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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톡톡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죽음이 삶에게 전하는 이야기 _ 두 번째

행복한 삶, 행복한 마무리 '웰다잉'

  • 기자명 시민필진 정현순
  • 승인 : 2018.11.20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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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9일

9월에 시작한 웰다잉 교육프로그램이 어느새 마지막강의와 수료식만을 남겨놨다. 하안3동 행정복지관에 들어서니 마치 잔칫집에 온 듯하다.

교육을 맡고 있는 강 소장님의 말에 따르면 첫 강의 때는 무슨 내용의 강의인지조차 모르고 온 사람들도 있었고 대부분은 굳은 표정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다르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화사한 분위기다. 강의실로 들어가는 한 어르신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어르신, 강의를 듣는 동안 어떠셨나요?"

 

 

처음에는 괜스레 슬퍼지면서

죽음이란 걸 꼭 미리 알아야하나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잘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모르고 살았던 세상 하나를 알게 된 것 같아요."

라고 소감을 전한다.

 

 

지임순, 박우현 씨
지임순, 박우현 씨

 

 

 

 

잘 살겠습니다.

 

네, 잘 죽겠습니다.

 

 

언제나처럼 강의는 이같은 서로 간의 인사로 시작된다.

 

 

 

#키워드로 체크하는 웰다잉 연습

 

 

 

# 몸은 물론, 정신의 건강도 튼튼하게 

 

"잘 사시려면 건강하셔야지요? 몸은 물론 건강한 정신을 위해서도 우리는 많이 움직여야 합니다.

화면을 잘 보시고 동물이름을 맞혀보세요. 치매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학용품 이름 맞히기
학용품 이름 맞히기
운동 이름 맞히기
운동 이름 맞히기

 

 

몇 개의 자음이 제시되고, 참가자는  동물이름, 학용품, 우리나라 속담 등을 유추한다.

정도의 차이는 조금씩 있었지만 모두 척척 잘 알아맞히신다. 어떤 것은 보자마자 맞히는 참가자도 있어, 필자가 먼저 정답을 외쳐보려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여러분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 어디입니까?

 


 

모두 잠시 생각에 잠겼지만 좀처럼 생각이 잘 나지 않는 듯 보였다.

 

머리에서 마음의 거리

가장 멀다고 합니다

 


 

머리(맞다, 틀리다, 옳다, 그르다)는 마음(싫다, 좋다)을 못 이겨요.

 

내 마음도 내 마음대로 안 되지요. 마음은 변하고 과거 현재, 미래가 없지요.

좋은 기억이 많은 사람은 편합니다. 나쁜 기억이 많은 사람에겐 사나움이 있어요. 그러니 누군가가 내게 쓰레기(상처, 미움, 고통 등)를 안겨준다면 그냥 빨리 버리세요.

되새김은 정신건강에 제일 나쁩니다. 치매가 와도 각인된 나쁜 기억은 떨치지 못하기도 해요.

'미움은 물위에 새기고 감사는 바위에 새겨라' 라는 말도 있듯이 자신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는 게 중요하겠습니다.

 


 

 

# 이웃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

 

개인의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의 증대는 결국 고독사의 원인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사회적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마을공동체가 가장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에 강 소장도 이웃의 소리에 귀 기울이자, 이웃의 모습을 눈여겨보자, 이웃과 서로 연락해 보자.라고 말했다.

 

 

 

 

여기에 소외될 위험이 높은 이웃의 우편물, 빨래 등이 주기적으로 바뀌는지와 전등이 켜지고 꺼지는 여부를 유심히 살펴볼 것을 덧붙였다. 확인 후, 현관 앞에 '아무 일 없음'을 알 수 있는 표시를 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전한다이와 같이 작은 관심과 배려, 따뜻한 말 한마디가 생(生)과 사(死)의 갈림길에 놓인 이웃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이다.

 

# 나를 끌어안고 내가 행복하기

 

 

나의 마음을 내가 먼저 받아주고

나와 먼저 화해하세요.

 

 

용서하지 못할 사람 있나요?

사과 받고 싶은 사람 있나요? 그런 마음들이 내 발목을 잡는 겁니다. 나를 위해 용서하세요. 가까운 사람이 더 서운한 사람이 되기 마련이라 오히려 가까운 사람을 용서하기가 쉽지 않기도 해요. 일부러 나에게 상처를 주려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자신의 분노를 솔직하게 털어내고 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마음을 가져 보세요

 

 

용서란 감정을 없애고 상대방이 잘 되기를 바라는 것. 용서는 마음 속에 있고, 화해는 관계 속에 있다.
용서란 감정을 없애고 상대방이 잘 되기를 바라는 것. 용서는 마음 속에 있고, 화해는 관계 속에 있다.

 

 

 

1, 서둘러 용서하지 않는다.

2, 작은 것부터 용서하는 습관을 갖는다.

3, 사과는 끝까지 해야 한다.

4, 용서는 이를 악물고 끝까지 해야 한다.

5, 용서는 바로 지금. 이 생애의 마지막 마음이 다음 생애의 첫 마음이 될 수도 있다.

생의 마지막 2시간까지 귀가 살아있어서 주변의 말을 모두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손을 잡고 그에게 "사랑해요."라는 말을 전하라.

 

 

너희의 젊음이 너희의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얻은 벌이 아니다.

 

-영화 은교 中

 

 

1, 스스로 노인임을 인정하자.

