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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꿈을 굽는 파티시에"

광명장애인 보호작업장 ‘위드 베이커리’ 제빵실

  • 기자명 시민필진 홍선희
  • 승인 : 2011.12.19 15:51
  • 수정 : 2012.09.18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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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베이커리


팥빵과 곰보빵에 초콜릿 케이크, 동물모양 버터쿠키에 알록달록 머핀까지 눈이 황홀하다. 한 입 베어 문 순간, 고소함이 코끝을 찌르더니, 이내 달콤함이 온 입 속을 감싼다. 좀 전에 점심을 배불리 먹은 게 후회되는 순간이다.

옷깃을 적실 듯 말 듯한 겨울비가 내리던, 푸근한 12월 어느 날 오후. 광명장애인 보호작업장 ‘위드 베이커리’ 제빵실을 찾았다.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 8명은 모두 장애인이다. 나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청각장애인 장광영(21) 씨를 제외하고, 7명은 지적장애인이다.

장 씨는 장애인보호작업장이 지난 11월 21일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된 당시 유급근로자로 새로 고용됐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는 이곳에서 일하면서 또래 동료들과 여러 가지 관심사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가장 큰 즐거움으로 꼽았다. 자신이 번 월급의 일부를 기부한다는 장 씨. 봉사에 대한 욕심도 남다르다.

"엄마, 첫 월급 타서 화장품 선물 드려요"

내년에는 국가기술자격증 취득에 도전하려고 한다. 제빵기술은 물론, 바리스타 자격증도 따고 싶다. 그 후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의 취업문도 두드릴 거라는 야심 찬 계획을 밝혔다. 파티시에(pâtissier·과자나 케이크, 또는 쿠키 같은 제과류를 만드는 직업) 경력 1년의 지적장애인 이민경(22) 씨는 이곳에서 처음으로 돈을 벌어봤다. 돈도 돈이지만, 그가 손에 쥔 더 큰 수확은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첫 월급을 받아 엄마께 화장품을 선물했어요. 뛸 듯이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니 저도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환히 웃으면서도 주문시간에 맞추려면 서둘러야 한다며 곰보빵을 만드는 손을 바삐 움직이는 그. 빵맛에 환한 웃음을 버무려낼 것만 같다.

지난해 4월부터 이곳에서 일하는 조정현(23) 씨는 자폐증을 앓고 있다. 묵묵하게 돼지모양 쿠키를 찍던 그가 한번 말문을 여니 봇물이 터졌다.

“제가 번 돈으로 친구들과 놀이동산에도 놀러 가고, 갖고 싶은 물건도 사고, 저금도 하고, 엄마께 용돈도 드리고, 여기저기 정말 쓸 곳 많아요. 열심히 돈을 모아 온가족과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고 싶어요. 내년에는 자격증을 꼭 따서 취업도 할 거예요.”

 

위드 베이커리 작업 모습

 

장애인보호작업장이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추진된 가장 큰 목적은 장애인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또 제품 홍보와 마케팅을 지원하여 소비자 신뢰를 더욱 높이고, 이는 다시 매출신장으로 이어져 장애인 근로자의 처우개선과 직업재활 훈련생 기술교육 등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위드 베이커리에서는 하루 평균 빵 700개, 쿠키는 200g 기준 50봉 정도를 생산한다. 대부분 주문 생산이다. 인근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기업체 등에 간식용으로 판매하고, 군부대에 케이크도 납품하고 있다. 시중 제품과 달리 쌀가루를 30% 정도 혼합해 만든 것인데, 국군 장병들 사이에 인기가 좋다는 후문이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보다 20% 정도 매출이 올랐는데, 교육청의 지원으로 학교주문이 늘어난 게 효자 역할을 했다.

