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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뉴스

'나는 뼛속까지 공무원'

  • 기자명 광명시
  • 승인 : 2011.12.30 17:31
  • 수정 : 2020.09.11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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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시 9급 공무원


세살 버릇은 여든까지 간다. 어릴 때 버릇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그래서 처음에 바람직한 습관이 들도록 잘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광명시에는 발령 받은 지 갓 100일째를 맞은 수습 9급 공무원 5인방이 있다. 석 달이 조금 넘은 시점에서 그들에게 광명의 미래를 맡겨도 될 지 점검이 필요했다. 현재의 마음가짐과 자세에 따라 광명의 30년이 푸른빛일 지 잿빛일 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합격수기 연재에 이어 지난해 12월 28일 점심시간 잠시 짬을 내어 광명시청 앞 커피숍에서 조촐하게 이루어진 수습 9급 공무원 좌담회를 공개한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은?

윤성준윤성준(이하 준, 옆 사진) 저는 현재 광명시 광명6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주민재증명, 가족관계, 팩스민원 업무를 맡고 있어요.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등·초본을 발급하는 것부터 전입세대 열람, 토지임야대장, 건축물대장, 출입국 확인서, 자동차 등록원부, 지적도 발급까지 다 하는 거죠. 그리고 주민자치센터에는 은근히 짐을 나르는 일처럼 힘쓰는 일이 많아서 힘도 좀 쓰고 있죠.^^

이지선(이하 지) 저는 철산 3동 주민자치센터에서 민방위, 공공근로 업무를 맡고 있어요. 민방위대원편성과 교육훈련 대상자, 공공근로와 지역공동체일자리 대상자를 관리하는 일이에요. 또 새마을부녀회와 바르게살기위원회도 담당하고 있어서 위원회 관련한 각종 행사준비를 하고 있어요. 주민자치센터에 와서 처음 알게 된 사실인데, 동마다 위원회가 많아요. 그만큼 관련 행사도 많고. 그 때 열심히 준비하고, 진행하고, 마무리하는 거죠.

김예림(이하 예) 전 광명시청 홍보실에서 근무하고 있어요. 아직 수습이라 일 배우라고 이것저것 많이 시켜주세요. 일단 오전엔 보도자료를 작성하죠. 각 부서에서 홍보해 달라고 보도자료를 보내오면, 형식에 맞게 수정하고 있어요. 계획서만 보낼 땐 직접 쓰기도 하고요. 또 광명시 소형 홍보책자 일을 맡아서 지금은 원고랑 사진을 다 넘기고 초안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배포된 보도자료를 광명시 뉴스포털에 옮기고, 트위터도 간간히 하고 있어요.

박용우(이하 용) 광명2동의 '대세남' 용우는 등·초본 발급, 가족관계, 세무, 전입세대 열람 업무를 맡고 있어요. 하는 일은 성준이랑 비슷한 거 같은데요. 그 일이 민원인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는 중요한 업무라 저처럼 잘 생긴 사람이 해야 돼요^^ 광명시의 얼굴이니까.

김미경(이하 미) 저는 지선 언니랑 하는 일이 비슷한 거 같은데요. 보육료 지원, 주민자치와 기업경제과와 관련된 공공근로, 지역공동체 일자리 근로자들 관리, 생활경제과와 관련된 에너지 절약, 정보통신과 관련된 업무를 맡고 있어요. 이렇게 하는 일이 많았나? 말하고 나니까 일을 굉장히 많이 하는 거처럼 보이네요.

광명시 공무원으로 석 달을 보낸 소감은?

김예림 - 처음 한 달 동안은 일을 안 하다 해서 그런지 너무 힘들었어요. 집에 가면 바로 뻗어 자고, 버스타면 뒷골이 땡기고. 정말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었죠. 근데 딱 한 달 지나니까 일도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할만한 거 같아요. 근데 시간이 너무 빨리 가요. 벌써 삼 개월이 지났다니!

