프라인 매장이 이렇게 영향이 큰 줄은 몰랐어요.

창업지원이라는 기회가 없었다면 지금도 창고 규모에 머물렀을 거예요.

 

 

Q. 공정무역에 대한 생각은?

캠페인성 운동이 아니라 어찌됐든 제품을 많이 팔아주는 것이 생산자를 돕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공정무역이니까 어려운 현지를 위해서 사주세요, 라기보다는 플라스틱 바구니 살 때 조금 더 돈 들여서 '오랫동안 쓸 수 있고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자연그대로의 제품을 쓰세요.' 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공정무역이라는 이름 때문에 운동에 기부하는 마음으로 참여해야한다고 하면 아주 소수 사람들만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잖아요.

일상 속에서 녹아야지요. 공정무역제품이지만 그냥 하나의 생활용품으로서 경쟁력이 있어요. 일반 제품과 같이 있어도 선택 가능한 제품이 공정무역 제품이에요.

 

아프리카 대지에서 뜨거운 태양을 하늘삼아, 나무 그늘을 벗 삼아, 자연이 주는 시간표대로 느릿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아프리카인.

그들이 한 올 한 올 손으로 엮어내는 생활 수공예품은 소박한 멋과 마음 따뜻한 깊은 맛이 깃들어 있다. 볼가나 바스켓의 재료는 코끼리 풀을 말려 사용한다.

유럽인들에 의해 세련된 디자인과 배색을 지도받아 한층 고급스러워졌다. 집안 어디든지 잘 어울리고 내구성이 좋아 다양한 기능으로 사용 할 수 있어 사용해 본 사람의

재구매율이 높다. 공장에서 대량생산 하는 것과 다르게, 세상에 단 하나뿐이다. 비슷한 듯 보이지만 각기 다른 얼굴이 매력이고 특징이다.

Q.  무역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집안의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 오래된 현지 생산자와 직접 거래하고 있어요. 기존 제품 외에 제가 직접 디자인하고 색상을 지정해서 주문해서 받기도 하는데 마음처럼 되지 않아요.

제품이 식물성이라 곰팡이가 피기도 하고 포장이랄 것 없이 자루에 담겨져 와서 파손이 많아요. 이런 것은 손질해서 주변에게 선물하기 바빠요.

공정무역은 생산자위주이기 때문에 컴플레인을 걸 수가 없어요. 평균 항공편으로는 3~4개월, 운송비 절감이 되는 배로는 6개월 이상 기다려야 해요. 늦는 데는 이유가 없어요. 그냥 기다리는 것이지요.

 

 

Q. 자연소재 제품에 집착하는 이유는?

2006년도 몽골에서 생활할 때 매일아침 플라스틱 컵에다 뜨거운 커피를 타서 마셨거든요. 컵이 노글노글 할 정도였지만 다른 것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6개월 만에 갑자기  몸이 좋지 않아졌어요. 이유를 캐다보니 바로 플라스틱에서 나온 환경호르몬이 원인인 같다는 의사의 진단에 너무 놀랐어요. 그때부터 환경에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코끼리 똥으로 만든 노트
코끼리 똥으로 만든 노트

 

Q. 디스플레이나 디자인 색상 감각을 기르기 위한 비결은?

웹사이트라고 생각해요. 외국 사이트를 종횡무진 다녔지요. 제가 잘 하는 게 남들보다 조금 빨리 정보를 찾아낸다는 점인 거 같아요.

웹사이트에는 세상에 모든 정보를 비교 분석해 놓은 자료들이 많아요. 아, 저는 드로잉도 잠깐 배웠어요. 요즘 트렌드가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그리면 된다고 하잖아요. 저희 엄마가 솜씨가 좋으세요. 그림에 , 천연 염색도 수준급이에요. 저는 전혀 안 닮았다고 했는데 점점 닮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바구니를 이해하기위해 직조를 배웠던 건데, 주말에 수원에 가서 하루 6시간 이상 1년 반을 다니며 손에 익혔어요.

 

Q. 이밖에 광명시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나요?

지난 11월까지 자금지원은 끝났어요. 올해는 창업자들의 사후 지원차원에서 공공기관에서 하는 행사에 초대하여 제품을 시민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주시네요.

