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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뉴스

“오늘은 배웠으니 내일은 도전한다”

팝페라 가수 폴 포츠 광명 공연

  • 기자명 광명시
  • 승인 : 2012.09.04 13:56
  • 수정 : 2012.09.18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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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포츠가 광명에 온단다. 꿈과 희망의 상징으로 알려진 그는 그전까지 나에겐 그저 텔레비전에서나 가끔 보던, 배가 남산만하게 나온 아저씨였다. 그런데 그가 광명 시민회관에 와서 함께 음악으로 소통할 기회를 갖는다니, 생각지 못한 신선한 충격에 가슴이 두근거리기까지 했다.
 
내가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꽃님이의 광명이야기, www.facebook.com/storyfromflower)에 그의 공연에 대한 포스팅을 올리면서도 마음 한구석엔 그를 한번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점차 커지고 있었다. 특히나 영국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온 나로서는 참으로 오랜만에 느낄 수 있는 영국의 향수이니만큼 더 욕심이 생겼고 주변 사람들에게 조심스레 욕심을 내비췄다.
 
일단은 도전해보기로 했다. 폴 포츠 공연은 9월 3일 오후 8시였고, 4시에 미리 양기대 시장과 짤막한 만남 후, 7시까지 리허설이 잡혀 있었다. 내 인터뷰 계획은 7시 리허설이 끝나고 5~10분을 활용하자는 것이었다.
 
주말을 이용해 열심히 인터뷰 준비를 했다. 영국식 발음 중에서도 특히나 알아듣기 어려운 Wales 지방 출신의 폴 포츠였기에, 그가 해왔던 여러 인터뷰와 영상들을 찾아보며 그의 악센트에 귀를 적응시켰다. 그리고 Britain’s got talent 라는 쇼 프로그램에 등장해 이 자리에 그가 서기까지의 스토리와 앨범 수록 곡들을 찾아보며, ‘인간 폴 포츠’를 탐색하고 연구하였다.
 
그는 생각보다 훨씬 매력적이고 겸손한 사람이었다. 어릴 적 수줍고 친구가 없던 그는 음악을 유일한 벗으로 삼아 외로움을 달래곤 했다. 한 때 교통사고로 인해 쇄골을 다쳐 꿈까지 접으려 했지만 그 앞에 놓인 단 한번의 기회를 기적적으로 잡고, 핸드폰 외판원에서 세계적인 스타로 다시 일어섰다. 참으로 기구하면서도 마음 한 켠이 뭉클해지는 그의 인생이야기이지 않은가.

 어렵게 준비한 인터뷰 무산될 위기

공연이 있던 월요일 아침은 분주했다. 인터뷰가 될지 안될지도 확실치 않은 상황이었지만 혼자 화장실에 가서 왕왕 울리는 내 목소리를 들으며 영어 발음을 연습해보기도 하고, 인터뷰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하며 옷매무새를 수차례 가다듬기도 하였다.
 
오후 4시에는 폴포츠를 만날 수 있었다. 그와 함께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을 비집고 겨우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귀엽게 브이를 들고 함께 사진을 찍으며, 폴 포츠에게 7시쯤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말을 건네니, 웃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희망이 보였다.
 
어느 정도 가능성 있는 인터뷰 계획이 잡히자 질문지를 다시 만들었다. 열 개의 질문을 통해 자연스럽게 기승전결을 연결하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한글로 작성한 질문지를 영어로 번역할 때쯤 어디선가 들린 목소리가 나를 차가운 석고상처럼 굳게 했다. 공연을 앞두고 너무 nervous 한 폴 포츠는 7시에 인터뷰가 힘들다는 소식이었다.
 
모험처럼 도전한 폴 포츠와의 인터뷰

속상했다. 나름 열심히 준비했고, 인터뷰하는 모습도 수 차례 그려본 나로써는 맥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다시 방법을 모색하고 또 모색한 결과, 공연이 다 끝난 후 백스테이지를 노려보자는 차선책이 나왔다. 지금부턴 정말 모험이다! 누구도 예측할 수 없던 상황이었다.
 
7시 30분, 밥을 먹고 공연장에 들어왔다. 이미 객석은 폴 포츠를 볼 생각에 두 볼이 상기된 관람객들로 후끈거렸고, 나는 광명시의 비공식 페이스북 운영자 ‘꽃님이’로 ‘PRESS’ 목걸이를 걸고 공연장에 들어갔다.

 
 
팜플렛을 보며 폴 포츠에 대해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사람들, 우는 아기를 달래는 엄마, 남자친구의 어깨에 기댄 여학생… 정말 다양한 관객들이 왔었다. 내가 있던 뒤 편에는 음향체크로 바쁜 스텝들과, 5초 간격으로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촬영팀, 그리고 홍보실 사람들이 있었다. 고요하진 않지만 기분 좋은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모스틀리 연주팀의 경쾌한 연주로 공연이 시작되었다. 관객들의 설레는 마음을 읽은 듯 날아갈 듯한 연주가 펼쳐졌고, 뒤이어 폴 포츠를 소개하는 영상이 나왔다. 인터뷰를 준비하며 수 차례 봤던 영상이지만, 다른 이들과 함께 다시 한번 그 감동의 순간 속 그의 모습을 보니, 가슴 한 켠이 뭉클해짐을 느꼈다.
 
