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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위험사회’ 한국, 안전띠는 사회적 경제

  • 기자명 광명시
  • 승인 : 2018.08.22 17:24
  • 수정 : 2018.09.2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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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I 쟁점진단]


산업사회 번영과 현대적 사회제도가 초래한 위험
사회적·제도적으로 관리되지 못하고
개인에게 떠넘겨지고, 위험 대응도 개인화

사회적경제는 ‘위험사회’ 관점에서 사회 인식
문제 해결하기 위해 상호협력하는 정체성

안전 문제 해결을 사업의 미션으로 삼기도

<위험사회> 저자 울리히 벡이 요청한
자발성에 기초한 시민사회의 주체적 노력
사회적경제의 관점과 방법론 통해 가시화

 

 

공장 굴뚝이 시커먼 연기를 뿜어 올리는 광경을 바라보는 현대인은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을 갖게 될 것이다.

한쪽은 한국 사회가 선진적 기술 시스템을 갖춰 대량생산을 이뤄낸 징표를 보는 듯 뿌듯해하고, 다른 한쪽은 미세먼지 등 호흡기 질환, 기후변화를 유발하지 않을까 하며 불안감을 느낀다. 앞선 반응이 발전과 성장을 생각하는 ‘산업사회’의 관점이라면, 불안을 느끼는 것은 ‘위험사회(risk society)’의 관점이다. 같은 시대, 같은 사회를 살지만 현실을 어떤 식으로 보느냐,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두 가지 사회를 생각해볼 수 있다.

 

위험사회라는 개념은 1986년 출간되었고 1997년 한국에 번역돼 소개된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의 저서 <위험사회>(Risikogesellschaft)를 통해서 알려졌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 발생을 계기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한국 사회에서는 2014년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여기에서 ‘위험(risk)’이라는 용어는 재해 그 자체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 발생하지 않은 위험에 대한 예견이나 예측도 포함한다. 어떤 종류의 사고가 언제, 어떻게 발생할 것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발생 가능성과 그 사고로 인해 생기는 손해를 과학적이고 수학적으로 예측하는 활동을 말한다. 위험이 발생하는 시기와 위험을 예상하는 시기가 다르고, 산술적으로 계산해 ‘비용’으로 표현하려는 노력은 보험 산업의 발달을 촉진시켰다.

 

하지만 손실 규모를 기업 입장에서 따지는 산업사회의 제도들은 위험을 경제적 비용으로만 계산하는 맹점이 있다. 그래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위험의 실재적 차원, 즉 발생 가능성과 파괴력을 과소평가한다는 것이 울리히 벡의 진단이다. 위험을 축소하려는 사회 제도와 실질적으로 위험에 노출되는 개인이 대립하게 된다. 울리히 벡은 산업사회가 만들어낸 위험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현대 산업사회의 ‘제도화된 무책임성’을 지적했다.

 

이처럼 위험을 개인 스스로 인지하고 해석하고 처리하는 시대가 오면서 개인은 선택의 불안감에 직면하게 된다. 이에 저항을 하는 것도 조직적이기보다는 개인화되고 다양화된 형태로 나타난다. 가습기 살균제 ‘옥시싹싹’ 불매운동을 한다든가, 강남역 화장실 여성 살인사건에 포스트잇으로 추모한다든가, 일자리 위험으로 인해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등이 그것이다.

 

거기에 더해 새로운 위험도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파괴력이 크고 무차별적인 재앙은 A,B,C 즉, 원자(Atom), 생물학(Biology), 화학(Chemistry)에서 비롯된 것이 대부분이다. 과학이 스스로의 능력을 뛰어넘는 위험을 만들어낸 것이다.

현대 사회는 무차별적인 이들 위험을 비용으로 인식하기보다는 미래세대나 주변부의 빈곤국가에게 위험을 떠넘겨왔다. 금융위기를 불러온 건 은행의 관리자였는데, 국민 세금을 동원해 문제를 해결하고 일반 납세자들에게 비용을 떠넘겼다. 하지만 점점 더 연결된 사회가 되면서 이제 더 이상 그렇게 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가 일어나 해수면이 상승하고, 그로 인해 난민이 발생하면서 이들이 다시 유럽으로 유입된다. 외부로 떠넘긴 위험이 수평선을 타고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것이다.

