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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수당이 포퓰리즘? 질 낮은 ‘무상보육’이 문제

원칙없는 보육정책

  • 기자명 송현숙 선임기자
  • 승인 : 2018.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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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수당이 우여곡절 끝 지난달 추석연휴 직전 처음 지급됐습니다.

 

‘지방선거를 겨냥한 현금 퍼주기 포퓰리즘’이라는 자유한국당과 당시 국민의당의 반발 속에 시행 시점이 미뤄지고 소득 상위 10%도 제외됐지만, 사실 아동수당은 1900년대 초·중반부터 도입되기 시작해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의 없이 지급하고 있는 오랜 정책입니다. 

 

반면 아동수당보다 훨씬 돈이 많이 드는 ‘무상보육’은 한국에만 있는, 유례없는 지원이라는 사실을 아시나요?

 

‘정책 난개발’도 이런 난개발이 없습니다. 아이들에 대한 지원은 사회의 미래 구성원을 건강하게 키우는 일이라는 점에서 각국이 특별히 정성을 쏟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중요한 정책이 외국과는 반대순서로 뒤죽박죽된 것일까요? 그 이유와 바람직한 방향을 짚어보겠습니다.

 

 

■ 아동수당, OECD 35개국 중 32번째 도입

 

아동수당, 외국선 1930년대부터 도입 
한국선 지각 시행에 상위 10%도 제외

 

지난달 만 0~5세 아동 중 소득 상위 10% 가구 등을 제외한 195만명이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을 현금으로 받았습니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5개국 중 아동수당을 도입한 나라는 막차를 탄 한국까지 32개국으로, 미국, 멕시코, 터키 등만 아동수당이 없습니다.

32개국 중 20개국은 전 계층에 아동수당을 지급합니다. 이 중 일본, 프랑스 등 5개국은 금액엔 차등을 두고 있고, 스웨덴, 영국 등 15개국은 전 계층에 동일한 금액을 지급합니다.

 

정부는 당초 해당 연령 전체에 대한 수당지급을 추진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법안 통과 과정에서 상위 10%는 제외됐고 시행시기도 늦춰졌습니다.

그러나 막상 상위 10%를 선별하는 행정 비용이 1626억원이나 들어 100% 모두 지원할 때 드는 추가소요액 1588억원과 비슷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정부안대로 다시 법을 개정하자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용호 전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상위 10% 제외는 잘못된 판단이었음을 인정한다”며, “모든 가정에 아동수당을 지급하고 행정비용을 없애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반성문’을 올렸습니다.

극렬히 반대하던 자유한국당도 출산주도성장에서 보편적 양육수당 지급을 언급하며 반대 명분이 없어져 ‘아동수당=포퓰리즘’이라 비판하는 목소리는 이제 잦아들 것 같습니다.

 

[송현숙의 만만한 시사](3)아동수당이 포퓰리즘? 질 낮은 ‘무상보육’이 문제

 

 

■ 무상보육은 전 세계에 유례없어

 

논의도 없이 결정된 ‘0~5세 무상보육’ 
돈 쓰고도 만족도 낮아 부모들도 불만

 

아동수당 논란과 관련해 오버랩되는 장면은 무상보육 도입 과정입니다. 아동수당은 그나마 각 정당과 대선 주자들이 여러 번 입장을 밝히면서 논의할 기회가 있었지만, 아동수당의 3배가량 예산이 들어가는 0~5세 영·유아 보육·교육료 무상화는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 볶듯 진행된 날림 결정이었습니다.

 

2011년 12월30일. 정부는 상임위에서 제대로 거론되지도 않았던 0~2세 보육료 지원 예산 3697억원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급작스럽게 추가 책정했습니다.

아무 논의나 준비도 없이 순식간에 예산안이 통과됐고, 이듬해 3월부터 0~2세의 무상보육이 시작됐습니다. 전문가는 물론 시민단체와 부모들은 막대한 재원을 우려하고, 왜 3~4세보다 0~2세가 먼저여야 하는지 의아해했지만, 어떤 제동도 없었습니다.

우려대로 전면 무상보육정책을 시행하고 난 후 어린이집에 보낼 예정이 없던 가정에서도 ‘무상’이라는 말에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며 정부 예상보다 훨씬 많은 아이들이 몰려 예산은 일찌감치 바닥났습니다.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 간의 극심한 재원 떠넘기기 갈등을 빚으면서 정부는 7개월 만에 0~2세 무상보육을 폐지했습니다. 대신 가정양육수당이 신설됐고 2013년부터는 아예 0~5세 무상보육 전면 시행으로 확대됩니다.

 

대표적인 복지 포퓰리즘 사례라 할 만합니다.

 

무상보육을 촉발한 측은 놀랍게도 아동수당을 ‘선거를 겨냥한 포퓰리즘’이라 비판한 자유한국당(당시 한나라당)입니다.

2012년 4·11 총선과 12월의 대선을 앞둔 2011년 8월 당시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영·유아 교육·보육을 국가 책임 아래 둬야 한다. 내년 0세부터 시작”이라며 무상보육 정책을 예고했습니다. 

