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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온동 꽃놀이
학온동 꽃놀이
  • 시민필진 김정옥
  • 승인 2019.07.09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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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여름이 오기 전,

꼭 만나고 싶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뜨거운 낮이 되기 전에 밥 한 끼, 차 한 잔해요

얼굴을 마주보고 악수를 하면,

우리 사이도 더 가까워 질 것 같습니다

 

창작공간 광명초청 메시지에 끌려 길을 나섰다.

20196월에 예술인이 펼치는 꽃놀이란 어떤 모습일까.

학온동 뒷골을 지나 노리실 낚시터까지 덤불 좁은 길을 쭉 올라갔다. 더 이상 길이 없어 보인다. 스마트폰 길 찾기를 의심하며 고개를 갸웃하는데 먼발치로 '예술협동조합 이루. 창작공간 광명' 이란 안내표시가 눈에 들어왔다.

 

입구 임직한 길로 한 발 두발 들어서자 흙 내음 풀 향기가 서늘하다. 양쪽으로 빼곡히 서 있는 나무는 무성한 나뭇잎으로 다소 어둑한 터널을 이루었다. 비탈길 위로 끝까지 오르자 확 트인 너른 마당에 건물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축제 펼침 막이 바람을 타고 나부끼며 손짓했다.

 

 

학온동 꽃놀이 축제는 이틀간 펼쳐졌다. 첫날은 예술인들의 네트워크 파티, 둘째 날은 학온동 주민 모심이다창작공간 광명둘러보기 학온동 풍경 포토 존에서 기념촬영 부채에 꽃 그리기 밥 나누기 순으로 진행되었다.

 

권일순 이사장(광명예술협동조합 이루)은 여는 마당에서
 

광명시를 잘 들여다보면

문화 예술 작가가 많음에도 모이지 못해

서로 누가 어디에서 무슨 작업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고 있다.

같이 만나 인사 나누는 시간을 갖고 싶어 조

촐한 초대의 자리를 마련했다.

 

창작공간 광명은 레지던시로 창작을 위한 공간이다.

작가들은 작품 활동을 위해 개인 공간이 필요하지만 웬만큼 여유가 있지 않고는 작업실을 갖기 어렵다.

이런 사실을 주목해 201877일 창립한 예술협동조합이루가 젊은 예술가들의 꿈 지원에 나섰다.

 

작가 안에 살아있는 예술혼을 유감없이 쏟아 작품에 몰두하고 서로 소통하고 또 협업이 가능한 레지던시 문을 열자 서양화 한국화 패션 공예 등 작가 8명이 입주를 했다.

개인에게 작업공간이 주어졌고 디자인 상품 개발연구실도 갖추었다. 밤새도록 예술을 논하고 나누고 싶은 자유로운 낭만 인을 위한 게스트하우스가 있는가 하면 시민대상 교육을 여는 시민대학도 운영한다.

 

입주 조건이라 하면 한 달에 10일 이상 작업을 해야 하고 일 년에 두 번 전시회를 갖는 것이다. 작품을 통해 지역사회와 만나고 시민들이 다양한 예술에 대해 공감하고 사랑할 수 있는 기회의 장 마련이다.

더 중요한 것은 광명 시민이 되는 것이다. 

 

“열악한 환경이지만 예술가들의 열정으로 자생적으로 생겨난 곳이다”라며 박정수 작가는 공간과 작가를 소개하며 “도와주지 않으면 이곳은 죽을지도 모른다”라고 농담 반 진담 섞인 위트로 진지하던 축제의 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박정수 작가

 

사회의 고정화된 관계, 인간성 회복을 주로 표현하는 박민규 작가는 
10여 년 동안 소통 교류 공존이란 주제로 다양하게 자연과 사물에서 볼 수 있는 재료 이미지를 이용하여 작업을 하고 있다.

현재는 고리로 관계성 있는 작품을 만들어가고 있다. 고리와 고리를 연결하면 색과 조명 빛 각도에 따라 변화하는 둥근 그림자는 개인과 개인을 연결하고 사회 국가와 연결되는 관계를 표현한다.

고리가 모두 같아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각기 다른 것, 그러나 다 관계성으로 연결 돼 있음을 드러내고 싶었단다.

박민규 작가 <고리>

 

김민수 작가는 입주 한지 일 년이 안 된 작가다.

그동안 생활을 위해 그림 작업을 멀리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진짜 하고 싶은 것은 미술 활동이라는 것을 깨달고 고민했다. 이 모습을 본 그의 아내가 ‘그동안 고생했으니 하고 싶은 것 하라’고 용기를 줘서 다시 붓을 잡았다고 한다.

