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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뉴스

장애인 차량 운전봉사가 마음의 병 치유

광명희망카 2호차 유인혁 기사

  • 기자명 시민필진 홍선희
  • 승인 : 2011.12.30 18:07
  • 수정 : 2012.09.18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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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뉘엿뉘엿 기우는 오후 4시. 광명희망카 2호차를 운행하는 유인혁(55) 기사가 광명시청 민원실 한쪽에 있는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 사무실로 들어서자마자, 물 한 모금을 바삐 들이킨다. 운행 일정표를 확인하더니 채비를 하고, 다시 사무실을 나선다. 그는 한 손에 벙어리장갑을 끼고 있다. 요즘 같은 추위에는 이 벙어리장갑이 없다면 손이 시리고 저려 밖을 나설 수도 없다.

사랑을 나누는 희망카 유인혁 기사님
유 기사는 18살에 일자리를 찾아 고향인 충남 계룡을 떠나 상경했다. 30여 년 금형업체에서 기술자로 근무하다가, 지난 2007년 그만 왼손이 프레스에 끼어 잘려나가는 불행을 겪고 만다. 11번씩이나 재수술을 하고, 3년 가까이 병원 생활을 하면서, 그는 절망에 빠져들었다. 다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방황을 거듭하던 유 기사는 재활을 위해 찾은 철산종합사회복지관에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작년 봄 복지관에서 만성신부전증 환자들을 병원으로 옮겨주는 봉사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들다는 생각에 망설였지요. 그러다가 그동안 재활훈련을 하며 복지관에 신세진 것이 있는데, 인사치레로 몇 달 동안만 시늉이나 하고 그만둬야겠다는 맘으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오히려 제가 마음의 병을 고치게 됐어요.”

유 기사는 자신의 차량으로, 직접 환자들을 옮기면서 죽음과 맞서 사투를 벌이는 이들을 만났다. 덕분에 장애를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되찾게 된 것이다. 또 그동안 몰랐던 사회의 그늘진 곳도 알게 되고, 자신의 도움에 감동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봉사의 묘미를 맛보게 됐다.      

“손 하나 불편한 것이 뭐가 대수냐 싶더라고요. 그렇게 시작한 봉사활동을 올해 8월까지 1년 반이나 하게 됐어요. 희망카 운전을 하기 전에 택시 운전을 1년 정도 했는데. 그때도 휴일이면 복지관으로 달려갔어요. 지금은 도저히 시간이 나질 않아 몇 달째 복지관에 가보지 못하고 있어요. 만성신부전증 환자들이 제가 없어 어떻게 병원에 다니나 걱정돼 죄책감까지  듭니다.”

유 기사는 사실 택시 운전을 하기 전 중장비 기사, 화물운송, 버스운전 자격증 등을 갖추고, 직장을 갖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장애에 대한 편견 때문이다. 결국 택시 운전을 하다가, 복지관의 소개로 이곳에 오게 된 것이다. 택시 운전에 비하면 지금 하는 일은 ‘행복’ 그 자체다.

“택시를 몰 때 사납금을 채우지 못하면, 제 주머니를 털어야 했는데, 하루 종일 일하고도 손에 쥐는 돈이 없을 땐 얼마나 맥이 빠지던지…. 날마다 교통약자 분들을 보면서 저의 하루하루가 얼마나 의미 있는지를 알게 됐어요. 몸이 불편해 세상에서 냉대 받았던 제가 누군가를 도우며, 자부심을 느낀다는 것은 그 무엇으로도 살 수 없는 큰 소득이죠.”

유 기사는 차량에 탄 장애인들에게 거리낌 없이 자신의 손을 공개한다. 그러면 고객들은 자신들과 같은 처지의 그를 보며 쉽게 마음을 연다고 그는 귀띔한다.

장애인 차량 운전 봉사하며 마음의 병 사라져

“중증장애인들은 제 장애를 보고 코웃음을 치세요. 그 정도는 별 것 아니라며 되레 저를 위로해 주시죠. 저 역시 조금이나마 그 분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스스럼없이 다가서려고 애써요. 제 몸에는 비록 장애가 생겼지만 덕분에 세상을 더 깊고 넓게 보는 안목이 생긴 것 같아요.”

사무실에서부터 10여 분 달려 도착한 곳은 하안동 주공 13단지 아파트. 친구들과 연말 모임을 갖기 위해 길을 나선 최주형(53) 씨가 서울 구로구 개봉역까지 가기 위해 차량을 예약한 것이다. 최 씨가 나타나자, 유 기사는 장갑을 낀 손으로 차량 문을 열어주고, 희망카에 올라타는 그를 부축한다. 
희망카 발대식최 씨는 “버스는 엄두가 안 나고, 택시를 타려면 비용이 부담돼 외출 때마다 고민이었는데, 희망카가 있어 그나마 위안이 된다”며 “치료 때문에 서울 신촌 연세 세브란스 병원을 이용하는 경우가 자주 있는데, 아직 희망카 대수가 많지 않아서인지 거기까지는 운행을 안 해 아쉽다”고 말했다.

유 기사는 이처럼 장애인 이용자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때 무척 안타깝다. 아직은 차량과 인원이 태부족인 상태라서, 장거리 운행을 하게 되면 관내 다른 여러 명의 장애인이 희망카 이용에 제약을 받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한 분이라도 더 모시려 점심밥 거르기도"

유 기사는 한 분이라도 더 태우고자 점심을 거르는 경우도 간혹 있다. 시간에 쫓겨 김밥 한 줄로 한 끼를 때우기도 한다.

“사람 많이 태운다고 제 월급이 더 나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러나 희망카가 유일한 교통수단인 중증 장애인분들을 밥 먹겠다고 제쳐 둘 수는 없잖아요. 일부 이용자들이 약속시간을 잘 안 지키거나, 예약을 해놓고, 연락이 두절된 경우가 있는데, 그런 일은 제발 삼갔으면 좋겠어요. 그 시간에 절실하게 희망카가 필요한 누군가가 피해를 보니까요.”

아울러 유 기사는 시민들에게도 희망카를 보면 양보와  배려를 해 달라고 당부했다.

“장애인의 보행거리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때로는 횡단보도 앞이나, 차로 한 편을 막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짜증과 비난보다는 이해를 해 주셨으면 합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희망카 운전대를 놓지 않을 거라는 유 기사. 최근 급증한 희망카 이용자 덕분에 어떨 때는 숨이 턱에 차도록 힘이 들지만, 마음만은 가볍다. 그 역시 이 일을 통해 희망을 찾아가고 있기에 마냥 즐거운 것이다.  
 


글/사진·홍선희<자유기고가> (두번째 사진은 지난해 9월 희망카 발대식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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