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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뉴스

'수학이 제일 쉬웠어요'

하안도서관 자원봉사자 김희철 씨

  • 기자명 시민필진 홍선희
  • 승인 : 2012.02.02 14:36
  • 수정 : 2012.09.16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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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친아. 공부 잘하고, 예의 바르고, 외모까지 준수한 ‘엄마 친구의 아들’ 같은 학생을 만나려니, 괜히 마음이 설렌다. ‘과연 어떻게 공부했을까, 어떻게 하면 내 아이들도 저런 아들로 키울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물밀듯 밀려온다.

 

김희철의 수학 멘토링


설 연휴가 막 끝나고 난 지난 1월 27일 오후. 광명시 소하어린이도서관에서는 겨울방학 특강으로 진행된 ‘멘토링 수학이야기’의 마지막 수업이 열렸다(위 사진). 초등학교 4∼6년에 다니는 열대여섯 명의 개구쟁이들이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꽃미남 선생님’의 설명을 귀담아 듣는다.

수업에 거의 빠지지 않았다는 김동경(가림초교 5년) 군은 “선생님 덕분에 앞으로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가서 배우게 될 어려운 내용을 미리 접할 수 있어, 수학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다”며 “선생님이 수학 말고도, 우주나 태양계 등 여러 가지 과학 분야의 질문에도 재미나게 대답해줬는데, 이 모든 게 오늘이 마지막이라니 좀 아쉽다”며 서운해 했다.   

이날 마지막 수업까지 1월 한 달 동안 소하어린이도서관에서 자원봉사를 한 사람은 김희철(20·광명시 하안동) 군이다. 김 군은 충남 공주시 정안면에 있는 자율학교인 한일고등학교를 2월에 졸업한 후, 내년 4월 일본 도쿄대학교 기계정보공학과에 입학할 예정이다. 광명 가림중학교를 졸업한 그는 광명이 낳은 ‘글로벌 인재’라고 할만한 ‘스펙’을 갖췄다. 자녀를 둔 부모라면, 또 공부에 대한 고민이 많은 청소년이라면 누구라도 관심 있어 할 김 군의 이야기를 테마별로 나눠 들여다본다.

김희철 #봉사 '수학 재능으로 나눔 히트'
사 실 고등학교 때도 봉사활동을 하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입시가 모두 끝나고, 지난 가을부터 일본어 공부만 하다보니, 시간이 많이 남더라고요. 더군다나 제가 이렇게 나라에서 큰 혜택을 받아 제 꿈을 이루는 데 한 발 다가서게 됐는데, 저 역시 뭔가 제 힘으로 그 혜택을 조금이나마 되돌려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게 됐어요. 그러다가 광명시 자원봉사센터에 봉사활동 신청을 하게 됐고, 이왕이면 제가 잘하는 수학이나 물리에 관련된 활동이면 더 좋을 것 같아 이렇게 소하어린이도서관에서 활동을 하게 됐어요.

제 가 가르칠 아이들이 모두 초등학생이라서, 어떻게 하면 수학을 더 쉽게 재밌게 알려줄까 많은 고민을 했어요. 그래서 실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수학 원리들을 중심으로 커리큘럼을 짰어요. 제가 중학생일 때 광명시 영재교육원에서 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데, 교과 과정이 아닌, 이것저것 다양한 생활 속의 수학 원리들을 배웠어요.

그래서 그때의 제 경험을 되살려 진법, 대출과 저축이자, 차원과 뫼비우스의 띠, 확률과 통계, 넓이와 부피 등에 대해 커리큘럼을 짜고 수업을 진행했어요. 그런데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가르친다는 게 생각만큼 쉽지는 않더라고요. 더욱이 제가 경험이 없어 수업이 다소 지루했을 수도 있는데, 불평 없이 수업시간에 맞춰 꼬박꼬박 나와 준 아이들에게 오히려 제가 감사해요. 첫 시간의 진법이라던지, 큐브를 이용해 설명한 1·2·3차원 수업은 그나나 아이들이 재미있게 들어줬어요. 2시간 수업 가운데 30분은 과목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아이들의 질문을 받고 대답해 주는 시간인데, 오히려 그 때가 더 신이나요. 아이들이 ‘태양이 폭발하지는 않느냐’는 등 미처 제가 생각지도 못한 천진난만한 문을 쏟아내거든요. 미숙한 제 설명을 귀 기울여 들어 주는 아이들 덕분에 보람도 느꼈죠. 
   
#공부 '꿈을 발견하면 저절로 따라온다'
저라고 해서 공부가 재밌었던 건 아닙니다. 공부 비법이라고 할 것도 딱히 없어요. 그냥 공부를 열심히 하다 보니 공부를 잘하게 된 것 같아요. 어릴 때 책을 많이 읽었는데, 과학 분야를 좋아해, 그것에 관련된 책들을 많이 읽었어요.

