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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고 힘든 한국살이 벨리댄스로 이겨냈어요!”

  • 기자명 시민필진 홍선희
  • 승인 : 2012.08.01 10:07
  • 수정 : 2012.09.1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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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정 밸리댄스팀

 “시부모님이나 시댁 식구들과 말이 안통하고, 문화차이도 극심한데다 세대 차이까지 있다 보니, 스트레스가 엄청 심했어요. 그런데 벨리댄스를 추면서부터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죠. 처지가 비슷한 친구들과 이런저런 수다를 떨며, 고향에 대한 그리움도 달랠 수 있고요.”

광명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매주 화요일마다 열리는 벨리댄스 강습에 결혼이주여성들이 만사를 제쳐 두고 나오는 이유다.

벨리댄스는 센터 내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인기도 많고, 가장 활성화된 프로그램 중 하나다.

온누리 한마당 행사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는 모습연습은 2개 팀으로 나눠 1시간씩 하는데, 30여명이 참가하고 있다. 신나는 음악과 화려한 액세서리, 형형색색의 의상만으로도 회원들은 절로 신이 난다고 입을 모은다. 이처럼 즐기면서 열성을 다하다 보니, 실력도 금세 늘었다. 지난 달 경기도가 주최한  ‘2012년 경기도 다문화 온누리 한마당 행사’에서 7명의 회원이 팀을 이뤄 출전, 우수상을 수상했다. 총 9팀 중 3등이었다. 지난 4월 강습이 시작된 이후 겨우 3개월이라는 짧은 연습기간을 가진 것에 비하면 매우 훌륭한 성적이다.

사실 이 대회에 나가기 전에 이미 광명시 ‘너부대 문화축제’ 무대에 올라 축하공연도 펼쳤다고 하니, 그 끼들이 보통은 넘는듯하다.

대표팀 7명 중 맏언니인 요란(36·중국) 씨는 허리가 아파 벨리댄스를 시작했다고 했다.
“중국과 달리 온돌 바닥 생활을 하는 한국에 살다보니, 허리에 문제가 생겼어요. 의사의 권유로 허리 강화 운동이 필요하던 차에 센터에서 벨리 댄스 팀을 꾸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동참했죠. 덕분에 지금은 건강도 많이 좋아지고, 다른 나라의 여러 여성들을 친구로 사귀어, 매우 즐겁습니다.”

요란 씨와 같은 나라에서 온 목연걸(32) 씨는 연로한 시부모와 함께 산다. 목 씨는 이곳에 나오기 전에 고부갈등으로 굉장히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두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양육관이 달라 사사건건 시어머니와 부딪히다 보니, 더욱 힘들었다.
하지만 벨리댄스는 그에게 탈출구가 됐다. 음악에 몸을 맡긴 채 한바탕 땀을 흘리고 나면, 서운하고 속상했던 마음도 어느새 달래졌다. 게다가 출산으로 망가진 몸매를 가꾸는 효과도 보게 됐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회원들 중에 비교적 젊은 피에 속하는 강바트 온두라(25·몽골) 씨. 벨리댄스를 추며 자신에게 숨겨져 있던 여성미를 발견하게 됐다고 자랑했다.
“아름다운 옷을 입고, 예쁘게 치장한 뒤 연습을 하는 제 모습을 거울에 비춰 볼 때마다, 왠지 제가 멋져 보여, 자신감도 생겨요. 열심히 연습해서 자격증도 따고, 전문 강사로 활동하고 싶은 욕심이에요.”

밸리댄스 팀원들그는 한국 생활이 4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뽐내며 자신의 포부를 당당히 밝혔다. 시부모를 포함해 7명의 대가족을 이끌고, 1년에 여섯 번의 제사까지 모두 치러내는 어엿한 한국 대표 며느리로 우뚝 선 그. 자신의 모습에 이젠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또 혈혈단신으로 한국에 와서 이렇게 잘 살고 있으니, 앞으로 두려울 일도 없다며, 뭐든지 도전하고 이겨낼 것이라고도 했다.  