창업 전에 소비자를 알기위해 1년 반 정도 기아대책에서 나오는 물품으로  플리마켓에서 좌판판매를 하고 일당을 받았지요. 올해부터 처음으로 글로컬마켓 제품을 가지고 나갔어요.

이곳에서 핸드메이드를 하는 마음 맞는 광명사람끼리 ‘행복한 나눔 맘’을 결성했었어요. 아이디어만 가지고 영역은 다르지만 니즈는 같아서 무엇을 하면 좋을 지를 논의하고 있어요.

 

한참 인터뷰를 하는 사이에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하안동 문화의 집이란다. 공간을 갖고 있는 이가 이웃에게 재능을 나누어주는 프로그램에 황 대표가 직조 강좌를 하겠다고 신청을 했는데 수강생이 모여 클래스가 열린다는 반가운 소식이란다. 청년대상으로 수업은 오후7시부터 9시까지다.

황 대표가 지금까지 쉬어 본적은 4학년이 된 딸을 출산하고 딱  3개월 육아 휴직뿐이다.

틈나는 대로 배우고 머릿속에서 다음에는... 또 그 다음은 ?’ 하며 찾아다니고 익히며 시간을 그냥 흘려보는 법이 없어 보이는 그녀다.

 

 

 

Q. 창업팀과의 연대와 창업 할 분들에게 조언한다면?

우선 컴퓨터를 알아야 해요. 필수예요. 기본문서를 다룰 줄 아는 실무능력을 먼저 알아야 사업을 지탱할 수 있다고 봐요.

이곳에 오시면 얼마든지 도와주고 가르쳐 드릴 수 있어요. 창업 1기가 18개 팀인데 모두 재주가 있고 아이디어도 있는데 컴퓨터를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힘 닿는 데까지 가르쳐드리고 있어요. 모두들 제 일을 보고 놀라워해요. ‘그 많은 일을 어떻게 혼자 하느냐고’ 하지만 시스템만 잘 갖춰지고 있으면 혼자 거뜬하게 할 수 있어요.

 

Q. 앞으로의 비전은?

생산자와 상생하는 길로 제품을 디자인하고 새로운 것을 개발하고 싶어요. 지난번에 미니어처 바구니를 주문해서 팔아보니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해외 공정무역 컨퍼런스가 열리면 참가하려고 해요. 생산자도 만나서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느끼고 싶어요. 직접 바구니를 짜는 방법을 배워 반제품을 받아 완성해서 판매하는 것도 생각해보고 있어요.

 

연을 사랑하고 사람을 귀하게 여기며 배움과 일을 좋아하는 황 대표의 발길이 어디를 향해 갈지 기대가 된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살려

로컬(지역) 핸드메이드 작가, 창업자들과 협력하면서

진정한 '글로컬' 마켓으로 성장해 나가겠습니다.

 

 


 

지난 24일에는 2018년 광명시 여성 창업자금 지원사업 약정식이 있었다.

이 자리에는 2017년도 여성창업팀도 함께했는데, 창업 선배로 자리한 황정하 대표의 모습이 더욱 밝게 빛났다.

 

2018 광명시 여성창업자금 지원사업 약정식
2018 광명시 여성창업자금 지원사업 약정식

 

이번 사업은 광명시에 1년 이상 거주한 여성을 대상으로 예비 창업 ㆍ창업 2년 미만의 창업자(팀)를 모집했으며, 최종 선정 결과 21개의 팀이 연간 최대 2,500만원의 지원을 받게 됐다.

창업자들은 제품개발에서 홍보마케팅, 제품제작까지 지원비를 통해 기반을 다지게 되며, 팀별로 창업 컨설팅ㆍ멘토링 등의 지원을 받고 창업자간 네트워킹 형성도 이룰 수 있다.

단 황 대표가 이야기한 대로 인건비, 사무실임차료, 공과금, 관리비 등의 운영비는 지원되지 않는다.

창업의지와 나만의 아이템이 있다면, 용기 있게 도전해 보자.

광명시가 우리시 여성과 함께 뛰고, 함께 웃을 날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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