2, 우울증은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데서 온다.

3, 마음을 알아주자.

4, 남에게 못할 말은 자신에게도 하지 말자.

5, 남들을 위로하는 만큼 나 자신도 위로해주자.

5,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참 잘 살아왔다, 애썼다, 고생했다, 수고 많았다... 고 말해주자.

나를 가장 잘 아는 내가 나를 위로할 수 있다.

6, 자존감이 높아야 잘 살고 잘 죽는다.

 

 

 

감사의 분량은 행복의 분량

 

행복은 저축이 안 된다. 그날그날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혹시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에게 '고마워요, 미안해요, 감사해요, 사랑해요.' 라는 말을 하는 것에 인색하지는 않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는 강사님의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마더데레사 효과"에 따르면 남을 위해 봉사하는 이야기를 듣거나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고 면역력이 강해진다고 한다. (하바드대학 의학팀 실험결과)

내가 행복해야 주변에 있는 가족친지들도 행복해진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핵심은 오늘의 행복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는 것!

 

 

어르신들의 장수사진
어르신들의 장수사진

 

 

이로써 10주간에 걸쳐 진행된 웰다잉 교육

"여행길(여기 행복으로 가는 길)이 마무리 됐다.'

 

 

백덕자 씨
백덕자 씨

 

 


이번교육에는 남성, 여성 각 1명씩 장애인 두 분이 계셨다. 모두 늘 밝은 표정으로 교육에 참석했다. 그런가하면 형용호(61)씨는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한 번도 결석을 하지 않았다.

 

 

수료증을 받고 있는 형용호 씨
수료증을 받고 있는 형용호 씨

 

 

그는 동네에서 어르신들 말씀만 듣다가 실제로 강의에 참석해보니 제 삶에 꼭 필요한 부분이었어요. 머리로 이해하고 가슴으로 공감하면서 나름대로 죽음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감사합니다.” 라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을 맡은 하안3동행정복지센터 이은정팀장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Q.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된 계기와 의도?

- 하안3동 영구임대아파트는 30년이 되었고 처음에 입주하신 분들이 모두 노인이 되셨어요.  신체, 정신적으로 장애가 있으신 분들의 경우 세대가 바뀌지 않고 그대로 나이가 드신거죠.

물론 요양보호사들이 생활하는 데 도움을 주고 계시지만 한정적이잖아요. 거동이 불편한 분들은 임대아파트보다는 치료시설이 좋은 요양원이나 시설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이 본인들을 위해서 훨씬 좋은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분들이 집에 대해 굉장히 연연하고 계신 거예요. 그 집을 못 사는 자녀에게 주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삶의 질이 떨어지는 환경에서 죽음을 채 인지하거나 준비하지도 못하는 상황들을 접하면서 '웰다잉 프로그램'을 더욱 진행하고 싶었어요.

대부분 노령 독거노인세대가 많은 동네이니만큼 이런 교육이 선행 돼야한다는 생각에 일 년 전부터 기획하게 됐어요. 메모리얼파크, 요양시설 등에 가시면 죽으러 가는지 알고 있어서 그런 곳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시게 이끌고 싶었는데 이번 기회로 그렇게 된 거 같아 기쁩니다.

 

 

이은정 팀장
이은정 팀장

 

 

Q. 안타까운 점, 하고 싶은 말은?

이렇게 좋은 프로그램을 우리 동(하안3)에서만 한다는 것이 많이 아쉬워요. 인력도 부족하고요. 앞으로 이런 프로그램은 나이에 상관없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어르신들이 죽음에 대해 너무 불안해하지 않고, 아름답게 받아들이시면서 행복한 죽음을 준비해 나가셨으면 해요.

 

 

행복한 수료식  현장
행복한 수료식 현장

 

 


 

어느덧 이 팀장님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강의를 듣기 전에는 필자도 죽음이 싫었다. 무섭고 두려웠다. 이야기하기도 싫었다. 내가 죽으면 우리아이들은 (이미 성인이지만 그런 걱정도) 어떻게 하지, 란 생각도 들어 피하고만 싶은 주제였다. 하지만 죽음의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는 것을 새삼 실감했다. 강의를 듣는 내내 죽음과 삶은 따로 떼어 놓을 수 없음을 다시금 깨닫게 됐다.

죽음이 있어 삶이 더 소중하다. 죽음은 자연의 순환인 것이다. 죽음에 대한 공부, 누구나 해야 함이 마땅하다.

사람은 누구나 하고 싶은 일도 있고 행복하고 싶어 한다. 그 모든 일을 미루지 않고 지금, 바로 지금 해야겠다는 마음을 다잡아본다.

 

잘 살겠습니다”, 잘 죽겠습니다.” 라는 우리의 마지막 인사가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글을 마무리하며 취재노트에 적어놓은 7계명을 옮겨본다.

 

 

 
유품정리사가 알려주는
아름다운 마무리

 

1, 삶의 질서를 세우기 위해 정리를 습관화하세요.

2, 직접 하기 힘든 말이 있다면 글로 적어보세요.

3, 중요한 물건은 찾기 쉬운 곳에 보관하세요.

4, 가족들에게 병을 숨기지 마세요

5, 가진 것을 충분히 사용하세요.

6, 누구 때문이 아닌 자신을 위한 삶을 사세요.

7, 결국 마지막 남는 것은 사랑했던 사람과의 추억입니다.

아름다운 추억을 많이 남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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