수다랏(32·태국) 씨는 벨리댄스 팀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메이크업에 남다른 재주가 있어, 외부 초청행사나 대회가 있을 때마다 팀원들을 멋지게 꾸며준다. 세 자매 중 막내라는 애교만점의 딜너자(26·우즈베키스탄) 씨는 의상담당. 이미 한국에 오기 전 벨리 댄스를 접한 경험이 있는 그의 동작은 수준급이라고 팀원들이 추켜세운다. 특히 이번 대회 의상을 준비할 때는 팀원들에게 큰 도움을 줬다.

팀원들을 이끌고 서울 동대문 시장으로 쇼핑을 나가기도 했고, 인터넷 쇼핑몰도 샅샅이 뒤져 착한 가격에 멋진 의상을 준비했다. 언니 역시 한국으로 시집으로 와 그와 함께 이곳에서 벨리댄스를 배우고 있다는 딜러자 씨. 예전과 달리 자신들을 이방인으로 보지 않고, 친절을 베푸는 한국 사람들이 많아져, 한국 생활이 더 재미있다. 그는 자격증을 취득해 자신의 재능을 한국 사회에 기부하고 싶다는 목표도 밝혔다.  

한국에 온 지 이제 갓 2년을 조금 넘은 르우배미(27·베트남) 씨. 아직 서투른 한국어 실력이지만 그의 활달한 성격이 화려한 춤사위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는 이곳 센터에서 한국말도 배우고, 여러 가지 취미생활도 하면서 친구들을 많이 사귄 덕분에 한국 사회에 더 빨리 적응 하게 됐다고 했다.     

벨리댄스 팀원들몽골 출신의 버르길아(34) 씨는 한국 생활이 벌써 8년을 넘었다. 그는 자신의 이주생활 초기에 비하면 지금은 정말 ‘세상 좋아진 것’이라며 다른 친구들을 독려했다.

“제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만 해도 결혼 이주여성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갑고, 정책적인 지원이나, 도움 받을 곳도 없어 너무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한국 사회도 다문화가족을 사회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아요.”

 버르길아 씨는 춤을 좋아해 시집오기 전에는 몽골 전통 무용을 즐겼고, 한국에서도 각종 무대에 올라 실력을 뽐낸 실력자이다. 한국무용과 소고춤 등 우리나라 사람보다 더 한국문화를 즐기는 그. 자신의 두 아이들에게도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기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한다.

“제 공연에 아이들을 자주 데려가는데, 아이들이 먼저 엄마가 몽골사람이라고 주위에 자랑할 정도에요. 하지만 가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다문화가족을 바라보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시선들이 아이들에게 상처가 되기도 해요. 어찌 보면 ‘다문화가족’이라는 말 자체가 일단 선입견을 갖게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지 엄마가 조금 먼 곳에서 시집을 온 가정일 뿐 한국의 여느 집과 하나도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아주면 좋겠어요.”

연습중인 밸리댄스팀개성도, 문화도, 피부색도 각기 다르지만 열정 하나로 똘똘 뭉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벨리 댄스 팀의 팀워크는 벌써 소문이 났다. 곳곳에서 공연을 와 달라는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어디든지 달려갈 것이다. 각자가 자신들의 나라의 국가대표라는 각오로, 아이들에게도 엄마의 나라를 자랑스럽게 가르칠 것이다.

요란 씨는 “저나 버르길아 같은 선배 결혼 이주 여성은 르우베미처럼 이제 막 한국에 온 후배들의 조력자가 돼 그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하도록 도울 것”이라며 “저희 같은 결혼이주여성이 크게 늘어나고, 그 2세 역시 점점 많아져 한국 사회의 일부분을 구성하고 있으니, 교육기관에서도 다양성을 잘 이해하도록 의식개선 교육이 함께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피붙이 하나 없는 낯선 타국에서 자신들의 방법대로 열심을 삶을 꾸려가는 이들의 용기 있는 한국살이는 호기심의 대상의 아니라, 오히려 본받을 만한 모습이 아닐까?
 



<글 홍선희 진시민필/ 사진 광명시청 홍보실, 광명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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