그래서 지금 가장 좋아하는 과목도 물리예요. 일찌감치 이공계열에 관심을 갖고,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어요. 로봇에 특히 관심이 많아 공상과학(SF)소설이나 영화도 많이 봤어요. 러시아 태생의 과학자 출신 SF소설가인 아이작 아시모프의 <아이로봇>을 가장 인상 깊게 읽었어요.

그리고 영화 ‘매트릭스’를 보면서 과학에 의해 점령당할 수도 있는 미래사회의 위험성에 대해 생각해 보기도 했고요. 이 영화를 통해 제가 앞으로 과학자가 된다면 어떤 신념과 목표를 갖고 연구 활동을 해야 하는지, 인간에게 이로운 과학발전을 위해 제가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곰곰이 고민해 봤어요.

결국 공부를 잘하기 위해 공부하기보다는 제 꿈과 목표를 빨리 찾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성실히 노력했던 것이 오늘날 좋은 결과로 나타난 것 같아요.

#일본 유학 '국가 지원 길을 뚫다'
저희 고등학교 재학생의 대부분은 국내 명문대학교 이공계열이나 의학계열로 진학합니다. 올해 졸업생 중에서 이렇게 외국 대학으로 진학한 경우는 저희 학교에서 저를 포함해 모두 2명뿐입니다. 그런데 저의 경우는 일찌감치 과학 분야에 꿈을 두고 있었기에, 이공계열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많고, 처우가 좀 더 나은 일본에 관심을 갖게 된 것입니다.

특히 고 1때 일본 교토로 수학여행을 갔을 때 일본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됐어요. 가깝지만 먼 나라가 바로 일본이라고 여겼는데, 막상 일본에 가보니, 그들의 근면 성실한 국민성 등 배울 점이 참 많다는 생각에 일본에 유학 가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어요. 수학여행 당시 잠깐 일정을 따로 짜서 친구들과 시티투어를 한 적이 있는데, 길을 잃고 헤매는 저희를 친절하게 직접 버스정류장까지 데려다 주시는 한 아주머니를 만나고 나서는 일본이 왠지 더 친근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입시 '도쿄대 가는 길'
저희 학교에서는 매년 2~3명이 ‘한·일 공동 이공계학부 유학생’이라는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통해서 저처럼 일본의 대학교로 진학을 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98년 김대중 대통령 시절 채택된 협정에 의해 시작된 유학 프로그램으로, 매년 100명 안팎의 장학생을 선발해 한국과 일본이 절반씩 학비를 부담합니다. 제가 13기 장학생인데, 지난 7월말에 평가시험을 치르고, 12월에 최종 합격자 통보를 받았어요. 보통 650명 이상이 지원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일본의 지진과 방사능 사고 여파로 그 지원 인원이 다소 줄어 440명이 지원을 했어요.

선발된 100명은 성적순으로 일본의 어떤 국립대에 갈 것인지가 결정됩니다. 제가 진학하는 도쿄 대학교는 5등까지 진학했는데, 전 3등을 했어요. 일본의 대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전 고교 2학년부터 아예 일본어로 번역된 일본 교과서와 문제집으로 공부했어요.

그래서 국내 수능시험 준비는 아예 처음부터 하지도 않았어요. 목표가 확실했기 때문에 한 우물만 파기로 한 것이지요. 공부 방법도 이 책 저 책을 들여다보기보다는 한 가지 이론서를 선택해서, 보고 또 보고 완전히 정복할 때까지 반복학습을 했어요. 일본의 수학은 특히 복잡한 계산식을 세우고, 그것을 빨리 해결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이론을 정확히 알고, 문제를 수도 없이 많이 풀어봐서 문제풀이 속도를 향상시키는 것을 위주로 공략했어요.

일본은 지금 당장 가지는 않아요. 올해 3월부터 8월까지 경희대학교에서 일본어 등 예비 교육과정을 마치고, 오는 10월 일본으로 건너간 뒤, 내년 4월부터 도쿄대학교에서 공부하게 됩니다. 일본을 오가는 항공비와 입학금, 등록금 등을 모두 지원받습니다. 또 한 달에 12만 3천엔(한화 190만원 상당)의 생활비도 나오고, 처음 2년간은 학교 기숙사에서의 생활이 보장됩니다.

수학 멘토링#수학공부 '교과서와 친구 되라'
지금 수학 때문에 힘든 학생들이 있다면 결코 포기하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어렵더라도 인내심을 갖고 많이 풀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알게 되고, 아는 만큼 쉬워지는 게 바로 수학이니까요.

