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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톡톡

내 고민 들여다보고 가사로 옮겨 자기표현·소통까지 랩으로 해봐요

  • 기자명 소년중앙 강민혜 기자
  • 승인 : 2019.05.20 11:27
  • 수정 : 2019.05.20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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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소년중앙

 

 

초다꾜선생님이애오(초등학교 선생님이에요).

애들 열심히 가르치고 있고요.

투잡(겸직) 아니고 그냥 취미로 랩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가끔 홍대에 출몰해 공연도 합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도 놀러오세요. 소통해요~

-유튜브 채널 ‘달지’- 

 

 

‘교사 유튜버’ 래퍼 ‘달지’ 이현지씨를 만나다

남다른 자기소개를 유튜브 채널에 내건 선생님이 있습니다.

2017년 2월 9일 유튜브에 올린 커버(cover, 유명인의 곡이나 춤 등을 그대로 혹은 자기만의 방법으로 따라 부르거나 추는 행위) 영상 하나로 예명 ‘달지(‘달’을 좋아하는 현‘지’)’, ‘래퍼 선생님’으로 유명세를 치른 이현지 교사 얘기예요.

이씨가 올린 랩 전문 남성그룹 다이나믹 듀오의 곡 ‘죽일놈’ 커버 영상은 지난 9일 오후 기준 조회수 58만7242회를 기록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니에요. 래퍼 우원재의 ‘시차’(2018년 3월 25일 게재, 조회수 131만6868회)를 커버한 영상, 래퍼 김하온의 ‘붕붕’(같은 해 6월 22일, 344만6120회)을 커버한 콘텐트 등 그가 게재한 총 16개 음악 관련 영상을 구독하는 사람은 23만 명을 넘었죠.

단순히 랩으로 관심만 받은 선생님이라면 소중이 찾아갈 리 없죠. 이씨는 자신의 재주를 십분 살려 학생들과 함께하는 활동에 나서고 있어요. 한창 유튜브와 선생님에게 관심이 많은 학생들에게 좋은 기억을 심고 있는 셈이죠. 그는 2018년 10월 25일엔 6학년 2반 학급 학생들과 안산교육청 주최 가을음악회 무대에서 자작곡 ‘다시 만날 때’를 함께 불렀어요. 어떻게 만든 노래일까요. 또, 학생들과 어떻게 소통하길래 함께 무대에 설 정도로 화합할 수 있었을까요.

그는 지난 10일 경기도 광명 빛가온초등학교에서 참관수업을 마친 후 소중에게 이야기를 풀어놓았습니다. 

 

 

소년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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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이야기부터 들어볼까요.

‘다시 만날 때’는 2018년 9월 20일 경기도교육청과 협업한 결과물입니다.

선생님이 되었을 때부터 꿈이 아이들 목소리를 담은 제 노래를 만드는 거였어요. 유튜브 덕분에 빨리 꿈을 이뤘죠. 유튜브는 제 복덩이에요. 인생의 모든 행운이 다 유튜브로 흘렀다고 해도 될까요. 노래를 만들 땐 가사에 어떤 이야기를 담을지 많이 고민했어요. 밝은 얘기를 하고 싶었죠.

 

이씨는 결국 답은 아이들에게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신규 발령 났던 해를 떠올렸어요.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담았고요. 혼자 많이 울었죠.”

함께 살짝 가사를 볼까요.


“혹여나 세상이 널 아프거나 슬프게 할 때 어느 날 갑자기 날 찾아와도 돼 세상이 등을 돌려도 나만은 널 안아줄게 지금 네 얼굴에 띄운 그 미소를 그 어떤 누구도 빼앗거나 지우지 못하길 사랑할 줄 알고 사랑받을 줄 아는 사람이 되어 그 웃음 그대로 다시 만나길.”


 

어때요. 여러분도 담임 선생님에게 이런 말을 들으면 눈물 흘리지 않을까요. “생각보다 많은 친구들 그리고 선생님들께서 제 랩을 듣고 저처럼 울었다고 연락을 주셨어요. 내 음악으로 누군가의 감정을 움직일 수 있다는 건 황홀한 경험이에요.” 이씨는 랩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기쁨을 말했어요. 유튜브 채널은 그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계기인 셈이죠. 

