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덧 30년.
노래를 참 좋아하고 타자기를 좋아하던 시인.
소년시절과 청년시절을 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사로잡혀 살아왔던 시인.
가슴 속에 푸른 노트를 가지고 살았던 시인 기형도가 우리 곁을 떠난지도 벌써 30년이 되었다.
그가 살아온 시간보다
그를 추모한 시간이 더 길어졌네
그의 시를 좋아하고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그를 추억하고 그를 소환해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적인 불행일 뿐, 안개의 탓은 아니다.
기형도 기념사업회의 지역주민들이 들려준 특별 낭독 '안개'는 그 자리에 참석한 시민들로 하여금 미동도 없이 숨죽여 시 속으로 빠져들게 하였다.
기형도 시인이 5살 때부터 살았던 광명시. 그 지역주민들이 전하는 시 낭송은 더 애잔하고 전율이 느껴진다.
한밤중에 여직공 하나가 겁탈당했다.
기숙사와 가까운 곳이었으나 그녀의 입이 막히자
그것으로 끝이었다. 지난 겨울엔
방죽 위에서 취객 하나가 얼어 죽었다.
바로 곁을 지난 삼륜차는 그것이
쓰레기 더미인 줄 알았다고 했다.
<안개 中>
이 뿐만이 아니었다.
기형도 시인이 생활터였던 소화동 운산고등학교 학생들은 기형도 프로젝트를 통하여 작곡과 문학, 영상, 조소를 통한 작품으로 기형도 시인을 만날 수 있게 해주었다.
◐ 추모콘서트의 진수를 알려면 이 영상을 꼭 챙겨봐도 좋겠다. ◐
시에 젖어드는 시간
김묵원 라이브 드로잉 아트 ‘찰나에 피다’
기형도 시인과 7살 차이나는 누나 기향도씨와 기형도 시인의 후배이자 '문학과지성사' 이광호 대표가 나와 자리를 빛냈다.
기형도 시인의 작품은
문학을 하는 청년들에게는 바이블과 같다.
청춘의 불안과 방황, 감수성, 유년의 쓸쓸함,
한 시대의 아픔이 들어있기 때문.
그는 문학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만나봤어야 하는 영원한 젊은 시인.
-이광호 대표
토닥토닥 피날레 '장사익 선생'
추모의 매듭을 짓고
오늘 추모콘서트는 문학과 거리가 먼 사람들에게조차 큰 감동과 여운을 주는 자리였다.
광명시민들과 기형도 시인을 그리워할 수 있는 시간을 필자가 함께 했다는 사실에 감회가 새롭다.
영원한 젊은 시인, 기형도
그를 그리워하고 그의 시를 사랑하는 시민들을 위해 30주기 추모 전시 연계프로그램이 3월 27일까지 기형도 문학관에서 진행된다.
또한 기형도 일러스트 북도 3월 한달 간 문학관에서 전시될 예정이라고 하니, 기형도를 그리워하며 그를 소환해내고 싶은 사람은 광명시 기형도 문학관의 추모 행사에 함께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