 

한국사회 역시 산업사회의 번영과 함께 현대적 사회제도가 가져오는 위험에서 개인주의화의 증가가 낳고 있는 점에서 이중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악성 위험사회

 

‘1:29:300 법칙’이라고도 불리는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은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그와 관련된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법칙이다.

1건의 대형사고 이전에 29건의 중규모 사고들이 발생하고, 그 이전에 300건 정도의 조짐과 예후들이 나타난다는 원리다. 예를 들어 서울 잠실 석촌호수 주변의 싱크홀과 지하의 균열 등 작은 조짐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인리히 법칙에 의하면 더 큰 사고를 보여주는 징후라고 볼 수 있는 측면이 있는가 하면, 작은 것이기 때문에 해결할 수 있고 무시해도 무방하다고 보는 측면이 있다. 위험사회의 관점에서 보자면 하인리히 법칙에 입각해서 작은 징후도 잘 살펴보아야 한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 2014년 경주 마우나 오션리조트 체육관 지붕 붕과 사건과 세월호 참사, 2015년 의정부 아파트 화재사건과 썬연료 공장 소실, 2017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2018년 밀양 세종병원 화재 등 안타까운 사고들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4대강 사업의 결과가 우리와 우리 후손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정확하게 예견하기 어렵고, 지진 같은 자연재해에서 비롯되는 원전 폭발사고 같은 재앙 가능성을 떠안은 채 살고 있다. 기술혁신이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고, 유전자 조작 식품이 어떤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지 채 밝혀지기 전에 식탁을 채우고 있다. 세월호 참사가, 밀양 화재 사건이 하인리히 법칙의 29에 속하는 일일 수도 있다는 진단이 무리가 아닐지도 모른다.

 

 

사회적경제, ‘위험사회’의 렌즈 장착

 

산업사회가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생산성을 쌓아올린 ‘근대화’ 사회라고 하지만, 조직이나 생활 영역에서는 합리성 보다는 위계적, 계급적 측면이 지배적이 되는 경향이 있다. 이른바, ‘반쪽 근대성’이라 불리는 산업사회의 이러한 경직성은 위험 요인을 사회적·제도적 수준에서 더불어 함께 답을 찾기보다는, 개인이 대처하도록 방치해왔다.

울리히 벡은 개인의 위험 인식이 산업제도에 의해 축소되지 않고 돌파하려면 ‘진지한 성찰’과 ‘민주주의’가 거의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진지하게 성찰한다는 것은 확률 숫자의 크기로 위험을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의 심리적 파급 효과, 해당 위험이 알려지거나 관리되는 방식 등 모두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미다.

<위험사회를 진단한다>의 저자 홍성태 상지대 교수는 “충분한 정보를 근거로 한 사회적 공감대가 중요하다”며 시민사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성찰적 반성을 강화하고, 하위정치·시민정치를 활성화하여 제도정치에 일정한 변화를 주자는 의미다.

 

사회적경제 영역은 위험사회가 요청하는 성찰적인 위험 진단과 공동의 대응을 사회적으로 확산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 같은 위험사회를 살면서도 개인의 위험 인식과 대응 방식이 고립되지 않고, 더불어 함께 적극적인 실천 대안을 제시한다. 제도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거나 소홀하게 다뤄지는 위험 인자들을 진지하게 위험으로 인식하게 하는 공론장을 마련하는 데 앞장서기도 한다.

 

 

우리의 안전을 고민하는 사회적경제 조직

 

 

사회적경제란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발전하면서 나타난 불평등과 빈부격차, 환경 파괴 등의 사회문제를 해소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고, 민주적 원리로 운영되는 호혜적인 경제 조직을 의미한다. 위험사회와 산업사회의 구분에 비춰보면 사회적경제 기업은 태생적으로 현대사회를 위험사회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회적경제는 우리를 둘러싼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문제들을 공론화하고 해결하는 데 앞장선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안전’ 문제를 전면적으로 다루는 조직이 있는가 하면, 비록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우리 삶을 위협하고 있는 문제를 둘러싼 여러 변수들을 진지하게 인식하고 대응하기도 한다.

