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시정뉴스

아프리카 오지 부르키나파소에 ‘광명(光明)’전했다!

  • 기자명 시민필진 홍선희
  • 승인 : 2013.03.12 09:4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귀국한 지 벌써 1주일이 다 돼 간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생생하다. 첫 발을 내디딘 순간, 폐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었던 숨이 막힐 것만 같았던 그 뜨거운 열기. 코와 입을 칼칼하게 했던 텁텁한 황토 냄새도 여전히 느껴진다.

  ▶부르키나파소의 수도 와가두구 거리 전경, 도로를 제외하곤 황토로 뒤덮힌 풍경이 이색적이다.

광명시가 아프리카 서부 사하라의 ‘최빈곤 국가’중 하나인 부르키나파소와 평생학습 전수를 위한 우호 협정을 체결하고 지난 6일 귀국했다. 방문단은 양기대 광명시장, 신민선 평생학습원장, 이종화 평생학습원 네트워크 팀장 등 시 관계자 4명과 외교통상부 산하의 평생학습을 지원하는 NGO ‘국경 없는 교육가회(EWB·Educators Without Boders)’의 김기석 대표(서울대 교수)등 2명으로 꾸려졌다. 이 중 양 시장을 비롯, 신 원장, 이 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1일 시장실에서 이번 방문에 관한 갖가지 에피소드와 후일담을 나누는 방담시간이 마련됐다. 함께하지 못한 김 교수는 전화통화로 소회를 밝혔다.

 


두려움과  설렘을 안고, 단지 하루가 조금 지났을 뿐인데 세계일주를 한 것 같아...

말라리아 예방약 다들 잘 챙겨 드시고 있죠? 혹시 모르니 방심하지 말고 마지막 한 알까지 정성스럽게 먹어야 합니다!”
양 시장의 애정 어린 당부에 모두들 한 목소리로 ‘네’라고 화답한다.

부르키나파소에 함께 갔던 시 관계자들이 귀국 후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오늘이 처음. 시의 이번 방문은 국내에서 그 예를 찾기가 힘들 정도로 이례적이다.

  ▶ 행사에 절대 빠질 수 없는 단체 인증샷! 주민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


학습 프로그램이나 학습 콘텐츠를 아프리카에 지원한 기초자치 단체는 사실상 광명이 처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국내의 제3세계 빈곤 국가 지원은 대부분이 시설물 건립이나, 장학금 지원과 같은 단순 수혜적인 성격을 띠었다. 그나마도 국가 주도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시의 이번 성과는 더욱 가치 있게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뭔가 남다른 발걸음이어서인지, 그 준비 단계부터 만만치 않았다. 미리 맞은 예방주사만도 파상풍, 장티푸스 등 3가지나 된다. 말라리아 예방약은 한국을 떠나기 하루 전부터 먹기 시작해 일행 모두가 지금껏 복용하고 있다.
  ▶ 귀국후에도 열심히 약을 챙겨먹는다는 신민선 평생학습원장


신 평생학습원장은 “돌아와서도 1주일 정도 예방약을 먹어야 한다더군요. 몸 상태로 봐서는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 같은데, 그래도 만약을 몰라, 지극정성으로 챙겨 먹고 있습니다”라며 농담 섞인 진담을 한다. 

이 팀장이 신 원장의 말에 한마디 덧붙인다.
“저희가 접종 한 것 중에 황열 예방주사가 있었는데, 이 주사는 전국에서도 4군데 밖에 접종을 안 할 정도로 희귀한 접종이래요. 만약 이 병에 걸리면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로 위험하다고, 담당 의사가 어찌나 겁을 주던지, 솔직히 한국에 돌아올 때까지 많이 긴장했습니다.”
이 팀장의 고백에 너나없이 맞장구를 쳤다.

지난 6일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인천공항에 곧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오자 방문단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했다.

2007년부터 아프리카를 들락거리기 시작해 올해만 벌써 3번이나 부르키나파소와 케냐를 다녀온 김기석 교수만을 제외하고서. 
김 교수는 “저야 뭐 손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아프리카를 자주 가본데다, 한국에 머무는 날보다 해외에서 보내는 날이 많을 정도니, 이미 심신이 단련될 만큼 단련돼 있죠”라며 여유 있는 미소를 짓는다.