예(옆 자신) - 맞아요. 시간이 정말 빨리 흘러가요. 그 사이에 적응도 많이 됐고. 문득, '아, 내가 정말 적응이 됐구나'라고 느낀 게, 살이 찌고 있어요! 처음 한 달 동안은 보는 사람마다 왜 이렇게 살이 많이 빠졌냐고 그랬는데, 지금은 옷이 끼고 있어요.

- 그래. 처음에는 몸이 힘드니깐 막 빠지는데 좀 살만해졌다고 바로 찌더라고. 그리고 또 하나 시간이 빨리 갔다고 느껴지는 게, 점점 기상시간이 늦어지고 있어요. 긴장이 벌써 풀리면 안 되는데….

- 저도 처음에는 30분까지 도착하려고 꼭두새벽부터 일어나고 그랬는데, 이제는 자의로 출근시간을 10분 늦췄어요.

- 지선 언니는 여전히 바쁘죠? 처음에는 커피 마실 시간도 없다고 했잖아요.

- 아직도 바쁘긴 한데, 그래도 익숙해지니까 지금은 괜찮아요. 그리고 우리 철산3동 주민센터가 분위기도 좋고, 잘해주시고 격려도 많이 해주시니깐 그 덕에 힘이 쑥쑥 나요.

- 지선이 너무 눈치 보는 거 아냐?  벌써 물들었어.

- 아니야. 정말 사무장님하고 동장님이 잘해주신단 말이야.

- 그래, 그렇다 치고. 솔직히 말해도 되나요? 저는 사실 공익 출신이라 주민센터 환경이 익숙했어요. 등·초본 발급하는 것도 공익 때 다 겪었던 거라, 일이 많아도 아주 현란한 손놀림으로 처리하곤 하죠.

- 엘리트 공무원이야? 나는 아직 왼손은 쓰지도 않았다 이런 건가?

- 아니야. 아무리 경험이 있어도 선배들이 먼저 나서서 하려고 하고, 도와주기도 하니깐 가능 한거지. 아까는 농담이었고, 정말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요.

- 다들 비슷하구나. 저도 처음에 적응하느라 힘들었어요. 근데 적응될 만하면 일이 바뀌고 계속 그러니까….

- 그래서 불만이야?

- 아니, 그래서 더 많은 업무를 할 수 있어서 좋다는 얘기였어요. 근데 적응될 만하니까 인사이동이야.

- 적응의 연속이구나, 미경이는.

서로의 합격수기를 읽어본 소감은 어땠나요?

지 (옆 사진) - 미경이 합격수기 읽었을 땐 정말 슬펐어요. 완전 100% 공감. 저도 공부할 때 많이 울었거든요.

- 저도 정말 그랬어요. 잊고 있었는데, 노량진에서 생활했던 생각이 나서 더 공감이 갔죠.

- 저는 지선이 합격수기 읽는데, 정말 독하다고 느꼈어요.
 
- 맞아. 시험 끝날 때까지 라면 안 먹었다니, 정말 독해. 그런데 그렇게 했으니깐 시험에 붙었겠지? 사실 우리 다 독하게 했잖아.

- 근데 용우오빠 합격수기는 공감이 안 가요. 너무 편하게 공부한거 아냐?

- '공부가 재밌었다'는 성준오빠 합격수기도 공감이 안 가던데. 공부가 정말 재밌었어?

- 아냐. 그러다가 3년씩 하게 된 거 아냐. 재밌었다는 얘기는 아주 짧게 나오는데 제목이 그렇다보니, 오해의 소지가 있어요.

- 저도 13시간씩 했다는 얘기도 넣고 그랬는데, 그런 부분을 기억해야지, 다들 너무 해.

공무원 시험공부를 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 공부할 때는 스스로 한심하게 느껴지고, 자꾸 떨어지니까 머리가 나빠서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그렇게 자책하느라 힘들었는데,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 맞아요. 수험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게 자신감이에요. ‘나는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끝까지 노력하는 거예요. 도중에 포기안하면 꼭 될 수 있어요.

- 공부를 하다보면 친구들도 잘 안 만나고 폐쇄적인 생활을 하는데, 그러다보면 작은 것에도 쉽게 상처받을 정도로 마음이 약해지고 예민해지게 돼요. 그래서 누구보다도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중요해요. 그래야 견딜 수 있으니깐.