초등학생이라면 교과서를 중심으로 이론부터 차근차근 잘 알고 넘어가라고 얘기해 주고 싶어요. 그리고 꼭 교과서 위주의 수학공부보다는 그와 관련된 책을 많이 읽고, 수학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필요해요. 또 여러 가지 수학 및 과학 관련 서적을 통해 호기심을 일깨우고, 흥미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해요. 저는 수학동화 ‘수학귀신’과 월간지 ‘과학소년’을 재미나가 읽었는데, 이런 책들을 통해 수학과 과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같아요.

중학생 역시 지나친 선행학습보다는 각 학년별 교과과정을 충실하게 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해요. 저도 중학교 다닐 때 고등학교 2학년 과정까지 수학을 선행학습 했는데, 실제 별 도움은 되지 못했고, 절대 권하고 싶지도 않아요. 이론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많은 문제집만 푸는 것은 결국 모래성을 쌓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고등학생은 여러가지 책을 공부하기보다는 이론서 한 가지를 정해 개념 정리를 확실하게 하고, 그 뒤 문제집을 반복해서 풀어 볼 것을 권합니다. 저도 문제집 한 권을 한 번 풀고 나서, 틀린 것만 다시 푸는 방법으로, 주로 반복 학습을 많이 했어요. 수학이나 과학은 무엇보다도 이론에 대한 확실한 이해가 바탕이 돼야 만이 응용된 문제가 나오더라도 막힘없이 풀 수 있는 과목이니까요.    

#목표 '감정노동 대신하는 로봇 발명가'
이번 봉사활동이 끝나면 당분간은 일본어 공부에 전념하려고 합니다. 전에 단 한 번도 일본어를 공부한 적이 없던 터라, 현지에 가서 잘 적응하려면 어떻게든 일본어 실력을 탄탄히 쌓고 가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합니다. 또 국내 유학생 선발시험에서는 제 성적이 우수했다고는 하나, 일본 현지 학생들과 직접 실력을 겨뤄 본 것은 아니어서, 제가 일본 학생들에게 뒤쳐지지는 않는지, 가서 학업을 잘 따라갈 수 있을지 조금 걱정됩니다. 하지만 낯선 곳에서 새로운 세상을 만난다는 것은 또한 설렘으로 다가오기도 해요. 힘든 일이 있어도, 지금까지처럼 의연하게 제 꿈을 위해 차근차근 한발씩 내디딜 것입니다.  

일본에 가서 제가 공부할 분야는 로봇과 관련된 것입니다. 제 꿈 역시 로봇 발명가가 되는 것이고요. 현재 로봇의 활용도는 공장의 생산현장에 투입된 정도인데, 앞으로 대학원까지 진학해서 인공지능 로봇에 대한 연구를 할 계획입니다. 그래서 많은 서비스 업종에서 사람을 대신하는 감정노동자로서 활동할 수 있는 그런 로봇을 만들고 싶습니다. 더 나아가 우리나라가 로봇 분야에서 만큼은 세계의 선두에 설 수 있도록 제 힘도 보태는 게 꿈이자 목표입니다.                
           


한·일 공동 이공계학부 유학생이란? (위키백과 참조)

한국과 일본 양국의 친목 도모와 미래 첨단과학기술을 선도할 인재양성을 목적으로 도입된 제도다. 1998년 10월 8일 김대중 당시 한국 대통령은 일본을 방문해 오부치 게이조 당시 일본국 내각총리대신과 한·일 정상회담을 갖고, 21세기를 향한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에 관한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이에 따른 후속 조치로 ‘한·일 공동 이공계학부 유학생’ 프로그램이 시행됐는데, 장학금은 양국이 절반씩 부담한다. 이 유학 프로그램의 장학생은 최초 도일 항공비와 입학금, 수업료 전액을 지원받으며, 생활비 또한 일본 문부과학성 장학생에 준하는 금액을 받게 된다. 선발 과정은 매년 8월께 서울 여의도 고등학교에서 시험을 치러 100명 내외를 뽑고, 성적순으로 일본의 국립 대학교에 배정한다. 선발된 유학생은 먼저 국내 경희대학교 국제교육원에서 이듬해 3월부터 8월까지 6개월간 예비 교육을 받는다. 교육 과목은 일본어, 수학, 물리학, 화학, 일본 문화 등이다. 이 과정을 수료한 학생은 그해 10월 초 일본으로 건너가 자신이 배정받은 대학교로 이동하고, 그 학교의 유학생 센터에서 다시 그 이듬해 3월까지 현지 예비 교육을 받는다. 이후 4월에 정식 입학을 하고, 4년간 학부 과정을 수행하게 된다.
 

글/사진·홍선희<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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