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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톡톡

죽음이 삶에게 전하는 이야기_ 첫 번째

"잘 살아야 잘 죽을 수 있어요"

하안3동 누리복지협의체 특성화 사업 웰다잉 여행길 _ 여기 행복으로 가는 길

  • 기자명 시민필진 정현순
  • 승인 : 2018.11.13 15:22
  • 수정 : 2018.11.14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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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지금 어디 가는 거지요?

 

 

“어르신들은 지금 ‘광명시메모리얼파크’로 가는 중입니다.”


“거기가 뭐하는 곳이에요?” 


“납골당이에요.”


"요즘은 납골당이란 말 대신 메모리얼파크라고 해요."

 

 

광명 메모리얼파크
광명 메모리얼파크

 


 

어느새 우리의 차 안은 잔잔한 적막감이 흐른다.

 


 

  • 하안 3동 행정복지센터, 하안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2018년 9월 7일 ~ 11월 9일(매주 금요일)까지 특성화 프로그램 '웰다잉 여행길'을 진행한다.

일반시민 중 노인 20명(50대~90대까지 참여), 자원봉사자 15명이 참석했다. 웰다잉 교육 프로그램은 신청자가 많아 어려움이 컸다고 한다.

 

 

10월 19일 가을 소풍
10월 19일 가을 소풍

 

 

지난 10월 19일, 그동안 몇 차례의 교육을 통해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여기 행복으로 가는 길- 가을소풍'이란 주제로 어르신들은 짧은 가을 나들이에 나섰다.

행복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알아두어야 할 기관방문 과정이다.

 

 

그동안 강의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사람은 누구나 살아온 모습대로 죽음을 맞이한다.

2. 잘 살아야 잘 죽을 수 있다.

3. 내 죽음의 주인은 내가 되어야한다.

4. 품위 있는 죽음, 호스피스에서 가능하다.

5. 행복한 삶, 행복한 마무리 - 웰다잉

6. 쓸쓸하고 외로운 죽음 - 고독사

7. 알기 쉬운 연명의료 결정제도

8. 말기환자와 가족을 위한 호스피스 완화의료 안내

 

가을소풍은 다음과 같은 길로 이어졌다.

 


광명시메모리얼파크 ▶광명시립요양센터(시립요양원라운딩 및 기관소개) ▶ 도덕산캠핑장


 

 

도덕산캠핑장 라운딩을 마치고 가을이 수놓은 배경으로 장수사진 촬영이 진행됐다. 촬영은 광명시평생학습원 사진동아리에서 도움을 주었다.

 

 

 

 

그동안의 차분한 표정과는 달리 어르신들의 미소가 환하다. 소곤소곤 이야기소리도 끊이지 않았다. 마치 소녀시절로 되돌아간 듯한 모습이다.

가을소풍은 죽음을 초연하게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주었다. 가족 간 사랑을 확인하고 유한한 인생을 보다 가치 있는 삶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도 마련했다.

 

 

 

 

이번 참석자 중 최고 고령자인 이한분(91세) 어르신은 이렇게 말한다.

 

 

이한분 씨
이한분 씨

 

 

그저 감사하고 편안해요.

웰다잉 강의를 들을수록

즐겁고 행복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다 죽는 건데

아무런 준비도 없이 죽는다면

모두가 당황하게 되겠지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웰다잉 프로그램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감사를 표한다.

 

 

 

 

 

“처음엔 조금 서글퍼지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죽음이란 건 인간이라면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잖아요.

여태까지는 무심히 지냈던 일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네요.”  

-김순자(69세) 씨

 

김순자 씨
김순자 씨

 

 

 

 

 

 

 

 

 

 

 

 

죽음도 준비해야 하는 일이란 걸 새삼 깨달아요.”

-윤용선(81세) 씨

 

 

이번 강의의 진행을 맡고 있는 행복한 죽음 웰다잉연구소 강원남 소장을 만나보았다.