- 그리고 인간관계, 취미생활 이런 거 다 끊고 해야 해요. 이성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말도 있잖아요. 친구도 만나고, 영화도 보고 그러다보면 합격은 멀어지죠.

- 근데 또 오래 공부하다보면 행정학이나 국사 같은 과목은 내용 자체가 재밌기도 해요.

- 뭐야, 너도 공부가 재밌었던 거야? 어쩐지 전에 동 행사가 있어서 미경이가 일하는 걸 봤는데, 손도 빠르고 잘하더라구요. 원래 꿈도 공무원이었다며. 미경이는 '뼛속까지' 공무원이었던 거야. 저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공부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해야지,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이렇게 생각하면 정말 힘이 안 나요.

꿈꿨던 공무원으로서 생활과 실제로 해봤을 때 차이가 있어요?

박용우 - 알고 있던 거지만 월급이 정말 적어요. 사실 지금 경쟁률이 굉장히 높잖아요. 2~3년 정도 투자하면 기회비용이 몇 천 만원인데, 그런 거 생각하면 적죠.

(옆 사진) - 공무원이 요즘 1등 신부·신랑감이라는데, 월급 명세서 안보고 한 말일거야. 남자들은 더 힘들죠. 앞으로 결혼도 해야 하니깐.

- 근데 또 나중에 연금 나오는 거까지 생각하면 적은 게 아닐 수도 있어.

- 맞아. 투자 대비 인출이 비슷하다고 봐야죠.

- 월급도 월급이지만, 공무원 생활을 직접해보니깐 일이 너무 많아요. 동과 관련된 행사도 많고. 그래서 야근하면 친구들이 무슨 공무원이 일이 많아서 야근하냐고 그래요. 밖에서 보면 별로 하는 일이 없어 보이는 거죠.

- 맞아요. 공무원이 되기 전에 주민자치센터에 종종 갔는데, 바빠 보이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막상 민원업무를 맡아보니깐 하루에도 수십명씩 상대해야 하잖아요. 가끔은 커피 마실 시간도 없어요.

- 저는 홍보실에서 근무하잖아요. 전에는 공무원들이 하는 일이라는 게 창조적인 거랑은 거리가 멀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일해 보니깐 전혀 아닌 거예요. 시민들한테 잘 알리고 듣는 게 홍보실 업무니까 계속 그 생각들을 하는 거죠. 어떻게 하면 더 잘 알릴까, 어떻게 재미있게 엮어서 한 분이라도 관심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지 아이디어 내는 거 보면, 아직 공무원 때가 덜 묻은 제가 오히려 뒤처지는 느낌이 들어요.

보람을 느꼈다거나 힘들었던 순간은?

- 돌이켜보니깐 보람을 느꼈던 순간이 많았어요. 제가 근무하는 광명6동 옆에 보건분소가 있는데 그곳에서 동네 어르신들 예방접종을 했어요. 아침 일찍부터 천막 치고 안내하고 힘들긴 했어도 처음으로 공무원 일이 보람있다고 느꼈어요. 또 가끔 주민등록과 가족관계부에 기재된 이름이나 주민번호가 다르신 분들이 있는데, 그럴 땐 등록기준지 관할 지자체에 문의해서 처리 절차를 자세히 설명 드려요. 그러면 고맙다고 하시는데, 그런 말 들으면 기쁘죠.

- 저는 새마을부녀회에서 '사랑의 김장 담기'를 했을 때가 기억에 남아요. 그날 날씨가 많이 추웠거든요. 이틀에 걸쳐서 담갔어요. 정말 힘들었는데, 김치가 한 박스씩 포장해 어려운 이웃들에게 갈 채비를 마쳤을 때, 보람도 느끼고 가슴이 뭉클하더라구요. 저도 그 때 공무원하기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11월에 광명시 트위터를 일주일 동안 맡았던 적이 있었어요. 처음엔 제가 올린 글을 리트윗만 해도 고마웠어요. 반응이 오니깐 재미도 있었죠. 민원사항에 답변 올리면 광명시 트위터 빨라서 좋다고 칭찬도 해주시는데, 그럴 땐 보람을 느끼죠. 업무랑 관련돼서는 제가 쓴 보도자료가 처음으로 신문에 실렸던 날, 신기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했죠.
 