이곳 제품의 가장 큰 장점은 당일 생산해 당일 판매하기 때문에 신선도가 뛰어나다는 것이다. 또 시중 가격보다 30% 정도 저렴하다. 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판매장이 없어 판로개척에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애우들을 돕는 '착한 이벤트' 하세요

 

위드 베이커리에서 만드는 케이크와 쿠키


지난 10월에 보건복지부로부터 중증장애인 생산품으로 지정돼 관공서와 기업체에 우선 구매대상으로 권고되고 있으나, 반응은 미지근하다. 그나마 매주 셋째 주 화·금요일에 철산역 인근 농협중앙회와 국민은행에 임시 판매장을 열고 시민들에게 제품을 알리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 있다.

김평돈 직업훈련 교사는 “외부 현장판매에 나가면 제품이나, 저희 시설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이 저희를 사이비 단체로 취급하시는 경우가 있는데, 절대로 오해는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며 “지원 받은 예산으로 제빵실을 더 넓힌 뒤 오븐, 믹서기, 발효기 등 시설을 보완해 생산제품을 다양화하고, 공인인증기관의 품질인증도 받는 등 제품의 질도 향상시켜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 교사는 또 “광명시내 전역에 배달이 가능하니까 제품이 필요한 날 3일 전까지 전화 연락을 하면 개인의 취향에 맞춘 제품을 받을 수 있다”면서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도움으로 장애우들의 꿈도 무럭무럭 자라난다”며 ‘착한 소비’를 당부했다. 아울러 “10명 이상이 신청할 경우, 직접 위드 베이커리의 파티시에가 재료와 도구를 준비해 출장을 나가 케이크 만들기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찾아가는 케이크 만들기’ 프로그램도 운영하니 이용해 달라”며 연말 이벤트로 추천했다.    

이 같은 부대사업은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을 가까이서 접하며, 기술자로서 장애인의 뒤지지 않는 능력을 확인하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는 기회가 된다는 게 김 교사의 설명이다.    
    
위드 베이커리는 앞으로 장애인 제빵 전문 인력을 충원하고, 신제품 개발에도 힘을 쏟을 생각이다. 이와 더불어 교육기관이나 기업체를 상대로 한 장애체험 및 장애인식 교육 등 다양한 공익사업도 펼쳐나갈 계획이다.

위드 베이커리 : 02-2616-3813   
   

글/사진·홍선희<자유기고가>


◆ 예비 사회적기업이란?

장차 사회적기업으로 전환을 준비하는 기업으로 각종 지원을 통해 사회적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경기도가 인증한다. 1인 이상의 유급근로자를 고용해야 하며, 채용 인력 중 경기도민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되면 전문인력에 대한 인건비를 한 기업에 1명씩 최대 10개월 동안 월 120만원씩 지원한다. 또 사업개발비도 최고 3천만원까지 지원되며, 취약계층의 사회적일자리 창출에 따른 인건비도 최소 5명에서 최대 30명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경기도에는 10월말 현재 예비 사회적기업이 161곳이며, 광명시에는 지난달 21일 4곳이 추가 인증을 받아 현재 총 6곳이 있다. 한편 광명시에서 예비 사회적기업을 거쳐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은 곳은 열린사회, 광명심포니오케스트라 등 2곳이다.  


<표> 광명시 사회적기업, 예비 사회적기업 현황
 

기업명  위    치 주요 생산품(서비스) 고용인원
열린사회 광화로25(광명동) 생태학습, 농산물판매 16
광명심포니오케스트라 시청로 20(철산동) 문화예술
공연, 교육
34
SK행복한도서관재단 하안로 60 E동604(소하동) 문화, 도서 4
광명의료소비자
생활협동조합
오리로 929(광명동) 보건서비스 37
엄마사업단 밥상(주) 하안동 605-5 친환경 먹거리
및 교육
1
광명장애인보호작업장
위드 베이커리
광명동 164-2 빵, 쿠키 등 8
재활꿈터사업단 하안동 201 광명시범공단 4동 기능성 비누, 현수막
제작
4
제일디자인 철산동241-3 건설업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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