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시민톡톡

'착한 소방관' 김지찬 소방교(광명소방서)

  • 기자명 시민필진 홍선희
  • 승인 : 2011.12.01 13:41
  • 수정 : 2012.09.16 21:1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방관들을 위해 건조기를 발명한 김지찬 광명소방서 소방교


구릿빛이다. 환하게 웃는 얼굴에 가지런히 드러난 새하얀 치아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지난여름 내내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 알만하다. 주인공은 광명소방서 하안 119안전센터 김지찬 소방교(39). 그는 지난 8월 말에 열린 2011년 경기도 소방장비 개발대회에 ‘다목적 건조기’를 출품, 올해 소방장비 발명왕으로 선정됐다. 또 지난 10월에 28일 인천시 한 리조트에서 열린 제16회 중앙 소방장비 개발대회에 경기도 대표로 참가해 소방방재청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소방관들은 한겨울에도 단 한번의 현장 출동만으로도 온 몸은 물론, 방수복까지 땀으로 흠뻑 젖는다. 출동 때마다 1~2㎝ 두께의 방염 방수 처리된 특수 복장을 위아래로 갖춰 입고 나가니 그 사정은 알 만하다.

한겨울에도 덜 마른 옷 입고 화재현장 출동

김 소방교의 하루 평균 출동 횟수는 대여섯 번.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배로 늘어난다. 축축해진 옷이 채 마르기도 전에 다시 입고 나간다. 그래도 바람과 볕이 좋은 날은 낫다. 장마철이나 겨울에는 사정이 더 심각하다. 옷이나 장화는 물론, 소방호수조차 제대로 마르지 않아 이만저만 힘든 게 아니다. 특히 겨울에는 더 큰 문제. 소방호수 내부의 덜 마른 물기가 얼어, 화재 현장에서 물을 뿜어내는 순간 얼음이 노즐로 몰려 막히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초를 다투는 상황에서 화재진압에 큰 차질이 생긴다.

김 소방교가 다목적 건조기를 개발하게 된 데는 바로 이런 어려움 때문이다. 구제역 때문에 출동도 많았고, 유난히 추웠던 지난겨울에는 더욱 극심한 고생을 했다. 당시 부천소방서에 근무했던 김 소방교. 소방 호수를 사무실 안이며 계단 통로, 지하창고에까지 널어놓고 말리느라 무척 애를 먹었다. 소방서를 찾은 민원인들에게 본의 아니게 불편을 끼치기도 했다. 그래서 건조기 개선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히 느끼게 된 것이다.

다목적 건조기는 소방관의 피복과 장화 등 출동 복장과 소방호수를 단시간에 말릴 수 있는 장비다. 현재 사용하는 건조기는 쉽게 설명해 대형 식기 건조기와 같다. 대형 박스 모양으로, 크기가 너무 커, 별도의 설치공간이 필요하다. 또 원하는 장소로 쉽게 옮기기가 어려운 것은 물론, 전력소비도 많다.


기존 건조기 2시간 50% 건조

반면 김 소방교가 개발한 다목적 건조기는 크기도 훨씬 작고 무게도 20㎏ 정도로, 옮기기가 쉽다. 특히 기존장비의 8분의 1정도 에너지로 15분만 사용하면 방수복이 완전 마른다. 기존 건조기는 2시간을 작동시켜도 50% 정도의 습도가 남아 있는데다, 고열 건조방식이라, 장비가 변형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김 소방교의 발명품은 이런 염려도 없다. 또 코일 냉각기능으로 제품 수명을 연장한 점, 타이머를 설치해 무인작동이 가능하게 한 점도 장점이다. 송풍구에 폐 소방호수를 재활용해 장착한 것도 눈여겨 볼 사항이다.  

“기존 건조기는 그 안에 피복을 집어넣어 말려야 해요. 그래서 수분이 완전히 날아가지 않아, 축축한 느낌이고, 냄새가 나기도 했죠. 하지만 제 발명품은 공기 중에서 개방 상태로 사용해 완전 건조가 가능해요. 소방장화도 20분이면 다 마릅니다. 가장 큰 장점은 소방호수도 2~3분이면 내부까지 완벽하게 말릴 수 있는 거죠.”

김 소방교의 말처럼 현재 소방호수는 아예 건조기 사용이 불가능하다. 소방서 야외에 별도로 설치된 호수 건조기에서만 말릴 수 있다. 때문에 소방호수 외부는 어느 정도 건조가 되지만, 내부까지 완전 건조는 어렵다.   

