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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서비스는 '발로 뛰어 진심을 얻는 것'

  • 기자명 시민필진 홍선희
  • 승인 : 2013.02.27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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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웠다.

허허 벌판에 덩그러니 서 있는 비닐하우스들 주위로 보이는 것은 축사들 뿐. 해질 무렵이면 사육장에서 들려오는 요란한 개 짖는 소리에 등골이 오싹해 지기도 했다.
그러기를 벌써 2년째. 출장 나갈 때 마다 자연스레 맡게 되는 고약한 가축 분뇨 냄새에도 이젠 제법 익숙해졌다.

학온동주민센터 문정란(41) 사회복지사의 업무 중 대부분은 출장이다. 아침에 나가, 온종일을 밖에서 보내는 일도 허다하다. 

그도 그럴 것이 학온동 면적은 광명시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하는데, 인구는 3천명도 채 안 될 정도로 띄엄띄엄 사람이 살고 있다 보니, 동선이 넓어 그만큼 많은 시간이 걸린다. 사회복지의 손길이 필요한 대상이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교통이 불편한 오지에 사는 저소득층이 많아, 대부분의 복지사업이 일대일 방문 서비스로 진행된다.

후원 물품을 직접 갖다 드려야 해요. 그 덕분에 수혜자들의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기 좋고, 직접 면담하는 기회도 잦아, 서로간의 거리감도 줄일 수 있죠. 이는 맞춤형 서비스를 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돼요.”

그래서 문 복지사는 자신의 근무 환경이 단점 보다는 오히려 장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복지서비스라는 게 무언가를 주고받기 이전에 서로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진심을 나눠야 진정한 서비스가 이뤄 질 수 있는데, 저는 주민들과 얼굴을 맞대는 시간이 많으니, 진심을 알 수 있는 기회도 더 많지 않을까요?”

학온동 관내 기초생활수급권자는 41가구 55명. 그 중 20가구가 비닐하우스와 컨테이너 같은 무허가 건물에서 생활하고 있다. 

여름에는 인근 축사에서 발생하는 모기 같은 해충 때문에 방역작업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 요즘 같은 겨울에는 혹시 모를 화재발생 때문에 걱정이 앞선다. 난방시설이 제대로 되지않아 난로나 전기장판에 의존해 사는 사람이 태반이라서, 그 위험성은 더욱 높다. 

불이 나면 소방차가 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려요. 그렇다고 도심지 주택가처럼 도로 사정이 좋은 것도 아니어서, 조기 진압이 어려워요. 그래서 손쓸 겨를도 없이 인명피해로 이어질 우려가 크죠. 이 같은 일을 막기 위해 지난해만 118대의 소화기를 지원했어요. 광명소방서의 도움이 컸습니다.”

특히 독거노인이나, 장애인이 혼자 거주하는 가정에는 더욱 각별한 신경이 쓰인다. 최근 집 앞 진흙탕 도로 때문에 도움을 청했던 홍수기 씨가 바로 그런 주민이다.  

“밤새 눈이라도 내리고, 혹한이 올 때면 움직임이 불편한 어르신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마음이 조마조마 할 정도예요. 한동안 연락만 뜸해도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니까요. 그래서 제가 얼른 가보지 못 할 때면 공익요원들의 도움을 받아 어르신의 상황을 살펴보기도 하고, 집 앞에 쌓인 눈도 치워드리며, 그나마 다니는 길에 불편을 덜어드리려고 노력해요”

법적으로나, 재정과 인력 면에서는 한계가 있는 반면, 점점 복지서비스에 대한 수혜자들의 요구가 높아 이를 모두 충족하지 못 할 때면 어쩔 수 없이 악역을 맡아야 할 때가 있다는 문 복지사.

  ▶ 사회복지 민원상담 중인 학온동 주민센터 문정란 사회복지사  

그는 “ 대놓고 관공서가 불법이나 편법을 쓸 수도 없는 일이고, 해 드릴 수 있는 건 뭐든 해드리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며 “혹 주민들이 뜻대로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서운할 지라도 제 진심은 알아주셨으면 하는 게 가장 큰 희망사항”이라고 말했다. 

 글/ 홍선희 진시민필(spanishi95@hanmail.net), 사진/ 광명시 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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