 


 

 

 

 

 

Q. '죽음'이란 주제가 무겁다면 꽤 무겁습니다.

참석자들이 편하게 웃으면서 강의에 참여하도록 하는 비결이 있으신가요?

 

- 그렇지요. 죽음이란 주제는 언제나 무겁지만 재미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해요. 즉 학술적인 죽음을 말하지 않죠. 주변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우리가 사는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전하려 하다보니 많이들 공감하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편하게 죽음에 대해 전할 수 있고 참석자들 역시 편히 들으시는 것 같아요.

 

 

 

 

Q. 죽음을 주제로 한 강의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요.

 

- 이 일을 15년 동안 해왔는데요. 첫째는 저의 경우, 청소년시기에 죽는다는 것이 너무나 무섭고 두렵게 다가왔어요. 두 번째는 외할아버지께서 오랜 투병생활을 하시다가 고통스럽게 돌아가시는 걸 보고 사람들이 고통스럽게 죽는 것에 대한 답을 찾고 싶었습니다.

마침 제가 다니는 학교에 ‘죽음 연구소’가 있어서 공부를 시작했어요. 죽음에 대한 공부를 하고 나서 현실에 나와 보니힘들게 죽어가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어요. 자살, 고독사, 병원비가 없어서, 항암투병 등... 그런데 그런 일들을 쉬쉬하면서 숨기는 거예요. 하물며 암 투병 사실조차 가족 간에도 숨기는 경우를 봤어요. 서로에게 상처가 된다면서요. 그런 일들을 보면서 이젠 죽음에 대해서 드러내고 이야기를 해볼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게 된 것입니다.

 

 

치매예방 뇌훈련 퀴즈
치매예방 뇌훈련 퀴즈

 

 

 

Q. 강의를 듣는 어르신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 어르신들도 답답해하세요. 어제까지만 해도 복지관에 같이 다닌 동료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남일 같지 않아 가족들에게 이야기를 한답니다. 내가 죽으면 어떻게 해달라고... 그

그럼 자식들이 듣기 싫다고 하겠지요. 어머니,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어련히 본인들이 알아서 다해드릴 텐데요. 하면서 말이죠. 죽음에 대해 가르쳐 주는 곳도 없었던 차에 이런 강의를 듣고 나면 답답한 마음이 조금은 풀린다고 하세요.

어떤 복지관에서는 노래교실 같은 프로그램을 원한다고 자식들에게 항의 전화가 오곤 해요. 그러다 몇 달 후, 부모님이 돌아가셨다고 복지관에서 찍어준 장수(영정)사진을 찾아가 장례를 치른 일도 있습니다. 죽음에 대해 평소에 편하게 말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강소장은 강의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어르신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눴다. 다음주에도 만나게 될 어르신들과 나누는 정성스러운 그의 인사가 인상깊었다.

 

 

강의가 끝난 후 강원남 소장이 댁으로 돌아가는 어르신들을 마중하고 있다.
강의가 끝난 후 강원남 소장이 댁으로 돌아가는 어르신들을 마중하고 있다.

 

 

오늘의 배웅 인사가

진짜 마지막 인사가 될 수 있어요.

 

 

강소장은 말한다.

“저는 많은 죽음을 봐왔는데요. 살아온 모습대로 죽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2014년, 생활고로 고통을 받아오다 자살에 이른 송파 세 모녀 사건을 기억하실거예요. 그들도 어느 날 갑자기 비참하게 죽은 게 아닙니다. 비참하게 살아온 사람은 비참한 죽음을 맞는 경우가 많은 거 같아요. 그들이 살아있을 때 따뜻한 말 한마디와 애정이 깃든 관심을 조금이나마 받았다면 큰 위안이 됐을 거예요."

 

긴 여운이 남는 그의 말이었다. 과연 행복한 죽음이란 어떤 것일까? 잘 살다가 죽어야하는 삶? 이젠 죽음이 삶에게 답을 주어야 할 차례란 생각이 들었다.

 

 

 

 

2부에서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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