 

달지 이현지 교사는 지난 2018년 당시 학급 담임을 맡았던 경기도 안산 화정초등하교 6학년 2반 학생들과 '다시 만날 때' 음원을 내놨다. 학생들은 그를 응원하는 든든한 지원군이라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달지 이현지 교사는 지난 2018년 당시 학급 담임을 맡았던 경기도 안산 화정초등하교 6학년 2반 학생들과 '다시 만날 때' 음원을 내놨다. 학생들은 그를 응원하는 든든한 지원군이라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교육업체 ‘아이스크림에듀’가 전국 초등학생 2만7317명을 대상으로 유튜브 사용 실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32.3%(8820명)가 유튜브를 ‘매일 본다’고 응답한 것으로 지난 7일 드러났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또는 세 번 정도 시청한다고 응답한 학생까지 포함하면 전체 응답자의 75.0%가 매주 유튜브를 시청하는 셈이죠.

학생들이 유튜브 채널로 세상을 접하니 이른바 ‘교사 유튜버’ 선생님들도 많아졌습니다. 학생이 있는 곳에 선생님도 가는 셈이죠. 그런데 여러분 혹시 알고 있나요. 지난 2일 교육부는 이른바 ‘교사 유튜버’에 대해 수익이 발생하는 유튜브 창작 활동에 관한 지침을 만들기로 했어요. 교육부 관계자는 “늘어난 교사 유튜버들의 채널 운영을 위한 정확한 지침이 필요하다”며 올 상반기 중으로 교원 유튜버 복무지침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죠.  

 

 

소년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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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수익이 발생하는 업무에 대해 겸직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인기 유튜브 채널은 광고 수익이 발생하거든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후 파트너십 허가를 받고 구독자 1000명 이상이 되면 수익이 생기는 구조예요. 유튜브가 유행하기 전에도 교사들에게 책 쓰기, 그림 그리기 등 겸직을 허용하는 사례가 있었습니다만 유튜브는 신생 매체다 보니 사회적 논의가 충분하지 않았죠. 자리를 잡는 중이랄까요.

교육부에 따르면, 지침은 빠르면 올해 상반기 중에 완성될 거예요. 이씨는 이에 대해 “긍정적인 방향의 움직임”이라고 환영했습니다.

제 채널을 본 학생들의 반응이 제 생각보다 컸거든요. 유튜브 자체를 아이들이 좋아하다 보니 학교 선생님에게 유튜브 채널이 있다는 걸 신기하게 받아들이더라고요. 제가 유명해진 후에는 교실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많았습니다. 교육에도 분명 도움이 된 거죠. 학생들과 소통이 잘 이루어졌거든요. 덕분에 수업이나 생활 지도 측면에서도 효과를 봤습니다.

 

반면 유튜브를 통해 얻은 유명세 탓에 생각하지 못했던 골머리를 앓기도 했습니다. “말도 안 되는 민원이 너무 많아서 제 편에 서시느라 고생하신 분들이 계세요. 학교 선생님들, 교장 선생님, 교감 선생님께서는 다들 응원하셨고요. 학부모님들도 좋아하셔서 저를 마주하면 응원하시고요. 힘이 많이 됐습니다.” 

 

‘달지’ 이현지 교사는 유명세를 얻은 이후 앨범 준비, 뮤직비디오 촬영을 하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달지’ 이현지 교사는 유명세를 얻은 이후 앨범 준비, 뮤직비디오 촬영을 하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받은 영향을 가사로 풀어냅니다.

“시간이 없어서 많은 시간을 가사 쓰기에 들이지는 못해요. 일상적인 고민을 문학적으로 이야기하려고 하죠. 또, 소소한 감정을 일상 언어로 풀어내는 걸 좋아합니다.”

이씨는 랩 가사에도 운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어요. “원래 시를 좋아해요. 깊게 아는 것은 아니지만 학교를 졸업한 후부터는 살면서 만났던 많은 시들이 저에게 꽤 큰 울림을 줬고요. 그 표현력을 보며 많이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죠. 랩에 운율감을 담는 데에 도움됐고요. 랩의 요소 중 운율 즉 라임은 필수적인 것이지만 담고 싶은 메시지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만 활용해야 좋죠.”

이씨는 랩 가사 쓰기가 여러분 또래 학생들에게도 분명히 도움된다고 말합니다.

모든 문화 예술 창작 활동은 비슷해요. 내 고민을 더 깊게 들여다보고 생각을 구체화해 그릇에 담는 거죠. 자기표현 활동이잖아요. 앞으로 나 자신이 세상을 살아가는 태도를 다듬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소년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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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당부도 잊지 않았습니다. 랩을 하고 싶어 가사를 쓰려고 노력하는 것은 좋지만 비속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는 거예요.

