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시민톡톡

"여자의 꿈에 날개를 다는 직업을 아세요?'

  • 기자명 시민필진 홍선희
  • 승인 : 2011.11.25 14:37
  • 수정 : 2012.09.18 23:1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성새일센터 일자리 상담사들


“제 나이가 올해로 41세입니다. 불혹의 문턱을 넘고 보니 앞으로 남은 인생에 대한 생각이 깊어지더군요. 아이들도 언젠가 내 곁을 떠날 텐데, 앞으로 50년 이상 살 자신이 있는 제가 뭘 하며 살아야 할까 고민했어요. 그래서 도전한 거예요. 이제라도 직장을 찾아, 남은 인생을 좀 더 의미있게 생활하고 싶어요. 돈을 벌면 생활에 보탬이 되기도 하고요.”

두 돌이 채 안된 아이 엄마 도지우(41) 씨. 광명 여성새로일하기센터(이하 새일센터) 집단상담프로그램에 참가한 이후 본격적인 구직활동에 나서게 됐다. 사회복지 관련 석사학위까지 소지하고, 자격증은 물론, 관련기관 재직경력 등 화려한 스펙을 가진 도 씨. 그녀를 위해 새일센터 선채숙 직업상담사가 개인 심층상담을 맡았다.

“자신의 경력이나, 능력에 걸맞은 관리직종을 원하세요. 아이가 아직 어려, 출퇴근 거리와 근무시간도 중요하게 생각하시네요. 광명은 물론, 서울시 금천구나 구로구 쪽으로도 수소문해봐야 할 것 같아요. 도씨처럼 능력이 뛰어나신 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우리 사회의 큰 손실이잖아요.”

도 씨와는 달리 본인이 원하는 직종에 대한 아무런 준비가 없는 경력단절 여성들도 허다하다. 이런 여성들을 사회가 원하는 전문 인력으로 양성하기 위해 새일센터에서는 직업교육 훈련을 한다. 선 상담사의 주요 업무이기도 하다.

“경리회계사무원 양성, 자기주도학습 코치 등 4개 과목이 마련돼 올해 8월까지 80여명 정도가 교육 받았어요. 내년에는 업체의 수요가 많은 직종에 관련된 수업과정을 새로 개설할 계획이며, 현재 시장조사 중입니다. 과목도 5가지로 늘어날 텐데, 내년 1월 무렵 수강생을 모집할 예정입니다.”

취업의지만 확고하다면 

선 상담사의 가장 큰 보람은 이런 직업훈련을 통해 거듭나는 주부들을 볼 때다.
“자기주도학습 코치과정을 마친 한 50대 주부는 학원강사를 하시던 분이었어요. 예전의 자신은 학생들의 성적 올리는 데만 급급했는데, 교육을 마치고 난 후 학생들의 학습 멘토로서, 앞으로 어떻게 아이들을 다루고 접근해야 하는지 새롭게 알게 됐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나 이런 교육들이 무료로 이뤄지는 만큼 취업에 상관없이 단지 자기개발을 위한 수강 희망자들까지 몰려, 선 상담사를 곤혹스럽게 하기도 한다.

“주부들의 취업을 목적으로 마련된 강좌라서, 확고한 취업의지를 지닌 분들에게 우선적인 교육 혜택을 드리려고 합니다. 취업의지 여부를 가려내기가 솔직히 좀 힘든 부분이죠”
새일센터의 직업훈련 교육을 받기 원한다면 먼저 류미숙 직업상담사가 맡고 있는 집단상담프로그램에 참가하면 조금 유리하다. 수강을 위한 가점을 받을 수 있어서다.

류 상담사는 한 마디로 여성들의 ‘제2의 인생’에 첫 단추를 끼워주는 역할을 한다. 월~금요일 하루 4시간씩 매월 2회 운영되는 집단 상담프로그램. 여성들이 자신감과 자존감 회복을 가장 큰 목적으로 삼는다.

“50대 이상의 20년 이상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은 자존감이 없어 우울증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사회 진출에 대한 두려움까지 갖는 경우가 많아요. 남편의 사업실패로 폐쇄적인 생활을 하다가 이곳을 찾은 50대 주부가 있었는데, 문 앞에서 머뭇거리다가 겨우 사무실로 들어섰다고 하셨어요. 그분은 프로그램 첫 날 자기 설움을 토해내며 얼마나 우셨는지 몰라요. 그러더니 다음 날 얼굴표정이 달라져 오셨더라고요.”

여성 제2의 인생에 첫 단추

이처럼 류 상담사는 주부들의 마음을 다독여, 취업 의지를 다지도록 돕고 있다. 30, 40, 50대 연령대별로 접근방식도 다르다.

