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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뉴스

꼬깃꼬깃 이야기마실 가실래요?

  • 기자명 광명시
  • 승인 : 2011.11.08 11:52
  • 수정 : 2012.09.18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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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들의 꼬깃꼬깃 이야기마실

“땅속 깊이 몰래 감자 같은 것을 묻어두면 쇠꼬챙이로 쑤셔서 다 찾아내 빼앗아가고, 참 일제 시절의 괴로움은 말로 다 못하지. 학교에서도 다 들 일본말만 써야 하고. 해방되었다는 소식에 너도 나도 얼마나 기뻐했는지…. 학교에선 전 학년이 똑같이 기역 니은 디귿부터 다시 배웠어. 한자 한자 한글로 쓰고 읽는데 얼마나 좋던지 말이야. 근데 나라가 독립된 줄 알았더니 이렇게 반쪽이 되어서는….”

이수영 할머니가 태극기의 네 괘를 정성껏 칠하시며 하시는 말씀입니다.

열아홉살부터 장사를 시작해서 안 팔아본 것이 없었다고 말씀하시며 눈물을 훔치시는 박삼여 할머니께서도 우리나라의 지도 한 부분에 예쁘게 색을 넣고 계십니다. 하얀 모시 개량 한복이 유독 잘 어울리시는 김남순 할머니는 정성껏 그린 태극기를 가슴에 올려놓고 감격스러워 하시고요. 장무생 할머니는 해방동이를 낳았다는 자랑과 함께 태극기를 힘차게 흔들어 보이십니다. 제대로 학교공부 좀 했으면 더 잘 그렸을 것이라며 아쉬워하는 할머니도 함께하고 계십니다.

꼬깃꼬깃 이야기, 쫄깃쫄깃 풀어요

광명 5동 경로당에서 펼쳐지고 있는 ‘만남’프로젝트의 ‘꼬깃꼬깃 이야기마실’ 프로그램 진행 장면입니다. 여남은 명의 경로당 어르신들께서 참여해 ‘꼬깃꼬깃’ 접어두었던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쫄깃쫄깃’ 감칠맛 나게 풀어내고 계십니다. 연말께 이야기가 모아지면 자서전 그림책으로 펴내 전시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여기 어르신들이 견뎌온 삶은 우리네 근현대사를 온 몸으로 고스란히 담아 낸 ‘생생한 날것’ 그 자체입니다. 고단한 세월 속에 얽혀진 주름살도, 거뭇거뭇 조심스레 피어나는 검버섯조차도 마냥 숭고하고 아름답습니다.

광명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센터장 서두원)는 바로 이 ‘꼬깃꼬깃 이야기마실’이 포함된 ‘만남’ 프로젝트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선정하는 ‘2011년도 지역사회 문화예술교육활성화 지원사업’으로 채택되어 예산 5천만원을 지원받았습니다. 전국 16개 시·도 1,308개 기관 단체가 1,521개의 사업지원 신청을 했고, 그 중 290개의 사업이 선정되었는데 그중 만남프로젝트도 뽑혔습니다. 서두원 센터장은 만남프로젝트의 취지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할머니들 화이팅!!

광명 할머니들의 소소한 삶이 자서전으로

“한때는 사회와 지역과 가정의 중심이었지만 어느 덧 주변으로 비껴서 계시거나 멀찌감치 물러나서 뒷짐 지고 계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꼬깃꼬깃 이야기마실’은 바로 이러한 지역의 소외된 어르신들을 보듬어 가기 위한 프로그램입니다. 어르신들께서 삶의 궤적을 돌아 볼 기회를 가지며 그 모든 삶의 소소한 일상들을 가치 있게 정리하는 과정과 결과물을 통해서 자존감과 정체성을 회복시켜 드리자는 의도입니다. 시작은 광명권을 중심으로 하지만 철산, 하안, 소하권으로 지역을 넓혀가며 활성화시킬 예정입니다.”