 

위험이 숫자로 표현되지 않아도 불평등과 공동체의 회복, 안전한 먹거리, 에너지 문제 등 미래에 대한 불안을 개인의 문제로 방치하지 않고, 공동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사회적경제 전 영역은 ‘위험사회’라는 관점에서 사회를 인식하고, 이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호 협력하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울리히 벡이 요청한 자발성에 기초한 시민사회의 주체적 노력이 사회적경제 영역의 방법론을 통해 전면화되기를 바라본다. 재난에 대비하고 안전사회를 만들기 위해 이를 사업적으로 구현하거나 그 활동을 돕는 사회적경제 조직의 사례들을 살펴봤다.

 

 

▤손가락 절단사고 응급키트 제작업체 ‘핑거119’

 

지난해 7월, 작업중에 신체 절단사고를 당한 노동자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009년 2월, 당시 27세였던 김 아무개 씨는 필름 커팅 작업을 하다 칼날에 손가락 6개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이후 손가락 접합수술 등 1년 넘게 4차례 입원치료와 3차례에 걸친 수술을 받고 12등급의 장해 판정을 받았다. 김 씨는 큰 절망에 빠져 2010년 초 조울증(양극성 정신장애) 진단을 받았고, 이후 환청과 망상, 불면증 등으로 3년 넘게 정신과 치료를 받다 2014년 3월 불행한 최후를 맞았다.

 

안전보건공단에 의하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산업재해로 신고되는 절단사고는 연 8천여 건 정도다. 손가락 절단사고를 당한 뒤 직장에 복귀하는 노동자의 비율은 23.5%에 불과하다. 그래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몰리고, 가정은 파괴되고 자존감은 상실된다. 하지만 영세업체의 경우 신고를 하지 않는 사례가 많아 실제로는 연 2만 건 정도의 절단사고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엔 절단사고 환자의 상당수가 이주노동자다. 그럼에도 산업 현장의 응급처치 환경은 여전히 열악하기 짝이 없다.

 

절단사고 중 80% 정도는 손 또는 손가락 사고에 해당한다. 절단사고가 발생했을 때 빠르고 바른 응급처치를 받고 절단된 손가락을 안전하게 보관해 병원까지 이송해갈 경우 80% 이상 접합수술로 소생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에 잘못된 응급처치와 잘못된 보관 방법으로 인해 수술시도도 해보지 못하고 절단장애인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핑거119(대표 이재욱)는 경기도 안산시에 거주하는 한 청소년의 마음과 머리에서 시작됐다. 공장이 많은 안산에서는 손가락이 없는 노동자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 대표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던 도중 음료 진열대에서 도움을 요청한 손님에게 가까이 가보니 한쪽 손 손가락이 모두 절단된 상태인 것을 목격한 적도 있었다. 핑어119의 팀원들은 절단사고 전용 응급키트가 전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절단사고 전용 응급키트의 필요성을 알게 됐다. 핑거119는 연구기관 등과 함께 응급키트를 개발하며 기업의 꼴을 갖추기 시작했고, 2012년 소셜벤처 경영대회 청소년 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핑거119의 응급키트는 절단된 손가락을 넣을 수 있는 보관함, 절단된 손을 압박·지혈할 수 있는 지혈키트, 열면 바로 냉매가 작동하는 장치가 부착된 통으로 구성되었다. 손가락이 절단됨과 동시에 바로 괴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차갑게 만들어 세균 번식을 막으면서 병원에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장기 이식용 보관함과 유사한 형태다. 택시를 타고 긴급하게 이동할 것을 대비해 해당 지역의 절단사고 전문병원 리스트를 부착하기도 했다.