“30대는 젊은 만큼 욕심도 많고, 급여에도 민감하죠. 일단 이것저것 재는 경우가 많은데, 돈도 벌면서 교육을 받는 다는 마음으로 첫 직장에 대한 눈높이를 조금만 낮추라고 충고 하죠. 아울러 육아에 대한 부담이 가장 큰 시기이니, 일단 자녀를 잘 키우고, 사회진출을 위해 준비하는 기간으로 삼을 것을 강조해요. 40대는 여성들에게 제2의 사춘기예요.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 시점에서 여생에 대한 새로운 설계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설명해요. 50대는 보수를 떠나 자아실현을 하고, 사회적 활동을 하는 것에 의미를 두라고 얘기하고요.”

특히 고학력 중년여성들의 자아실현 욕구는 그 어느 세대보다 높다는 게 류 상담사의 설명.그래서 이런 여성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은행에서 오랫동안 근무하셨던 한 50대 중반 주부를 지역아동센터의 특강센터 강사로 취업하도록 했는데, 스스로 보람을 느끼며, 열심히 활동하고 계시죠. 역시 50대 인데, 암을 극복하신 주부였어요. 이분 역시 지역아동센터는 물론, 저희 집단 상담 프로그램 사례발표자로 초빙했는데, 만족을 넘어 자신의 가치를 되찾는 시간이 됐다며, 저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메시지를 전했어요.”

'열정이 일자리를 만든다' 구직등록 2,021 명 중 1,666명 취업

주부들이 자신의 존재 의미를 깨닫고, 사회에서 자신의 위치를 제대로 찾아가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류 상담사는 비로소 자신도 성장한다고 고백했다.

이곳을 통해 취업한 결혼이민 여성도 상당수. 지금까지 새일센터에 구직등록을 한 사람은 2,021명이고, 그 중 취업을 한 사람은 1,666명이다. 그 중 결혼 이민여성은 13명인데, 결혼이민여성 취업 1호를 탄생시킨 주인공이 바로 이미현 취업 설계사이다.

“지난 5월 필리핀 여성을 SK테크노파크 한 업체에 취업시켰어요. 사후 관리차 종종 방문하는데, 그 어느 남자 직원보다 숙련된 실력으로 제 몫을 다 하고 있어, 본인은 물론, 고용주 역시 매우 만족하고 있어요.”  

이 같은 다문화여성의 취업 성공사례는 고용주들의 선입견을 없애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래서 이 설계사는 더욱 뿌듯하다. 그녀는 또 취업을 준비하는 여성들에게 충고도 덧붙였다.
“희망 사항을 피력하기에 앞서, 현실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습득하고, 자신을 냉정하게 되돌아 보는 것이 필요해요. 소위 말해 ‘잘나가던 시절’만 생각하고 취업에 나서는 건 금물이예요. 자신의 업무능력도 객관적으로 살펴보고, 자격 능력을 보충해 장기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직장에 취업하도록 권유하죠”

눈높이 맞추는 일 쉽지 않지만

여성들의 기대치와 현실이 절충되지 않아 취업상담사들은 구인·구직자 사이에서 낭패를 보기도 한다. 

김복희 취업설계사는 “업체에 취업알선을 위해 연락했다가, 새일센터 소개 인력은 아는 게 많아 까다롭게 굴어 싫다며 거절당하기도 했다”면서 “또 한 구직자에게 청소업체 취업알선을 위해 전화했더니, 좋은 곳을 소개해 주지 못 할 거면 전화하지 말하며 뚝 끊어버리기도 해 황당했었다”고 털어놨다.

김 설계사는 “첫발을 내디딜 때는 일단 뭐든지 시작을 해서, 인맥도 넒히고, 경험도 키운다는 각오로 나섰으면 한다”며 “업체들 역시 노동자들을 마음대로 다루는 소유물이 아닌, 같이 성장해 가는 동료로 바라보는 폭넓은 마인드를 가졌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새일센터는 취업한 여성들의 원활한 직장생활을 위한 갖가지 지원사업도 펼치고 있다.
김복금 취업설계사는 새일센터를 통해 취업한 여성들이 일하는 사업장의 환경을 개선하는 일을 도맡고 있다. 최근 10월에도 광명동의 소규모 제조업체 2곳의 휴게실과 화장실을 개선해 근로자와 고용주의 큰 호응을 얻었다.

