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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뉴스

불편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

광명희망카 1호차 윤종호 기사

  • 기자명 시민필진 홍선희
  • 승인 : 2012.02.02 15:14
  • 수정 : 2012.09.19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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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장군의 기세가 매서운 지난해 연말, 시계의 작은 바늘이 이제 막 오전 11시를 넘긴다. 광명희망카 1호차 기사인 윤종호(53) 씨가 예약 고객과의 약속시간보다 10여 분 빨리 광명성애병원에 도착했다. 이번에 그의 차를 이용하는 고객은 치매로 투병 중인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온 이경자(50) 씨 부부다.

윤종호 기사 희망카 이렇게 추운 날에 밖에서 차를 기다리시면 얼마나 힘드시겠어요. 그래서 좀 서둘렀어요.”
윤 기사는 병원 문을 나서는 이 씨 가족을 발견하자마자, 재빨리 차에서 내려 이 씨의 어머니가 탄 휠체어를 밀어 희망카에 태운다.

‘광명 희망카’는 관내 장애인이나, 노인 등 거동이 불편한 교통약자들의 발이 되기 위해 지난해 9월부터 운행하고 있는 특별 교통수단이다. 휠체어를 자동으로 들어 올릴 수 있는 리프트 시설이 장착돼 있다. 그래서 장애인이 휠체어에서 내려 차량으로 옮겨 타고, 휠체어를 접어 싣고 내리는 불편함 없이, 휠체어에 그대로 앉은 채로 승하차가 가능해 인기 만점이다.

"이 추위에 희망카가 얼마나 고마운지요"

이날 병원을 오가느라 윤 기사의 희망카를 이용한 이 씨도 “어머니가 아예 거동도 못하셔서  택시에 옮겨 태우는 일조차 힘들기 때문에, 이 추위에 휠체어를 직접 밀고 30여 분을 걸어 병원을 오려니 막막하기만 했다”면서 “주변 공공기관을 통해 희망카를 소개받고 이용하게 됐는데, 요금도 싸고 기사님이 집 앞까지 차를 바짝 대 주시니, 정말 편리하고 기사님께 감사하다”라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운전석의 왼쪽 컵 홀더에는 이 씨처럼 윤 기사의 차를 이용하고 난 뒤 남몰래 고마움을 표시한 사람들의 '정표'가 가득하다.
“한사코 사양을 해도 음료수나 사탕 등을 몰래 놔두고 가시는 분들이 있어요. 장애인분들 중에는 형편이 어려우신 경우가 대다수인데, 당연히 할 일을 한 저에게 뭔가를 주시겠다고 하시면 오히려 제가 죄송하고 고마워서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택시운전 경력, 희망카 봉사로 꽃피우다   

희망카 기사 윤종호 씨윤 기사는 원래 택시운전을 했다. 7년을 정신없이 살았다. 그러다가 성당을 다니고, 세례를 받으면서 봉사의 의미에 대해 깨닫게 됐다. 하루하루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지냈던 그. 그때보다 월급은 턱 없이 적지만, 지금의 삶은 그에게 오히려 마음의 여유와 평안을 가져다줬다.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가치다.   

“매일 사납금을 채워야 한다는 생각에 커피 한 잔 마실 여유도 없이 손님을 찾아 거리를 헤맸는데, 그럴 필요가 없잖아요. 저보다 더 힘든 상황에서도 꿈과 희망을 버리지 않는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더 많이 배우고, 지금 제가 얼마나 보람된 일을 하는 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윤 기사가 자주 오가는 곳은 광명 5동에 있는 장애인종합복지관과 고려대학병원, 성애병원 등이다. 재활치료나, 신장투석 등 주기적인 치료를 위해 병원을 다니는 고객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일반 택시로 광명에서 고대병원을 가려면 6천~7천원이 드는데, 희망카는 1천7백~1천8백원 정도면 충분하니, 훨씬 저렴하죠. 그래서 최근에는 이용 문의가 크게 늘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답니다.”

윤 기사의 하루 평균 운행 건수는 열서너 건. 완벽하게 고객 맞춤형으로 운행되는 희망카는  특징상 고객이 있는 곳이라면 관내 어디라도 직접 가서, 원하는 목적지까지 싣고 가야 하니까 일반 택시와는 달리 움직이는 거리가 상당하다.
 
"뒤에서 빵빵거려도 천천히 갈 거예요"

차량 운행 때도 주의해야 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혹시라도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급정거, 급출발로 인해 다칠까봐 통상 시속 30~40km 속도를 유지한다.

“희망카 운행 초기에는 여기저기서 경적을 울려대며, 눈치를 주는 다른 운전자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어요. 또 오랜 시간 저속 주행을 하다보니, 멀미를 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이 모든 것이 익숙해져 도로위에서 제 속도를 내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예요. 주행 중에도 운전자들이 알아서들 이해해 주겠거니 생각하면서, 빵빵거려도 웃어넘기곤 하죠.”

윤 기사는 희망카 운전을 시작하면서 즐겨 마시던 술도 줄였다. 근무가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이다 보니, 혹여나 전날 과음이 다음날 운행에 지장을 미칠까봐 평일에는 아예 약속조차 하지 않는다.

“저희 고객들 대부분이 심신이 미약한 분들이라서, 저의 사소한 부주의가  혹여 불편을 주지 않을까 더욱 조심하죠. 대신 근무가 없는 주말에는 일주일 내내 소홀하게 대했던 가족과 친구들과 시간도 보내며 재충전의 시간을 갖습니다.”

봉사의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기에 열악한 근무 조건은 그에게 별 일 아니다. 마음이 여유로워지니, 웃는 일도 많아졌다. 일상의 소중함을 아는 게 ‘행복’의 시작이라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내일도, 희망카를 운전하며 신바람 나게 달릴 것이다.  
 


글/사진·홍선희<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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