“힙합은 흑인들로부터 시작된 자유롭고 틀에 얽매이지 않는 문화 흐름이잖아요. 비속어나 은어를 절대 쓰지 않던 음악계의 관행을 깨고 재치 넘치는 문화로 자리한 거죠. 저는 가사에 비속어를 쓰지 않지만 예술은 표현하는 사람의 몫이잖아요.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거라면 고민해야 하고요. 랩은 본인이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 방향으로 담는 거예요. 속칭 말하는 ‘센 척하는’ 음악이 아니거든요. 멋있다고 무작정 누굴 따라 하는 건 하나도 멋지지 않아요.” 

 

사진은 지난 2월 유튜브에 공개된 ‘LoyeL - Taken By Me (feat. 달지) Official MV’ 일부다. ‘달지’ 이현지 교사가 피처링(featuring, 다른 가수의 음악 등에 참여하는 행위)했다.
사진은 지난 2월 유튜브에 공개된 ‘LoyeL - Taken By Me (feat. 달지) Official MV’ 일부다. ‘달지’ 이현지 교사가 피처링(featuring, 다른 가수의 음악 등에 참여하는 행위)했다.

 

이씨는 대학교에 들어갔을 때, 취미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음악 동아리(경인교육대학교 힙합동아리 ‘배틀라이크’)를 찾았습니다. 활동하다 보니 랩에 매료됐죠. 졸업하고 나서도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 때문에 인터넷에서 직장인 음악 모임을 수소문했죠. 이후 함께할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4월 기준 소속 음악모임 ‘TrashBox’).

랩을 처음 시작하는 학생들은 어떻게 용기를 내면 좋을까요. 이씨는 유튜브나 사운드 클라우드(독일 베를린에 본사가 있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타트업) 등을 통해 다른 사람의 활동을 눈여겨보라고 조언합니다.

유튜브, 사운드 클라우드를 비롯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다른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채널도 좋아요. 여러분이 듣기에 좋은 랩을 찾아 들으며 음악 공부를 하는 거예요. 노래방에 가서 좋아하는 노래도 자주 부르고요. 같은 관심사를 가진 친구를 찾고 함께 이야기하세요. 가사를 써서 바꿔보는 것도 좋고요.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모임을 꾸리거나 도전을 할 수도 있겠죠. 실력은 함께 자랄 거고요.”  

 

달지쌤이 말하는 ‘학생이 랩에게 받을 수 있는 좋은 영향’ 3

 

소년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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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랩은 본인의 가사를 본인의 이야기로 직접 쓴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글쓰기에 도움이 되고요. 일종의 문학이거든요. 예를 들어 랩 경연프로그램도 시 쓰기 대회나 글짓기 대회랑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해요. 랩도 다른 장르의 예술과 마찬가지로 자기를 표현하는 멋진 방식이죠.


2) 자신의 가사를 쓰면 자기표현과 이해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내 생각에 대해 깊게 들여다보고 정리하는 거예요.


3) 감수성, 위로, 즐거움, 공감 등 음악을 통해 느끼는 좋은 감정을 랩에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랩 입문하기 STEP 4

 

이씨는 종종 공연 무대에도 오른다. 근래엔 정당한 대가를 받는 공연 문화가 정착해야 한다는 생각에 여러 활동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 좋은 영향을 끼치기 위해서다.
이씨는 종종 공연 무대에도 오른다. 근래엔 정당한 대가를 받는 공연 문화가 정착해야 한다는 생각에 여러 활동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 좋은 영향을 끼치기 위해서다.

 


1) 오늘 겪은 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뭔가요.
학교 수업/학원 수업/친구와의 만남/담임 선생님의 말 등


2) 여러분이 기분은 어땠나요.
지루함/기쁨/보통/놀람/화남 등


3) ①, ②를 토대로 여러분이 하고 싶은 말을 세 문장 안에 표현해보세요.
예) “밤새 모니터에 튀긴 침이 마르기도 전에 강의실로 아 참, 교수님이 문신 땜에 긴 팔 입고 오래.
난 시작도 전에 눈을 감았지.날 한심하게 볼 게 뻔하니 이게 더 편해.” (래퍼 우원재의 ‘시차’ 가사 일부)


4) 소리 내 말해보세요. 완성작은 글, 녹음 파일, 영상 모두 좋아요. 소중 홈페이지(sojoong.joins.com) 자유게시판에 올려 공유해 보세요.



 
기사=강민혜

사진=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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