“근로자 대부분이 여성인 한 제조업체는 휴게공간이 오픈돼 있어, 여성들이 오랫동안 고정된 자세로 단순노동을 하느라 피로가 쌓이는데도, 제대로 쉴 수 없었어요. 그런데 업체와 공동으로 사업비를 부담해 안쪽의 창고 한 켠을 개조한 뒤 안마의자 3대를 설치해 지금은 훌륭한 휴게실로 변했죠.”

이 같은 환경개선은 업무효율을 향상 시킬 뿐만 아니라, 사내 분위기도 달라져, 업체 대표들이 더 반긴다고 김 설계사는 말했다.

화장실을 새로 고친 또 다른 업체 역시 같은 반응이다. 전체 직원 20여 명 가운데 여성이 대여섯 명에 불과한 터라 편의시설 역시 남성위주로 돼 있었던 것. 특히 화장실이 남·여 공간 분리가 안 돼 불편이 컸다. 그런데 공간을 조금 넓혀 양변기를 새로 설치하고, 샤워 시설까지 마련해 분위기를 180도 바꿨다.

여자가 일하기 좋은 직장 만들기

“감동하는 근로자들을 보고, 사장님 역시 서로 존중하고 신뢰가 쌓는 계기가 됐다며 저희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어요. 사실 업체를 선정하고, 몇 번씩 찾아가 설득하기까지 어려움도 많았지만, 깨끗한 공간에서 편히 쉬고, 열심히 일하는 근로자들을 보니, 정말 보람 있었죠”

김 설계사의 보람은 여기서 머물지 않았다. 환경 개선 사업에 참여한 업체들이 너도나도 다른 업체를 소개하겠다고 나서고, 새일센터를 통해 구인을 하겠다는 통보까지 해왔기 때문.의식이 개선된 고용주를 접하면서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를 새삼 깨닫게 된다며 김 설계사는 뿌듯해 했다.

퇴근해 집에 돌아온 여성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가 바로 가족들의 저녁 준비다. 이 같은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자 새일센터가 하는 일이 바로 밑반찬 지원 사업이다.
이 업무를 맡은 배영희 취업설계사는 “센터를 통해 구직등록을 하거나, 취업을 한 여성들은 1달에 1만원만 내면, 1주일에 3가지씩 4인가족 기준량의 밑반찬을 지원받는다”며 “결혼 이민여성이나, 취약계층 여성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매주 수요일 오후 3시부터 저녁 8시 사이에 이용자가 새일센터를 방문해 반찬을 직접 가져가는 게 원칙. 그러나 사정이 여의치 않는 여성들을 위해 취업설계사들이 직장 또는 가정으로 반찬을 배달해 주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배 설계사에게 이 같은 수고보다 더 힘든 것은 음식변질에 대한 걱정이다.
“1달에 49명씩 지난 5월부터 한 여름을 제외하고, 총 4개월 동안 밑반찬을 지원했어요. 현재 올해 사업이 종료됐는데, 안전성 때문에 관리감독에 한계가 있어,  그 규모를 확대하지는 못할 형편이예요.”

다문화여성들도 함께해요

걱정이 많았던 만큼 소득도 컸다. 음식을 제때 잘 전달하기 위해 취업여성들과 수시로 연락을 주고 받다 보니, 친밀도가 높아졌다. 다문화여성들은 맛보지 못한 음식들을 접하며, 한국의 문화를 새롭게 알게 됐다는 후문이다. 

새일센터 음식을 통해 이웃과 정을 나누는 미담도 전해졌다.
“형편이 어려워 며느리가 일을 나가고 홀로 계시는 시아버지가 있었는데, 저희가 지원한 반찬을 이웃의 독거노인과 나눠드신다는 얘길 들었어요. 단지 음식이 아니라, 이웃과 사랑을 주고받는 매개체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에 감동했어요”

새일센터는 단순한 취업알선 기관이 아니다. 여성의 능력향상을 물론, 여성이 일하기 편한 기업환경 및 직장문화 개선 등 그 기반사업을 폭넓게 펼치고 있다. 여성 취업 후 가정과 직장생활의 양립을 위한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아이를 낳고 키우느라, 살림하느라 하고 싶었던 일을 잠시 제쳐뒀다면, 혹은 꿈을 잠시 접어뒀던 여성이라면 새일센터 문을 꼭 두드려 보라고 권한다. 자신을 재발견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더 나아가 취업을 원한다면 그 두렵고 설레는 발걸음에 새일센터 직업상담사와 취업설계사들이 함께 할 것이다.    
 


  글/사진·홍선희<자유기고가>      

   
    
                    
             

저작권자 © 광명시 뉴스포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1유형:출처표시 위 기사는 "공공누리"제1유형:출처표시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