지난해 국회예산정책처에서 펴낸 <영·유아양육지원정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영·유아의 연령이나 가구소득 등에 관계없이 모든 영·유아에게 시설보육을 지원하는 국가는 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유일”합니다.

 

국제적으로 보육서비스 비용은 가계소득의 얼마를 넘지 않는다는 상한을 정하거나, 소득수준·맞벌이 여부 등에 따라 차등을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유명한 북유럽 복지국가들에도 없는 ‘무상보육’을 성급히 도입하면서 양질의 보육을 위해 사용할 수 있었던 수조원의 예산을 해마다 의미 없이 흘려버리게 된 셈입니다. 

 

 

■ 만족할 만한 무상보육인가? 

 

무상보육이니 정말 돈이 안 드느냐고 물으면 부모들은 코웃음칩니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정부지원액의 절반 정도 비용을 보육료에 얹어서 각종 특별활동비와 입학비, 현장학습비, 셔틀버스비 등의 명목으로 추가로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말로만 무상보육’이란 말은 충분히 이유 있는 항변입니다. 소득 상위층에서는 아예 무상보육 지원비만큼을 사교육비로 돌려 무상보육이 오히려 교육 양극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습니다.

어린이집, 유치원을 보내면서도 등·하교를 위한 시터를 따로 고용하고, 조부모 손을 빌려야 하는 경우가 많아 무상보육은 허울뿐, 이중삼중의 비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무상보육에 연 9조원 이상이 들어가는데도, 부모들이 원하는 질 높은 서비스로 이어지지 못하고 출산율은 곤두박질치고 있습니다. 돈은 돈대로 쓰고 만족도는 낮은 최악의 상황입니다.

 

 

■ 아동 지원, 재구조화해야 

 

전문가들은 무상보육이라는 허울을 버리고, 제대로 비용을 들여 보육의 질을 높인다는 생각으로 ‘책임보육’의 재구조화를 해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우선 OECD 회원국 최하위 수준(35개국 중 31위)인 아동·가족 복지 공공지출 비중부터 평균치로 높여야 합니다.

정부의 사회복지급여와 서비스 지출, 출산전후 휴가, 가족수당 등을 포함한 지출을 뜻하는 한국의 아동·가족 복지 공공지출 비중(비교 가능한 최신 자료인 2013년 기준)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1%로 OECD 회원국 평균(2.2%)의 절반입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윤정 연구위원은 “이제까지 우리나라 복지는 ‘싸게 싸게’ 양적 확대에 치중해 실제로 시민들이 체감하는 질적 수준은 낮았다. 복지체계를 유럽형으로 근본적으로 바꾸고 대폭 지원해야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합니다. 

 

 

국공립 보육시설 확대·공보육 확충 등 
전문가들 “책임보육의 재구조화 필요”

 

아이를 마음놓고 키우기 위한 기본은 질 높은 국공립 보육시설을 확충하는 것입니다. 초등학교처럼 어디를 보내건 일정 수준 이상의 교사와 적절한 교사 대 학생 비율, 적정 공간을 보장하는 공보육이 필요합니다.

십수년째 10%, 20% 언저리를 맴돌고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과 유치원 원아수용률을 OECD 회원국 평균(2012년 기준 68.6%) 정도는 맞춰야 합니다.

임기 내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률 40%’는 문재인 정부의 주요공약이기도 합니다. 

이른바 사회 상류층도 똑같은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가가 공보육 성공의 바로미터가 될 듯합니다.

스웨덴처럼 왕실도, 장관, 재벌의 자녀들도 국공립 보육시설을 모두 이용하는 분위기가 정착된다면 부모들도 사교육과 개인 시터 대신 일정 부분 기꺼이 지갑을 열지 않을까요.

노동시간 단축이 자리 잡기 전까지는 마을에서, 공동체에서, 일터에서 부모들의 돌봄 공백을 메워줄 수 있는 좋은 일자리들이 많이 창출됐으면 합니다. 적정한 시급과 전문성을 인정해주는 공공형 일자리로 끌어들이자는 겁니다.

아동수당도 다른 국가들처럼 10대 후반까지, 더 많은 금액으로 확대해 가야 합니다.

 

글을 마치기 전에 꼭 하나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중요정책의 실행자와 결재 라인이 누구였는지 정책실명제를 실시했으면 합니다.

지난달 광화문광장에서는 행정안전부와 중소벤처기업부 주최로 ‘2018 실패박람회’가 열렸습니다. 개인, 지역의 실패경험을 나누는 국민숙의박람회도 의미 있지만, 정말 기억해야 할 것은 ‘높은 분들’이 잘못 결정한 정책입니다. 무상보육을 덜컥 도입하지 않았으면, 상위 10%에 주는 아동수당이 아깝다는 말도 안 나왔을 테고, 한 해에 국공립 어린이집 수천개씩은 거뜬히 지을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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