 

불의의 사고로 손가락이 절단되었을 때 성급한 대처로 몸의 일부를 잃지 않도록 돕는 응급키트를 만드는 소셜벤처인 핑거 119는 아이디어가 참신했음에도 재작년 문을 닫았다. 이 대표는 전화통화에서 사업을 유지하기 어려워 정리했다며 “이 문제에 대해 사람들이 계속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손가락이 잘려 재활서비스를 받는 12만 명 중 원직에 복귀하지 못한 사람이 7만 5천여 명에 이른다. 뒤늦은 상상일지도 모르지만, 안산 지역의 공장에 핑거119의 응급키트를 배치했다면 어떠했을까? 개별 공장이 구입할 수도 있지만, 고용노동부나 한국산업단지공단에서 공공 조달을 통해 공급하는 계획을 마련했다면 어땠을까? 절단사고 응급조치를 위한 찾아가는 교육을 패키지로 마련했다면 어땠을까? 우리의 안전을 고민하는 사회적경제 조직의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생각이 깊어지는 지점이다.

 

 

▥소방 관련 스타트업 ‘마커스랩’

 

2016년 하반기, 자연드림몰(www.icoop.or.kr)에 우수한 사회적경제 기업의 상품을 응원하기 위해 사회적경제 기업 코너가 마련됐다. 이곳에 2017년 10월 입점한 소방 관련 스타트업 ‘마커스랩’의 디자인 소화기는 입점 후 두 달도 채 안돼 들어온 물량이 완판되는 기록을 달성했다.

 

 

빨간색 소화기는 직접 구매하는 사람이 드물고, 집 안에 있더라도 눈에 띄지 않게 감춰놓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안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마커스랩(공동대표 박건태)’은 눈에 띄는 곳에 놓아야 화재 대응에 유리하다는 점을 우선 착안했다. ‘소화기=빨간색’이라는 편견을 깨고, 집 안 어느 곳에 두어도 공간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보일 수 있도록 디자인해 보급하고 있다. 어느 집이든 소화기 한 대쯤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방관의 이야기를 계기로, ‘탐나는 소화기’가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담았다.

 

‘마커스랩’은 2014년 폐소방호스로 업사이클링 패션 제품을 만드는 ‘파이어마커스’로 출발했다. 소방관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어 2016년 문을 열었다. 파이어마커스는 ‘소방의 흔적’이라는 뜻의 소방패션 전문 브랜드다. 파이어마커스를 창업한 이규동 공동대표는 소방관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소방과 안전에 대한 관심을 키워왔다. 말하자면, 파이어마커스와 마커스랩은 형제 기업이다. 이들 판매수익금 중 5%는 소방관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만들어진 한국소방복지재단법인에 기부하고 있으며, 다른 일부는 안전에 관한 디자인과 캠페인을 펼치는 데 투자하고 있다.

 

2012~2014년 화재 통계를 보면 연평균 전체 화재사망자 300명 중 182명(60.7%)이 ‘주택화재’로 인해 사망했다. 우리나라 주택의 소화기 보급률은 40%에도 미치지 못한다. 아파트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택에서 소화기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집에 있는 소화기를 찾지 못해 소중한 골든타임을 놓쳐버리는 경우도 많다. 전문가들은 “소화기는 가족 모두가 알고 있고,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설치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소화기는 화재 초기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화재 피해를 저감시키는 결정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1977년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를 의무화했다. 당시 주택화재로 인한 사망자가 연간 6015명이었던 것이 2012년에는 2380명으로 무려 60%나 감소했다. 소화기 보급률을 32%에서 96%까지 끌어올린 결과다. ‘마커스랩’의 디자인 소화기에는 집집마다 소화기 보급률을 높여 시민의 안전을 확보하고, 소방관의 수고도 덜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 있다.

 

 

▨5분의 골든타임, 긴급대피 방독마스크 ‘숨통’

 

지난 1월 26일 경남 밀양 세종병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37명이 사망하는 참변이 발생했다. 사망자 대부분이 유독가스를 마셔 질식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독가스의 위험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참사였다. 실제 화재로 인한 인명 피해의 70~80%는 유독가스에 의한 질식사이다.

