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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톡톡

흩어진 그림자들 모두 한곳으로 모이는

2018 기형도 시길밟기

  • 기자명 시민필진 현윤숙
  • 승인 : 2018.11.09 10:38
  • 수정 : 2018.11.09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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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사랑하고 기형도를 그리는 사람들이 지난 10월 27일, 가을비를 머금어 더욱 영롱해진 잎새를 따라 추억의 길을 걸었다.

우리는 언제부터 이 길을 걸었을까?

 

2009년 무렵부터 기형도 시길밟기 행사를 진행해온 ‘기형도 기념사업회(회장 김세경)’는 시인 기형도의 이름을 사람들의 기억 속에 알알이 새기고 있다.

 

 

많은 말이 난무하는 시대에

시를 사랑하는 여러분의 모습이

참 귀하고 아름답습니다.

시월의 바람이, 들꽃이, 강물이 들려주는 시

이 시길 속에서 꼭 만나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세경 기형도 기념사업회장-

 

 

 

 

시길 밟기는 기형도문학관을 지나 기형도 문화공원, 충현초 앞 공원, 휴먼시아 2단지, 5단지 둘레길 기아자동차 사거리를 거쳐, 기형도 시인 소하동집터를 지나 안양천변으로 걸으며 자작시를 낭송하고 하모니카 연주, 시엽서 쓰기 등이 진행된다.

 

 

 

 

시길밟기 행사에 참여한 30여명의 사람들(기념사업회 회원, 시민, 소하고, 운산고 교사 등)은 기형도문학관 명예관장이자 기형도 시인의 누이인 '기향도 씨'에게 기형도 시와 에피소드를 전해 들었고, 시와 관련된 동네 풍경의 추억을 함께 나눴다.

 

 

안개가 많이 낀 안양천과 황량한 동네 분위기는

기형도의 내면세계와 너무도 잘 어울린다.

아직도 마르지 않은 상처가 남아있는 것만 같은 뚝방길을 걸으니

스무살 초반, 동생에 대한 기억이 다시 살아난다.

 

하나, 기형도는 학교를 가기위해 4km 넘는 길을 걸었다. 뚝방에 물난리, 산사태가 나면 길이 없어지기도 했는데,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 시인의 집만 덩그러니 남았던 적도.

 

 

 

 

은행나무 두그루, 펌프가 있던 마당... 돼지, 포도밭, 과수원집, 공동묘지터, 김씨네 땅부자들, 목사님과 교회... 산업화가 되면서 심각한 폐수로 동네가 병들어 간 얘기까지

추억은 두 개가 되고, 세 개가 되고... 여러 개의 단상이 이어지며 이야기는 하루로 모자라다.

 

 

기형도는 누이의 죽음으로 인해 어쩌면 동네가 무서웠을지 모른다. 

배고픔을 견디며 엄마를 기다리던 기억 역시 기형도의 삶의 고뇌를 이루고,

시의 근원이 됐으며 아름다운 시언어로 승화됐다.

 

동생이 걷던 기찻길 굴다리와 옛날계단, 억새풀도 그대로다.

이 동네를 바라보고 있자면 동생이 되살아 나는 듯해

눈물나게 그때로 돌아가고만 싶다.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 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고요히 빗소리

금 간 창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 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 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엄마걱정」기형도

 

 

지금은 시엽서 작성 중
지금은 시엽서 작성 중
자작시도 써내려가 본다.
자작시도 써내려가 본다.

 

 

 

 

시는 곧 삶이고 우리의 삶이 곧 시이다.

오늘 하루, 시와 함께 자연이 들려주는 아름다운 소리가 낙엽처럼 소복하게 내려앉았다.

시를 품은 씨앗 하나하나가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순수하고 선한 눈빛에 하나로 모여 아름다운 열매를 맺는 듯하다.

 

시노래와 잘 어울리는 이종락 기형도기념사업회 초대회장(2003년)의 하모니카 연주와 자작시를 낭송하는 모습은 더욱 기형도의 시간으로 빠져들게 한다. 시인이 걸었던 안양천변에서 사랑하는 이에게 시엽서를 쓰는 회원들의 모습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기만 했다.