광명동굴과 연결되는 서독산 아래 노리실은 꿩도 있고 가끔 고라니도 내려오는 곳으로 이제 사계절을 지나고 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를 ‘공허한 풍경’이란 그림에 담았다.

식물이 다 죽어있는 겨울, 하지만 죽어있는 게 아니었다. 생의 주기에 따라  깊은 곳에서 다시 봄을 기다리는 뜨거운 환영은 바로 자신의 마음속에 살아 숨 쉬던 빛이다. 

 

설명하고 있는 김민수 작가

 

작업실에 어지럽게 쌓여있고 걸려있고 늘어져있는 각가지 도구와 물감 냄새는 세상을 향해 자신을 향해 산통을 겪고 있는 예술가의 치열한 흔적이다.

전희상 작가 작업실

 

현재 개인전을 펼치고 있거나 준비하고 있는 작가 작품 활동 때문에 해외에 나가 있는 작가 또 생활을 위해 일터로 출근한 작가 교단에 서기도 하는 입주 작가들 세계를 엿볼 수 있었다. 

전희상 작가 작업실

 

축제에 참가 하면서 받은 이름표와 색상 스티커 5장의 역할은 인사 나누고 싶은 상대방 이름표에 스티커를 붙여주는 것이다.

안세희(철산 갤러리앨리스)작가가 설명을 마치고 “미션 시작!” 하자 사람들은 빠르게 혹은 서서히 이동하며 신나는 게임이라도 하듯 눈 마주치는 사람과 다정하게 통성명하고 반갑게 명함을 주고받기시작이다.

서로 인사하기


명함 없이도 광명사람이라는 공통점 하나로 오랫동안 알고 지낸 지인 만난 듯 얼굴이 활짝 펴졌다. 


축제의 절정은 아마도 꽃을 살포시 얹은 비빔밥에 새콤달콤한 꽃차가 아니었을까.

 

꽃비빔밥과 꽃차

 

감탄에 감탄을 더하며 화기 애애 “만남은 역시 좋은 것이다”라고 이구동성이다.  

 

20년 동안 한국화가로 전문작가 활동을 하고 있다는 박소은(철산동)씨는

광명에서의 활동보다

국내외 활동을 주로 하는데 초대를 받고 이곳을 알았다.

든든한 동지가 생긴 듯해서 함께 활동하고 싶다 

 

김형숙(광명미협 회원)씨는

이젠 광명도 살기 좋아졌다.

‘창작공간 광명’처럼 문화 예술을 시민 속으로

더 가깝게 끌어 들여 삶의 질을 높일 필요가 있다.

예술작품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도록

KTX광명 역사나 광명동굴 등에 공간을 내주었으면 한다” 

 

친구와 함께 놀이 삼아 왔다는 김남미(소하동)씨는 부채에 꽃그림을 그려 넣으며

광명에 오래 살았는데 노릿골이란

동네가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오늘 처음 알았다.

와보니 담양 예술촌이 생각났다.

폐허된 옛 양조장 건물과 창고가

지자체의 노력으로 예술 공간이 되어

관광객이 북적이는데

이 창작공간도 그곳 못지않게 멋진 곳이다”

부채에 그림담기

 

부채그림

 

 

첫날 예술인 만남 못지않게

공을 들인 사람은

둘째 날 학온동 어르신들 모심이다

라고 권일순 이사장은 말한다.

 

대를 이어 학온동 일대에서 농사를 짓고 살아온 어르신들은 창작공간이 노리실에 들어온 것을 못마땅해 하며 심한 말까지 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일대에 도시개발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어 내일의 삶이 불안한데 개발에 편승해 부추기는 단체로 오해 한듯하다.

“지역민들 못지않게 안타까운 마음인데”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학온동 풍경을 그림으로 담아 포토 존으로 세웠다. 꽃놀이 추억 속에 아름다운 학온동 모습을 사진에 담아서 오래도록 기억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학온동 포토존

 

축제가 끝날 무렵 이 한 폭의 그림을 경매에 붙였고 낙찰 받은 이는 학온동 8통 경로당에 흔쾌히 기증했다. 

경매

 

광명시에 예술창작 활동의 뿌리를 내리고 이웃 기부 나눔 자연 환경을 넘나들며 꽃을 피워 그 향기가 사람이 사이사이 지역 구석구석 스며들게 하고 있는 ‘창작공간 광명’ ‘예술협동조합 이루’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환경강좌 ‘지구의 여름바캉스’를 연다. 7월 6일부터  4주간 매주 토요일 오전10시~12시30분 광명평생학습원, 선착순 30명 접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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