희망 좌담_광명시 9급 공무원

- 저는 12월 22일에 있었던 광명5동 유관단체송년회를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기도 하고 보람도 느꼈어요. 1년간의 행적을 담은 10분짜리 동영상을 만드는 것이 제가 맡은 일이었는데, 만들어 본 경험이 없으니깐 걱정도 되고 힘들었죠. 여기저기 물어도 보고 잠도 줄여가면서 결국 다 만들었는데, 당일 100여 명의 관계자들 앞에 상영하는 순간, 뿌듯하고 심지어는 뭉클하기까지 했어요.

- 주민센터에서는 민원인을 많이 만나다보니 힘들었던 순간이나 보람을 느꼈던 기억을 떠올리면 거의 사람과 관련이 되는 거 같아요.

- 맞아요. 민원인 때문에 보람도 느끼지만 힘든 것도 많죠. 처음에 인감교육 받을 때, 신분증 없이 인감을 발급해 달라는 분이 있었어요. 인감은 신분증이 없으면 절대 발급이 안되는데, “행정 간소화에 의해 신분증 없이도 인감 발급이 가능하다는 뉴스를 봤다”고 하시면서 발급해달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광명시청에도 전화해서 물어보고, 나중에는 행정안전부에까지 문의를 했어요. 그러니깐 그제서야 수긍하시고는 가시더라구요.

- 가끔은 절차상의 이유로 안 된다고 하면 다른 동에서는 해줬는데 왜 여기선 안 되냐고 따지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러면 정말 난감하죠. 법을 어길 수는 없으니깐. 그 땐, 업무편람까지 보여드리곤 하죠.

- 난 웃으면서 하니깐 그냥가시던데. 그럴 땐 미남계를 써봐. (일동 푸하하 '공감하는' 웃음)  

2012년 개인적으로 바라는 것이 있다면?

김미경 - 2012년에는 더도 말고 2011년만큼만 보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고 원하는 일도 이루기를. 아! 술 먹을 일이 좀 줄었으면 해요.

- 그래, 술 좀 줄여. 저는 진부한 대답일 수 있지만, 진심으로 가족들과 주위 사람들이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더욱 더 감사하는 한해가 되었으면 해요.

- 정말 진부한데? 농담이야. 저는 동에서 일어나는 각종 행사들이 재미는 있지만 체력 때문에 힘들었거든요. 그 '스펙터클'한 생활을 이겨낼 수 있는 강철체력이 필요해요. 그래서 1월부터는 체력단련하러 다닐 예정이에요.

- 저는 가장 바라는 것이 '똑똑해지는' 거예요. 공무원이 되고 나니까 공부할 게 더 많아진 거 같아요. 홍보실에서 같이 근무하는 선배들을 보면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가 많았어요. 2012년엔 책도 많이 읽고 글 쓰는 연습도 많이 할 생각이에요.

(옆 사진) - 저도 똑똑해지고 싶어요. 능숙하게 영어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할 생각이에요. 책도 많이 읽고. 그래서 마음도 똑똑해지면 좋겠다.

끝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 모든 일을 열심히 하고 궂은 일엔 먼저 나서는, 초심을 잃지 않는 공무원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주위 모든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남자가 되겠습니다.

- 나는 간단하게. 2011년 우리 동기들이여 영원하라!

- 합격수기 쓸 날만을 기다리던 수험생활을 생각하며,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하는 공무원이 되겠습니다.

- 민폐 끼치지 않는 후배, 든든한 동료, 밥 값하는 공무원이 되겠습니다.

- 수습기간 동안 잘 가르쳐 주시고 애정을 듬뿍 주셨던 철산3동 주무관님들과 사무장님, 동장님! 진심으로 감사하고, 모두 사랑합니다.

(좌담에 참여한 수습 공무원들은 2012년 1월 1일자로 '수습' 딱지를 떼고, 9급 공무원에 임용됐습니다. 축하 드립니다.)
 


좌담 정리·김예림(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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