기존 건조기 800만~3,000만원 vs. 발명 건조기 50만원

김 소방교는 또 “기존 건조기는 일반인이 시중 상용제품을 응용해 현장에 배치한 것으로, 현장 상황과 맞지 않는 점이 많아요. 제작비만 약 800만원이 넘고, 각 소방서마다 구입가는 거의 3,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제가 개발한 다목적 건조기는 순수 제작비만 50만원 정도여서, 상용화된다면 국민 세금도 크게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소방교가 이처럼 장비 개발에 관심을 보인 데는 그의 경력과도 무관치 않다. 원래 직업군인으로, 항공정비 분야에서 일을 했던 그가 소방관이 된 것은 10년 전. 뭔가 더 의미 있고, 활동적인 일을 찾아 이곳으로 이직을 한 것이다. 그러나 위험천만하고 안타까운 현장도 많다.

무려 40명의 사망자과 9명의 부상자를 낸 2008년 1월 이천 냉동창고 화재 때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현장에 가보니 마당에 망자들의 시신이 나란히 뉘여 있는데, 정말 참혹하더라구요. 그런 대형화재 현장에 가면 저 역시 겁이 납니다. 불이 무서운 게 아니라, 제가 잘못될 경우 남겨질 가족들 생각이 머리를 스치기 때문이죠. 하지만 저 안에 있는 사람들도 저처럼 가족이 있을 것이란 생각으로 다시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가죠.”

기억에서 떠나보내고 싶은 현장들

수도권에 엄청난 비가 쏟아졌던 지난여름도 그가 기억하는 힘든 현장 중 하나다.

“기아대교 아래 무허가 판자촌이 있는데, 한 번 출동을 하면 하루 종일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작업을 했어요. 특히 집안에 가득 찬 빗물은 악취를 넘어 거의 화장실 물 수준인데, 장화 속까지 스며들어 어떤 동료들은 피부병을 앓기도 합니다.”

힘든 만큼 보람된 현장도 있었다. 지난해 말 경기도 부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중동 나들목에서 발생한 화재현장. 이곳에서 김 소방교가 속한 화재 진압팀이 마지막 불씨를 잡는 역할을 했다. “한 발만 늦었어도 다리가 붕괴되는 큰 사고가 될 뻔했다”고 김 소방교는 기억한다.

이처럼 모든 재난과 사건사고가 일단 119로 연결되는 현실. 따라서 출동 때마다 젖거나 오염되는 장비를 신속하게 세탁해 건조하는 것은 소방력 강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게 김 소방교의 설명이다.

5분 안에 모든 것을 준비해야 하는 소방관. 그들에게 현재 방수복은 1인당 2벌 정도 지급된다. 하지만 하루 출동건수를 따지고 보면 매번 쾌적한 상태로 출동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 김 소방교가 다목적 건조기가 하루빨리 상용화되길 희망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김지찬 소방교가 발명한 다목적 건조기휴가반납하고 발명한 건조기 ‘쌩쌩’

그는 지난해 말부터 6개월간 다목적 건조기 개발을 위해 노력을 했다. 휴일도 반납하고 인터넷과 공구상을 뒤졌다. 가족들의 원성도 있었지만 김 소방교의 열정을 막을 수는 없었다. 하안119센터 동료들도 제 각각 주머니를 털어 제작비를 보탰다. 사례 발표를 위한 파워포인트 작업을 거들어 주기도 했다.

비록 중앙 소방장비 개발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는 것에는 실패했지만, 내년에 경기도 소방본부에 제안해 볼 계획이다. 김 소방교의 건조기는 상 받는 걸 떠나 이미 주위 동료들 사이에서 인기리에 사용되고 있다. 그래서 경기도 내에서만이라도 건조기가 현장에 보급될 수 있도록 힘써보기로 했다. 이를 통해 소방관들의 고생을 덜어주고, 작업 여건을 개선하는데 조금이라도 기여를 했으면 하는 희망이 간절하다.

“겨울엔 더욱 많은 출동건수가 발생하는데, 그때마다 채 마르지 않은 옷과 신발로 준비를 해야 하는 동료들을 생각하면 그저 안타까운 마음뿐입니다. 더욱이 매년 기상이변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올 겨울도 어떤 혹한이 올지 모르는데, 소방호수는 또 어떻게 말려 사용해야 할지 걱정이 앞섭니다.”

김 소방교의 작품을 전국 187곳의 소방관서에서 보기는 힘들어졌다. 그러나 이번 출품경험을 계기로 그의 숨겨진 아이디어들이 훌륭한 사례발표로 재무장돼 빛을 발하는 날이 오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는 광명소방서의 ‘에디슨’이니까.     
                

글/사진·홍선희<자유기고가>
저작권자 © 광명시 뉴스포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1유형:출처표시 위 기사는 "공공누리"제1유형:출처표시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