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더 이상 천덕꾸러기들 아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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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더 이상 천덕꾸러기들 아니거든요!”
<혁신교육> 하안중 나비효과
  • 시민필진 홍선희
  • 승인 2012.02.14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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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안중학교 나비효과













기획1
 

“야! 그때 다 모일거지? 대학로 처음 가보는데 정말 기대된다.”


턱밑이 거뭇거뭇 한 것이 이제 겨우 성숙한 남자의 외모를 갖춰가고 있는 녀석들이 한껏 들떠있다.

덩치만 컸지,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뽀스락대는 모습은 영락없는 어느 집 귀염둥이다.



편견을 극복하니, 가능성이 보이다
하안중학교 대표 개구쟁이들의 보컬 동아리 모임인 ‘나비효과’. 멤버 12명이 주말에 예정된 대학로 공연 체험을 앞두고,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그들이 보게 될 공연은 ‘두레소리 시네마뮤직토크’다. 이 공연은 음악영화 ‘두레소리’를 상영한 뒤 감독과 배우들이 나와 영화 속 뒷얘기를 들려주고, 삽입곡들을 직접 공연하는 일종의 ‘토크 콘서트’다.

‘나비효과’에게 이 공연은 특히 남다르다. 불안과 부담감으로 방황하는 교내 사고뭉치 두 단짝 여학생들이 합창대회를 준비하며 겪는 에피소드와 성장기를 그려낸 영화 줄거리가 ‘나비효과’ 멤버들의 얘기와도 흡사한 점이 많아서다.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한때의 방황에서 벗어나, 음악을 통해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자신을 둘러싼 편견의 벽을 넘어선 아이들. 그들은 이제 더 이상 천덕꾸러기가 아니다. ‘나비효과’는 명실상부한 하안중 대표 동아리로서, 교사와 학생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으며, 더 높은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 이제 말썽꾸러기들 아니에요”
‘나비효과’는 지난해 3월 결성돼 그 해 5월부터 본격적인 보컬 훈련에 돌입했다. 당시 2학년 학년부장이었던 선혜영 교사는 광명시가 혁신교육지구사업 중 하나로, 학생동아리 프로그램을 공모 받아 지원한다는 것을 알고, 일을 추진한 것이다. 과거 다른 지역의 학교에서도 댄스동아리를 지도했던 선 교사는 학교내의 예술 동아리 활성화가 학생들에게 얼마나 큰 흥미를 주는지 몸소 체험했었다. 그 경험을 되살려 이번에도 과감하게 도전장을 낸 것이다.
보컬 연습이 한창인 아이들
멤버는 12명의 2학년 남학생과 선생님 5명으로 구성 됐다. 학생만의 것이 아닌, 교사와 학생이 함께 연습하고 활동하는 연합동아리라는 점에서도 ‘나비효과’는 여느 동아리와 그 색을 달리했다.   
‘나비효과’가 광명시와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지원받은 금액은 지난 1년 동안 총 300만원. 이 돈으로 보컬지도에 필요한 악기와 음향시설을 구비했다. 보컬을 전공하고, 홍대 등지에서 공연도 하는 외부 전문 강사도 초빙했다.

보컬 수업에서는 호흡법부터 발성, 자세교정까지 전문 강사가 아예 처음부터 체계적인 지도를 했다. 처음에 ‘아~’ 소리조차 제대로 안 나오던 아이들은 목소리가 터지자, 스스로도 놀라면서, 자신감을 되찾아 갔다.

배민규 군은 “제가 원래는 정말 소심하거든요. 처음 모임에서 전문 강사님이 노래 불러 보라며 마이크를 쥐어 줬는데, 저도 모르게 손이 떨리면서, 개미 목소리가 나오는 거예요. 그런데 호흡법을 연습하면서 마음이 다스려지고, 소리도 점점 커지더니, 동아리 친구들 앞에서도 연습한 노래를 자신 있게 부를 수 있게 됐어요. 또 공연 무대에까지 서면서, 저의 가능성을 깨닫게 됐지요”

