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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묵화 그리기! 알고 보면 참 쉽죠~잉!”

  • 기자명 광명시
  • 승인 : 2012.03.26 19:49
  • 수정 : 2012.09.19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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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초 아이들이 그려낸 수묵화
수묵화동아리
“저 그림이 정말 수묵화가 맞아?”
광명시 하안동에 있는 안현 초등학교는 곳곳에 묵향이 감돈다. 학교 현관은 물론, 본관 건물 2층과 3층의 별관으로 이어지는 통로에 각종 수묵화 그림이 전시돼 있다. 그런데 그림을 그린 기법부터 표현방법 등이 주변에서 흔히 봐 왔던 수묵화와는 좀 다르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붓으로 난을 치는 그런 그림이 아니다. 운동회와 소풍 등 재미난 학교생활부터 친구와 가족들의 유쾌한 모습, 가족과 떠난 소중한 여행 이야기, 수박을 쪼개 먹던 어느 여름날의 일상까지 생활 곳곳의 추억들이 수묵화로 남겨져 있다.

 
이 그림의 작가는 바로 이 학교의 학생들. 먹과 함께 물감으로 알록달록 색칠해 완성 한 뒤 그림 한쪽에 남긴 꼬마 작가들의 소회는 그야말로 재치만점이다.
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1학년 때부터 이렇게 수묵화를 그린다. 먹을 사용하는 방법과, 다양한 먹의 농담을 표현하는 기법을 각종 생활 속 도구를 활용해 배운다.

신생 학교의 참신한 혁신교육
안현초 전경지난 2010년 인근 신축 아파트 입주와 함께 개교한 안현 초교.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째 혁신교육지구 사업 가운데 하나인 향기 나는 문화예술교육으로 ‘생활 속 쉽고 재미있는 먹그림 그리기’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광명교육지원청으로부터 문화예술교육 한국화 거점학교로 지정받기도 한 안현 초교는 전 학년 학생들과 교사, 학부모 모두가 쉽고 친근하게 수묵화에 접근할 수 있도록 최백란 교장이 선봉에 서서 지도하고 있다.
 
최 교장은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에서 한국화를 전공했다. 또 광명 미술대상 및 예술대상 수상과 대한민국 미술대전 입상 경력을 포함, 개인전과 초대전, 그룹전 등 다양한 전시 경험을 가진 베테랑 작가다. 이 학교가 이토록 수묵화 지도에 열중할 수 있었던 것은 최 교장의 남다른 한국화 사랑과 열정이 그 밑바탕에 있었다.
 
최 교장은 “미술은 아이들이 주변을 세심히 관찰하고, 다양한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유도해 창의력을 길러주는데 무엇보다도 좋은 과목”이라면서 “아이들의 인성교육까지 할 수 있는 수묵화는 초등학교 3학년 미술과정에도 나와 있는 정식 교과 과정인데, 먹에 대한 쉬운 접근방법을 몰라, 현장 지도 과정에서도 도외시 되는 게 안타까웠다”며 사업 추진의 배경을 설명했다.
 
안현 초교는 이 사업을 위해 학생과 교사, 학부모를 위한 프로그램을 각각 운영했다.
먼저 학생들은 전교생이 1주일에 2시간씩 한 학기 총 20시간 수묵화 수업을 받았다. 이 수업을 위해 학교에서는 붓과 먹물, 종이 등 모든 재료를 학생들에게 나눠 줘, 수업 준비를 위한 번잡스러움과 부담감을 없앴다.
 
특히 그림을 그리기 위한 화첩을 학생마다 별도로 제작했는데, 이 아이디어 또한 최 교장이 제시한 것이다. 수묵화 화첩이란 스케치북 각 낱장 마다 갱지를 붙이고 그 위에 갱지 크기에 맞게 자른 화선지를 덧붙인 것이다. 이 화첩 덕분에 학생들은 화선지와 문진 등 문방사우를 비롯한 복잡한 도구를 따로 가져올 필요가 없어, 수업 준비와 진행이 한결 수월해 졌다.
 
수묵화 그리기! 하나도 어렵지 않아요~!
손바닥 등을 이용한 체험형 수묵화 그리기수묵화 수업은 모두 4단계로 나눠 진행된다. 수업 초기에는 먹에 대한 흥미유발을 위해 손가락이나 주먹 등 신체에 직접 먹물을 묻혀 마음대로 화첩에 찍어보는 과정을 거친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생활용품도 다양하게 활용한다. 종이를 공처럼 구긴 뒤 표현의 도구로 사용하기도 하고, 면봉이나 나무젓가락으로 선을 긋고 글씨도 쓰며, 꼭 붓을 사용해야한다는 고정관념과 두려움을 떨쳐내도록 지도한다.
 