 

 

 

 

 

형도시인(1960.3.13. ~ 1989.3.7.)은

 

1960년 3월13일 경기도 옹진군 송림면

연평리에서 아버지 기우민과 어머니 장옥순의 막내아들로 태어나 1964년 경기도 시흥군으로 이사해 타계 할 때까지 일직리 706-1(현 광명시)에서 살았다.

 

어릴 때부터 책 읽는 수준이 남달랐고 노래와 그림에도 남다른 소질을 보였다.

학창시절 최상위 성적 유지는 물론 다양한 예능 활동으로 친구들과도 잘 어울렸다.

 

아버지의 뇌졸중으로 가계가 기울고, 불의 사고로 바로 위 누나가 목숨을 잃는 일 등이 시인의 내면에 깊이 체화되었다.

 

1979년 연세대학교 정법대학에 입학하여 정치외교학을 전공하지만 대학생활은 주로 연세문학회와 함께하며 암울한 1980년대를 이겨냈다.

 

안양의 수리시 동인에 참여이후 기성문단에 투고하던 중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안개」가 당선되면서 1984년 중앙일보에 입사해 의욕적인 작품 활동을 했다.

 

시집발간을 준비하던 1989년 3월7일, 종로의 심야극장에서 뇌졸중으로 숨진 채 발견됐고 안성추모공원에 안치되었다.

 

같은 해 5월 시집 「입속의 검은 잎」이 출간 되었다.

 

 


 

「기형도 문학관」

빈집을 채우는 영원한 청춘의 언어, 시인 기형도의 집

 

 

‘거리의 상상력은 고통이었고 나는 그 고통을 사랑하였다.

그러나 가장 위대한 잠언이 자연 속에 있음을 지금도 나는 믿는다.

그러한 믿음이 언젠가 나를 부를 것이다.’

 

 


 

 

올해는 기형도 문학관 건립 1주년을 맞아 시길을 밟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더욱 뜻깊다.

 

기형도 문학관에는 시인의 생애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형도의 삶과 문학 조감도가 펼쳐져 있으며, 시인의 유년시절을 중심으로 당시의 추억어린 물건과 시편이 전시돼 있다.

영상과 애니메이션으로 기형도 시를 입체적으로 체험 할 수 있는 공간이 감각적으로 꾸며져 있으며, 시인의 활발한 문학활동과 신문기자로서 활동했던 일상의 단면도 엿볼 수 있다.

시인을 추억하는 지인들의 인터뷰와 평문, 필사체험은 물론 생전 시인의 모습과 영상, 기획전시작품도 감상해보면 좋겠다.

북카페, 도서실, 창작체험실(기형도를 소재로 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운영) 또한 열려있으니 아직 방문해 보지 못한 사람은 가을이 다 가기 전 꼭 한번 기형도 문학관에 들르기를 추천한다.

 

 

 

 

  • 관람요일은 매주 화요일~일요일(월요일휴관)이며 9:00~18:00(3월~10월),9:00~17:00(11월~2월), 관람료는 무료이다.

 

 

 

 

다가오는 토요일 기형도 문학관 강당에서는 인문아카데미(11/17, 11/24 기형도 & 작가와의 만남-기형도의 시 ‘입속의 검은 잎’ 프랑스어와 스페인어 버전 낭독회, 시인 이용광, 문보영, 유희경과 함께 하는 문학과 기형도 이야기‘)가 펼쳐진다.

  • 참여신청은 광명문화재단 홈페이지(www.kihyungdo.co.kr) 를 통해 하고, 당일 선착순 현장신청도 가능하다.
  • 기형도 문학관 ☎ 02)2621-8860,8862~3

 


 

 

기형도 문학관은 개관 1년 만에 약 2만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학창시절 점심을 못 싸갈 정도로 가난했고 7살 많은 누나가 업어 돌보던 아이. 남다른 문학적 감수성과 열정으로 윤동주 시인처럼 되고 싶어했던 시인 기형도.

이제 기형도는 광명을 넘어 한국문단에서, 해외에서도 주목받는 영롱한 별이 됐다.

기형도는 지금도 이렇게 광명에 함께 살고 있고 앞으로도 영원히 우리 마음 속 광명이 되어 우리와 대화를 나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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