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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편지 세번째 이야기

친구야, 네 꿈 내가 응원 할게

  • 기자명 시민필진 김정옥
  • 승인 : 2018.12.2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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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이맘때가 되면

크리스마스카드를 한 움큼씩 만들던 생각이 난다.

하이라이트는 겉표지다.

 

흰 망사 천을 여러 겹 붙여

볼륨감 있고 하늘하늘 하게 겹친 다음

반짝이와 자수실로 수를 놓았다.

 

 

펑펑 내리는 함박눈을 보니 문득 중학교 친구가 떠올라서 전화를 했다. 계속 불통이다. 저녁에서야 겨우 통화가 되었다.
 

눈 오는데 뭐 했어?”

아무생각 없었는데

정말??”

아, 우리 손자가 좋아하겠다...했어.

 

눈이 오든 비가 내리든 아무 감흥이 없단다. 겨우 생각해 낸 것이 손자. 우리가 그런 나이가 되었다. 벌써.

 

눈 내리는 이맘때가 되면 크리스마스카드를 한 움큼씩 만들던 생각이 난다. 그 친구의 좁은 방에서 친구언니와 동생이 함께 있었고, 솜씨 좋은 친구 덕에 난 늘 곁다리로 낄 수 있었다.

재료는 문방구점과 시장골목을 돌며 일일이 구입했다. 카드의 하이라이트는 겉표지다. 겉표지 장식에 엄청 공을 들였다. 흰 망사 천을 여러 겹을 겹쳐 볼륨감 있고 하늘하늘 하게 겹친 다음, 반짝이와 자수실로 수를 놓았다.

 

 

 

꽃 별 눈사람 크리스마스트리 산타 할아버지 달 초가집 등을 그야말로 한 땀 한 땀 정성을 담아 완성시켰다.

지금 아무리 아름다운 카드를 보아도 그때 만들었던 예쁜 카드와는 비교가 안 된다.

밤 깊은 줄 모르며 언니가 들려주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생각만 해도 어제 일처럼 포근해지며 코끝이 찡한데, 친구는

그런 일이 있었어? 전혀 생각이 안 나는데한다.

깜짝 놀랐다. 아니 어떻게 그 소중한 추억을 잊을 수가 있지...

 

이 친구는 필방미인이다. 공부도 잘하는 반장이었고, 글도 잘 쓰고 노래도 잘하고 그림도 잘 그렸다. 성우를 꿈 꿀 정도로 목소리가 청아했다.

학교 문학의 밤에서는 늘 자작시를 낭독하여 많은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는 우상이었다. 난 그 친구가 분명이 어느 방면이든 가지고 있는 재주로 성공 할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70년대 말에 친구 중에서 가장 먼저 자가용 굴리는 부자청년과 결혼을 해버렸다. 신혼집이 바로 광명이었다. 내가 그 친구 집에 놀러갔을 당시는 지금 광명전통시장 앞에 개천이 흐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친구의 부(富)는 잠시 잠깐이었다. 그 후 이웃 도시로 떠났고, 난 첫아이 출산을 앞두고 광명으로 이사 왔다.

그 친구는 지금까지 직장을 다니며 어렵게 살고 있다. 그 친구가 겪고 있는 고생은 앞으로 리얼한 소설을 쓰기위한 소재를 축적하는 시간이라 여겼다. 박완서 작가가 마흔 넘어 등단했듯이 그렇게 늦깎이로 화려하게 데뷔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마흔을 한참 넘고 육십을 넘겼어도 아직 잠잠.

 

지금은 현재 일을 계속했으면 좋겠고 자식들 어렵게 하지 않게 사는 것이 소원이란다. 어쩌면 그 소원이 오히려 더 실질적이고 현명한 희망일 수도 있겠다 싶다.

 

전화를 끊기 전 한마디 더 물었다.

너 어릴 적 꿈은?”

“...... 언젠가 기회가 오면 이루어 질 날도 오겠지.

그럴 거야, 꼭 이룰 거야! 내가 응원할게.

아직도 꿈을 잃지 않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맙구나.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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