좌충우돌 동아리 활동기
학생들은 점차 변하기 시작했다. 아무 목적 없이 학교에 와서 무기력하게 지내기를 반복했던 아이가 눈빛이 달라졌다. 교실에서 친구들과 교류하지 못하고, 혼자 보내기 일쑤였던 아이는 먼저 다른 친구에게 다가가고, 인사를 건네며, 자신의 숨겨진 매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너무 자신감이 없어 발표하는 것조차 두려움 그 자체였던 학생이 수업시간에 스스럼없이 손을 들고, 친구들 앞에 나서게 됐다.
좌충우돌 동아리 활동기
신민철 군은 “ 그동안은 그냥 학교를 다녀야 하나보다 하고 생각하니, 아무 재미가 없었는데, 나비효과 활동을 하고부터는 저에게도 학교에 나올 이유가 생겼어요. 연습과 공연준비를 통해 친구들과도 많은 대화를 나누며, 공감대를 형성하게 됐죠. 지난 1년은 제 지금까지의 학창생활 중에 가장 많은 추억을 남긴 시간이에요.”

학생과 교사는 음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소통의 방법을 새로 알게 됐다. 아이들은 그저 머리로만 받아들였던 선생님의 충고에 공감하고, 더욱 마음깊이 새기게 됐다. 교사 역시 학생들의 말을 더 이상 핑계가 아닌 진심의 메아리라고 여기고, 그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일 수 있게 됐다.

심인선 교사는 “함께 연습을 하고, 한 목소리를 내는 과정에서 학생들과 간격이 많이 좁아진 것 같다”며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중도 배우면서 학생들 역시 정신적으로 성장하고, 자존감도 많이 회복돼 초기의 위축된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게 됐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동아리 활동에 대한 열정은 출석률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아픈 몸을 이끌고서도 연습에 나오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여름 방학 중 5일 연속으로 이어진 맹훈련에도 단 한명도 빠지지 않고 전원이 참석해 연습을 마쳤다.    

이젠 자타공민 ‘하안중학교의 명물’
‘나비효과’가 교내에서 보컬 연습만 하며 지난 1년을 보낸 것은 아니다. 학교내 봉사활동은 물론, 클래식 연주회 등 각종 공연도 관람하고, 지역 내 공공기관 및 복지시설을 찾아가 궂은일을 도맡았다. 지난해에는 광명경찰서를 방문해 경찰서 일일 청소도우미를 자청하고, 교통질서 지키기 캠페인에도 동참했다. 또 올 초 인근 아파트 경로당을 찾아가 노래도 부르고, 할아버지와 할머니들 어깨도 주물러 주며, 손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왔다.

그 중에서도 나비효과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은 바로 지난해 11월에 광명시민회관에서 열렸던 광명시 동아리 축제 무대다.
한형기 군은 “처음에는 어떻게 무대에 설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해서 팝송의 영어 가사조차도 제대로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그런데 서로 할 수 있다고 다독이며, 연습을 통해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긴장된 무대를 마칠 수 있었죠. 노래가 끝난 뒤 뜨거운 박수로 성원해 주는 사람들을 보면서, 해냈다는 성취감으로 어깨가 으쓱해졌어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말썽꾸러기들로 치부돼 눈총 받는 일이 다반사였던 ‘나비효과’ 멤버들은 이제 학교를 빛내는 존재들임을 자부한다. 학교에서도 이제 이들이 한데 몰려 다녀도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음악을 공유하며, 음악이라는 이름으로 똘똘 뭉친 이들의 잦은 만남은 오히려 반가운 일이다.

또 다른 ‘나비효과’의 준비
선 교사는 “공부외의 문화·예술 활동을 하면서, 아이들의 사고가 긍정적으로 변하고, 공동체 생활에 대한 인식도 달라진 것 같다”며 “그래서인지 지난 한 해 동안만큼은 나비효과 아이들과 다른 학생들 간에 사소한 마찰조차도 없었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이젠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모든 교사들과 학생들이 나비효과 멤버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그들의 작은 움직임이 학교 전체를 즐거운 학교로 변화시키는 시발이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안중학교는 나비효과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올해 역시 광명교육지원청에 동아리 지원 사업 신청을 한 상태다. 아울러 나비효과와 같은 성격의 여학생들을 위한 댄스동아리 결성과 운영을 위해서도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지원 여부를 기다리고 있다.
 


<글 : 홍선희 전문기고가/ 사진 : 하안중학교 협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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