뒤이어 폴 포츠가 등장하고, 조금은 긴장한 듯 물 한 모금을 들이켰다. 나도 함께 긴장하며 그를 주시했다. 서 있는 자세가 약간 구부정한 그의 모습에 아주 살짝, ‘과연 그의 목소리만으로 이렇게 넒은 공연장 속 많은 관객들의 가슴에 뜨거운 불씨를 지필 수 있을까’하는 회의감과 함께.


잘생긴 목소리로 관객의 가슴에 불을 지피다
 
그러나 잠시 후 그의 입이 열리고 환상적인 멜로디를 그려냄과 동시에 나를 비롯한 모두가 숨을 죽일 수 밖에 없었다.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폭발적인 보이스와 음악을 가슴으로 느끼며 관객들과 호흡하는 그 모습차제가 참으로 아름다워서였다. ‘목소리’가 참 잘생긴 폴 포츠였던 만큼, 눈을 감고 그의 선율을 듣는 관객들은 모두들 어린 소녀가 된 듯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그 순간순간을 한시라도 놓칠 까 긴장하면서 감상에 젖어 있었다.
 
우리말로 부른 ‘그리운 금강산’, 그리고 그를 이 자리에 오르게 해준 오디션 곡인 Nessun Dorma를 끝으로 그는 공연을 마쳤고, 나는 또다시 백스테이지를 향해 바삐 움직였다. 찰나를 이용해 말이라도 걸어볼 계획이었다. 그러나 VIP와 합창단과의 기념촬영으로 쉴새 없이 바빴던 그에게 나는 쉽사리 말을 붙일 수 없었다. 흔치 않은 기회를 놓칠지도 모른다는 초조함에 불안했지만 무척이나 바빠 보이는 그를 향해 돌진할 만큼 나는 당돌하지 못했다.
 
바로 이어지는 팬사인회가 끝난 후를 노려보기로 하고 또 무작정 기다렸다. 시각은 10시를 훌쩍 넘기고 있었다. 그에게 사인을 받으려는 사람들로 시민회관 입구는 북새통을 이루었고, 초조해지던 나는 일단 폴 포츠 옆에 서 있던 영국인 피아니스트 Chris에게 다가갔다. 그에게 폴 포츠와 대화를 하고 싶다고 슬쩍 던져보았지만 폴 포츠의 바빴던 일정과 내일 아침 일찍 한국을 떠나야 하는 상황 때문에 인터뷰는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말을 되풀이하였다. 아쉬운 대로 음향시설과 공연 후기, 한국과 광명시에 대한 인상을 짤막하게 묻자, excellent를 연발하던 그였다.
 
그와의 대화가 끝나는 동시에 마침 사인회도 끝이 났다. 그 순간을 놓치면 폴 포츠와는 영영 대화를 시도할 수 없게 된다는 느낌이 번뜩 들었고, 정말 어렵사리 폴 포츠와 눈을 맞추었다. 그의 눈에선 처음 만났을 때의 그 생기는 사라지고, 새빨갛게 충혈된 피곤한 두 눈동자만이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질문 단 한가지만 받겠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공연은 어땠냐’는 참으로 식상하고도 재미없는 말이 튀어 나왔다.
 
'내일 어쩌지'보다 '오늘 해보자'는 마음으로

좀 더 재미있고 흥미로운 질문을 하리라 마음 먹었던 나는, 한끼도 먹지 못하고 공연을 마친 초췌한 그의 모습에 할 말을 잃었던 모양이다. 더 말을 걸면 나를 원망의 눈빛으로 쳐다볼 것 같아 그의 “It was good”(좋았어요) 한마디에 그저 만족하고 말았다. 그대로 그는 부축을 받다시피 하며 공연장을 떠났다.

어려웠고, 어색했고 또한 부끄러웠다. 무슨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 지도 몰랐다. 늘 TV에서 보던 차분한 분위기의 인터뷰를 보고 그렇게 하리라 상상했던 내 기대와 다르게, 정신을 쏙 빼놓는 취재현장을 아주 잠깐 맛보았던 것 같았다. 녹록치 않은 취재현장에서 나는 날 피하려고 하는 모습도 봤고, 이젠 그만하라는 손짓을 보기도 했다. 사방에서 나를 막고 거절하는 상황 속에서 이번에는 용감하게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그러나 오늘 얼굴이 새빨개지도록 느끼고 배웠으니, 내일은 꼭 해보려 한다. 내일은 ‘어쩌지’ 하는 마음보다, ‘일단 해보자’의 마음을 가지련다. 그게 젊음이고, 젊음만이 누리는 배움의 특권이 아니겠는가. 다음에 다시 만나게 된다면 멋지게 그리고 자신감 있게 얘기할 것이다.

‘Mr. potts, would you make some time for me? I would like to talk with you’
(폴 포츠, 저를 위해 잠시만 시간을 내 주시겠어요? 꼭 당신과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시민필진 강지수
광명청년 잡스타트 1기, <꽃님이의 광명이야기>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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