 

 

화재 초기에 소화기로 불을 잡지 못할 경우, 빨리 자리를 피하되 젖은 물수건 등으로 코와 입을 막아 호흡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다. 집 안에 방독면을 비치하기도 하지만, 직장이나 집 밖 건물에서 화재를 만났을 때는 속수무책이다. 언제 어디에서나 스스로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와이지에프(대표 김영구)’는 착용이 간편하고 보관도 용이한 소형 긴급대피 방독마스크 ‘숨통’을 개발했다. 안양대학교 산학협력단과 공동기술개발과제로 개발이 시작됐다. 착용이 간편하고 보관도 용이한 소형 방독마스크를 목표로 했다. 기존 방독면 착용의 번거로움을 덜고, 착용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착형 마스크 형태로 개발됐다. 부피도 1/10로 압축해 소형화함으로써 보관 및 휴대가 용이해졌다. 가방 및 포켓에 보관할 수도 있다.

 

지난해 12월 크라우드펀딩 ‘와디즈’를 통해 출사표를 던졌는데 출시 3일 만에 모금액이 목표한 금액을 돌파했다. 긴급대피 방독마스크 ‘숨통’ 프로젝트가 주목받았던 이유는 휴대와 이용법이 간단하기 때문이다. 일하는 사람 중에는 취업 취약계층 노동자가 50%인 ‘와이지에프’는사회적기업 인증을 준비 중이다.

 

 

▧안전과 신뢰가 자산, 한국유지보수협동조합

 

2013년 6월, 서울 강서구 공항동에 문을 연 한국유지보수협동조합(대표 김희범)은 한 대기업에서 동고동락하던 동료 6명이 뭉쳐 탄생했다. 협동조합 을 소개한 책자에 쓰인 ‘민주적이고 자주적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다’는 말이 이들을 움직였다. 인간적인 대우를 받고, 정직하게 일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한국유지보수협동조합은 업체 이름 그대로 건물의 공기 및 열 관리 설비, 방수·방열 시스템 등을 유지·보수하는 일을 한다. 기존 유지·보수 업계는 대부분 영세하기 때문에 체계적인 공사 표준이 확립돼 있지 않고, 공사 때 정품·정량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른바 부풀리기 관행이 여전하다. 한국유지보수협동조합은 업계의 관행에서 벗어나, 투명한 견적서와 제안서를 작성하고, 정품·정량 시공을 핵심적인 경영 전략으로 삼았다. 하자를 책임보증하는 ‘하자보증증권’도 발행한다.

 

일은 많이 주고, 임금은 최대한 적게 주며 이익을 늘리는 방식의 사업이 일반적인 경영 행태다. 김 대표는 “무리수를 두어 일을 시킬 경우 직원의 안전도 위험하지만 공사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유지보수공사의 특성상 직원들이 책임감과 자율적인 권한이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수직적인 위계질서가 확고한 조직에서 상사가 무서우면 보고를 안 하고 축소·왜곡하는 경우가 많다. 보고를 하면 불호령이 떨어지거나 불이익을 당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안전 매뉴얼도 유명무실하다. 이에 비해 협동조합은 안전 위험을 보고했다고 책망을 당하는 수직적인 구조가 아니다. 오히려 현장에서 스스로 문제 상황을 드러내고 해결책을 찾아 나선다. 김 대표는 “자율과 권한이 책임감을 만들어내고 그것이 다시 기업의 자산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협동조합 경영은 의사결정이 느리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했기 때문에 일단 방향이 결정되면 추진력이 강하다. 특히 안전을 다루는 조직의 경우 조합원들이 각기 다른 눈으로 문제를 바라본다면 다양한 문제를 찾아서 검토할 수 있다. 협동조합의 참여적이고 민주적인 운영이 그 자체로 안전을 담보하는 기업의 자산일 수 있는 것이다.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장 gobogi@hani.co.kr

 

 

※ <생협평론> 2018년 봄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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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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