고향의 옛 동산 꾸며보기, 6.25 관련 영상을 보며 전쟁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보기, <학교종이 땡땡땡>이란 노래를 부르며 소학교 시절 돌이켜보기, 색종이로 신랑각시 꾸미면서 결혼생활 되돌아보기, 다듬이질하며 시집살이 이야기 나누기 등의 다채로운 내용으로 진행되고 있어 어르신들이 적극 참여하고 계십니다.

가장 힘들었던 시절을 생각하며 그 고된 시간을 잘 이겨낸 당신 자신에게 훈장 만들어주기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누구의 삶인들 고달픔이 없을까요. 칠십 또는 팔십 평생을 온 몸으로 오롯이 겪어내면서 오늘까지 이어온 것 그 자체만으로도 당신들에게 충분히 훈장을 수여할 만하지요. 어느 날엔 <그대를 사랑합니다> 영화를 보며 노년의 삶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보기도 하고 어느 날은 이별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며 먹물 그림을 그려보기도 합니다. 내면의 소망을 담아서 만다라를 만들어보기도 하고요. 

이야기로 엮는 젊은 세대와의 만남 

젊은 강사의 열정한켠에는 그 모든 것을 함께 하며 어르신들이 하는 이야기를 단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기록하고 정리하는 젊은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이 프로그램의 강사인 안정미 씨입니다.

“미술, 음악, 영화, 문학과 무용이 통합된 융합 활동을 진행 중입니다. 문화 예술이 결합된 다채로운 활동을 통해 어르신들이 살았던 지역과 세월과 당신들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털어놓으시면서 당신들의 삶을 활기차고 의미 있게 만드실 수 있지요. 또한 그 기록물들을 만들고 발표하는 과정을 통해 가족 간, 세대 간, 이웃 간의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면서 어르신들의 문화를 대물림하는 것이 될 것이고요. 당신들 스스로가 지역사회와 문화의 주인공일 수 있다는 자긍심을 느끼실 기회가 될 것입니다.”

어르신들과 직접 몸으로 부대끼며 프로그램 진행에 땀을 흘리고 있는 권은희 강사도 어르신들의 열정과 꿈과 사랑에 대해 새롭게 이해할 수 있었다며 그 간의 소회를 밝힙니다.
 
“처음에는 본인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일을 거북하게 여기시기도 했고, 몇 가지 미술 관련 활동을 하실 때는 손주들이나 할 일을 왜 우리가 하냐며 애맨 말씀을 하시기도 하셨어요. 하지만 어르신들의 말씀을 진지하게 들어드리자 마음 문을 열어 주시고 여러 가지 작품들을 직접 만들어 보시면서 일상이 문화와 예술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하시는 것 같았어요. 말하자면 작은 문화 활동과의 만남을 통해 어르신 세대들과 저와 같은 젊은 세대와의 또 다른 소통이 시작되었고 또 그 이상의 확장된 만남과 소통을 기대할 수 있게 된 셈이지요.”

음악으로 꿈+꾸다, 아동센터 아이들의 꿈 마당

한편, 뮤지컬 ‘음악으로 꿈+꾸다’ 역시 만남프로젝트 중 또 하나의 프로그램입니다. 소외된 지역아동센터의 아이들 이십여 명이 청소년 창작 뮤지컬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마음을 열고 창의력을 끌어내고 있습니다. 뮤지컬 연습과 공연 과정을 통하여 꿈 찾기에 도전해 보고 ‘문화감수성’을 키우면서 자신에 대한 자긍심을 키우고 자기표현과 발산의 기회를 갖는 것입니다. 집단 활동을 통한 만남과 소통, 그리고 어울림의 아름다움을 온 몸으로 익히고 있습니다.

어느 시인은 '가장 아름다운 만남은 손수건과 같은 만남이다. 힘이 들 때는 땀을 닦아주고 슬플 때는 눈물을 닦아주니까'라고 했습니다. 문화와의 만남은 무미건조하고 때로는 버겁기까지 한 비루한 우리네 삶을 위로하고 희망을 갖게 해주는 아름다운 만남이 아닐까요?

따뜻한 마음들이 도란도란 함께 모여 문화의 향기 그윽한 광명시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지금, 단풍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가을입니다.

글·강은아<청강문화산업대 겸임교수, 문화저술가>/사진·광명문화예술교육센터, 강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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