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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가득 만남] 희귀암 딛고 작은 행복 찾은 김미경 씨

  • 기자명 광명시
  • 승인 : 2012.04.22 13:07
  • 수정 : 2012.09.18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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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가득 만남> 희귀암 딛고 작은 행복 찾은 김미경 씨

오늘도 바쁜 하루였습니다. 만날 사람도 많고 결재 서류는 산더미입니다. 따스한 햇살 아래 하늘이라도 한번 올려다 보려하면 시간이 없다는 비서실의 재촉에 그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숨 한번 가다듬고 또다시 현장으로 현장으로 향하지만 그래도 우리 주민들을 만나 그들의 사는 이야기 듣는 것만큼 가슴 설레는 일도 없습니다.

하안동에 사는 김미경(50세) 씨. 여성인데다 지체장애를 가진 희귀암 환자입니다. 오늘 이 분과의 인터뷰를 준비하며 자칫 사회에서 영원히 소외되기 쉬운 이런 이웃을 위해 시장으로서 무슨 일을 했는지, 앞으로는 무슨 일을 해야할 지 머리 속이 복잡합니다.

첫 인사를 어찌해야 할까 고민하며 시청 종합민원실 지하에 장애인들이 직접 운영하는 위드카페에 도착했습니다. 김 씨는 왜소한 체구에 다리가 불편해 지팡이를 짚고 있지만 그녀의 표정만은 어딘가 모르게 행복해 보입니다. 시장과의 인터뷰라는데도 크게 어려워하지 않고 선뜻 농을 건넵니다.


“양기대 시장님 많이 뵀었습니다. 행사할 때마다 꼭 참석하셔서 인사하시는 모습 자주 뵙곤 했는데 웃을 때 보조개가 쏙 들어가면서 너무 귀여우세요”

어린이집 운영하다 희귀암 앓고 지체장애 장애인으로

김미경 씨는 어린이집을 10년이나 운영한 경험이 있는 보육 전문가입니다.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치는 일 만큼은 누구보다도 좋아하고 자신있어 합니다. 하지만 몇 년 전 갑작스레 찾아 온 병 때문에 더 이상 그 좋아하는 일을 할 수가 없게 됐습니다. 1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거대세포종양이라는 희귀한 암으로 인해 지체장애 4급의 장애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하반신으로 연결되는 신경을 종양이 덮고 있었던거죠. 너무 아프고 힘들 때는 죽고 싶어요. 이렇게 아파서는 차라리 죽는게 낫다는 생각도 들고 또 자주 아프니까 그런 때는 정말 안 살고 싶죠. 병으로 인한 고통이 가장 힘든 것 같아요”

이제 아무 일도 하지 못할 거라는 절망감에 사로잡혀 몇 차례나 삶을 놓으려 했던 그녀는 우연히 광명시 여성새로일하기센터(새일센터)를 찾으면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됩니다.

새일센터는 주로 가사나 육아로 인해, 간혹 김미경 씨처럼 뜻하지 않게 일을 그만두게 되면서 경력이 단절돼 재취업이 어려운 여성들을 교육하고 취업을 돕는 기관입니다. 김 씨는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통해서 자신의 적성을 다시금 발견했습니다. 다른 사람 앞에서 자신의 재능을 가르치는 일에 남다른 소질이 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된 것입니다.


 “일주일 정도 집단상담 받는데 새일센터에서 너무 잘해주셨어요. 원래는 취업을 하겠다는 생각 없이 그냥 받은 것인데 강사님들이 너무 교육을 잘해주시니까 직업을 갖고 싶다,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저절로 생긴 거예요”

“충분하십니다” 한 마디 말이 큰 희망으로 전달

지역아동센터에서 강사를 구한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자신의 잠재된 능력을 의심하던 그녀는 “제가 뭘 할 수 있겠어요?”라며 망설였습니다. 마음은 있지만 불편한 몸 때문에 선뜻 도전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별 말씀을 다 하십니다. 김미경 씨 정도면 충분하십니다”라는 새일센터 관계자의 한 마디에 그녀는 용기를 얻게 됐습니다. 때로는 한 마디의 말이 상대에게 큰 희망으로 전달되기도 하는 법입니다.


“저한테 전화를 주실때까지 얼마나 많은 이력서를 검토하고 적합한 곳을 추천하려고 애를 쓰셨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니까 용기를 안 낼 수가 없겠더라구요”

이렇게 해서 김미경 씨는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에게 퀼트(조각헝겊을 이어 인형 등 소품을 만드는 일)를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10명 정도의 아이들에게 헝겊으로 매듭짓기, 바느질 등을 가르치면서 아이들과도 금방 친해졌습니다.

고사리 손으로 바느질 한땀한땀에 집중하는 모습을 너무 사랑하게 됐다고 합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취미삼아 시작했던 퀼트가 직업이 되면서 김미경 씨는 많지는 않아도 수입도 생겼고 무엇보다 자아성취감에 행복해졌습니다.


“저는 늘 자리에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이 없는 사람이었는데 새일센터에서 교육을 받으면서 나도 내 능력을 키워서 어디 가서든지 당당하게 나설 수 있구나 그걸 일깨워준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은 항상 오늘이 행복한 날이다 이렇게 생각해요”

여성·장애인·암환자 삼중고 이기고 오늘도 무대로

김미경 씨는 건강 문제로 인해 지금은 또 잠시 일을 쉬고 있습니다. 하지만 건강이 회복되는대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계속 하겠다는 마음은 늘 버리지 않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어려운 환경에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청소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광명시 여성회관과 하안동 주민센터에서 새로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광명 소울합창단에서 합창단원으로도 활동하는데 인터뷰를 하던 날(20일)에 시민회관에서 공연이 있다며 벌써부터 마음이 들떠 있습니다.


“저는 장애인이잖아요. 또 아직도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암과 싸우고 있거든요. 그래도 남들 못지 않게 아주 열심히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아이들에게 퀼트를 가르치거나 아니면 청소년들한테 강연을 하면서 제가 사는 모습 그대로가 누군가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그런 삶을 살고 싶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니 가슴 한 켠이 뭉클해 옵니다. 잔잔한 감동이 밀려드는 기분입니다. 적지 않은 나이에 경력이 단절돼 취업이 어려운 여성인데다 희귀암과 싸우는 장애인이라는 삼중고를 겪으면서도 행복한 웃음을 잃지 않기 위해 열심히 사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광명시장이기 전에 같은 시대를 사는 한 인간으로서 경외와 존경의 마음이 저절로 스며들었습니다. 아무쪼록 김미경 씨가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해 자신이 원하는 곳에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며 저도 최선을 다해 돕도록 하겠습니다.

광명시에는 17만여명의 여성이 살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는 여성이 절반이 넘습니다. 또 1만2천여명의 장애인들이 함께 살고 있지만 이들의 지역사회 참여가 쉽지만은 않은 환경입니다. 광명시는 여성회관, 여성새일센터, 장애인 복지관 등을 운영하며 이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고 있지만 시장으로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들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더욱 세심하고 꼼꼼해질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도 바쁜 하루였습니다. 만날 사람은 많고 결재 서류는 산더미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우리 지역에서 조금이라도 소외된 사람은 없는지, 혹여 있다면 그들을 위해 어떤 일을 해야할 지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 의미깊은 하루였습니다.
 
광명시장 양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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