이어 2단계 기초기법단계에서는 붓을 이용해 먹을 다루고, 농담을 조절하며 번짐을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3단계 표현탐색과정에서는 각종 주제를 정해 그림을 그리게 된다. 일상생활중의 경험한 일이나, 주변 풍경을 관찰하며 그 특징을 표현하기도 하고, 직접 사물의 모양을 보고 따라 그리기도 한다. 또 방학때는 수묵화로 그리는 그림일기를 쓰도록 과제를 내줘, 가정에서도 학교에서 배운 미술활동을 이어가도록 학생들을 독려하고 있다. 최종적으로 4단계는 ‘생활속의 한국와 심기’로, 먹과 친숙해진 학생들이 옷, 부채 등 자신이 사용하는 생활용품에 한국화를 그려 꾸며보며, 먹을 일상생활에서 다양하게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담임교사들은 학교가 배부한 동영상을 통해 이 같은 학생 지도 방법에 대해 미리 숙지한다. 이 동영상 역시 최 교장이 교사들의 수묵화 지도에 대한 전문성 향상을 위해 직접 강사로 나서 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학교 방송실의 도움으로 제작했다가, 지난해 교육지원청에서 받은 예산으로 제대로 된 학습 자료를 만들게 된 것이다.
 
신청자가 몰릴만큼 학생들의 관심도 높아
안현초 수묵동아리방과 후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미술에 재능을 보이는 학생들을 선발해 2개 반으로 나눠 창의미술영재 수업을 무료로 진행한 것이다. 안현 초교 재학생과 관내 전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참여 신청을 받았다. 반응이 좋아 신청자가 180명이나 몰린 바람에, 테스트를 통해 40명만 뽑았다. 그 중 20명이 수강한 수묵화 반인 일명 ‘단원 김홍도 반’은 붓과 먹을 다루는 다양한 표현 기법과 수묵화로 꾸민 생활용품 만들기 등을 1주일에 한번씩 2시간 동안 지도 받았다. 또 미술관 전시회 관람 등 체험학습도 빼놓지 않고 이뤄졌다.
 
뿐만 아니다. 이 학교에는 교사들의 수묵화 동아리 ‘안현 묵향’도 만들어져 있다. 광명 전 지역의 교사들 40여명이 활동하고 있는데, 매주 목요일 오후 5시부터 2시간씩 최 교장의 지도하에 수업이 진행된다. 학부모와 지역민을 위한 수묵화 평생교육도 운영중이며, 수강생들은 매주 화, 목, 금 3차례 하루 2시간씩 수묵화를 배운다.

학생, 학부모, 학교를 이어주는, '수묵화 네트워크'
아이들의 작품이 전시된 교내 갤러리이 수업에는 마니아가 있을 정도로 학부모들 사이에서 인기다. 최 교장은 “한 수강생은 자신의 아들이 초등생일 때 저와 만났는데, 지금 그 아들이 군대에 갔는데도 아직까지 제 수업에 참여하고 있고, 제가 10여년 전 근무했던 안산에서도 찾아온다”며 “제 강의에 열심히 참석해 주는 수강생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성심과 성의를 다 할 수 밖에 없다” 고 열의를 보였다.
 
이렇게 학생, 교사, 학부모가 배우고 완성한 수묵화 작품들은 광명시 동아리 축제 등 대외 행사에 출품돼 광명시청 로비와 시민회관 등지에 전시됐다. 지난해 11월 교내 축제 때도 학교 곳곳을 장식하는데 한 몫 했을 뿐만 아니라, 학교 내에 상설 갤러리가 마련돼, 누구나 수묵화를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다.
 
안현 초교는 이 같은 수묵화 교육이 학생들의 소질과 재능을 개발하는 과정은 물론, 특히 전통 미술과 소재에 대한 이해를 돕는 좋은 기회가 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아울러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수묵화라는 공통의 주제로 교육 공동체를 형성해 학교 교육에 대한 소통과 관심의 장을 마련한 것도 큰 소득이라고 자부한다.

<글 : 홍 선 희 전문기고가/ 사진 : 광명시청 홍보실, 안현초등학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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