지난달 28일 오전 인천국제 공항을 출발한 것으로 시작된 30시간에 가까운 여정은 참으로 고됐다. 프랑스 파리를 거쳐 모로코 카사블랑카에서 부르키나파소 행 비행기에 오르기까지 두 번이나 비행기를 갈아탔다. 공항에서 4~5시간씩 대기하는 것이 오히려 달콤한 휴식으로 여겨질 정도였다. 현지에 도착하자 시간은 새벽 5시 무렵을 가리켰다.

  ▶ 즐겁게 웃고있는 부르키나파소의 아이들

신 원장과 이 팀장은 이런 장기 비행은 난생 처음이란다. 신 원장은 특히 신기한 느낌을 받은 게 있다며 말을 이어갔다.
“하루가 넘게 비행기를 타다보니 참으로 재미난 일이 일어나더군요. 우리나라에서는 황인을, 파리에서는 백인을, 카사블랑카에서는 아랍인을, 목적지에서는 흑인을 만났으니, 전 세계 인종을 이번에 다 만나고 온 셈이죠. 마치 순식간에 세계 일주를 한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첫 날, 시차적응이 채 되기도 전에 부르키나파소에서의 강행군이 시작됐다. 호텔에 짐을 풀자마자, 오전 11시부터 쿰바 볼리 발리 교육부장관과 뤽 아돌프 티아오 총리와의 면담을 연이어 갖고, 양측의 평생학습 증진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체결식도 치러졌다.

이 자리에서 양 시장은 양측의 문화·청소년 교류를 제안했다. 이를 흔쾌히 받아들인 부르키나파소는 전통 예술단을 조만간 광명에 파견하는 것을 검토키로 했다.

양 시장은 “올해나 내년에는 가학광산 동굴에서 아프리카 특유의 전통공연을 관람하는 게 가능할 것 같다”며 기대를 감추지 못했다.  

  ▶ 사바 주민들과 함께 전통 춤 삼매경에 빠지다. 


김 교수는 “사실 아프리카 국가에서 한 나라의 기초자치단체장을 초청하고, 총리가 직접 나와 접대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면서 “10만 달러 이상을 후원금으로 내놓고서야 겨우 얼굴이나 만나보고 가는 사람들도 허다했다”며 시 방문단의 외교력을 칭찬했다.

김 교수는 또 “아마도 부르키나파소 사람들도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최초이자, 최고의 평생학습도시 광명의 명성을 인정하고, 고기를 잡아 주는 것이 아닌, 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주고 싶어 하는 광명시의 진심을 마음 깊이 헤아렸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극찬을 이어갔다.

김 교수는 이어 “부르키나파소는 아프리카 내에서도 평생학습에 가장 관심이 뜨거운 나라”라며 “평생학습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로 운명적인 인연을 맺은 양측이 관계를 발전적으로 지속해 세계가 주목하는 결실을 맺길 응원 한다”고 덧붙였다.

  ▶ 부르키나파스의 주요 교통수단 중 하나인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여성

신 원장과 이 팀장 역시 지속적인 우호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민간 차원의 자원봉사 및 인적 교류, 일대 일 결연을 통한 후원과 상호 왕래 등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방안도 점차 강구해 나가기로 방문단은 입을 모았다.

  ▶ 광명에서 준비한 컴퓨터와 오토바이를 사바에 기증하다.

친근함과 감동의 물결,  30분 동안 문 밖에서 수건 들고 서서 기다리다니...

낯설기만 한 아프리카 오지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느껴지는 감정은 두려움보다 친근함이었다.
 
정부기관인 교육부 청사조차도 유리창이 다 깨지고, 건물 뼈대만 겨우 남아있을 정도의 열악하고 빈곤한 부르키나파소이지만, 주민들의 진심어린 환대는 손님을 귀하게 접대하는 우리네 정서와 다를 것이 없었던 것이다.

이 팀장은 한국을 떠나기 직전 주위로부터 ‘짐 관리’에 대한 조언을 수도 없이 들었다.
워낙 못사는 나라이다 보니, 혹시 물건을 분실당해 귀국 때 어려움을 겪을까 걱정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모든 게 기우임을 알게 됐다. 

신 원장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일정 중 머문 한 호텔에서 겪었던 일이 아직도 그의 가슴에 감동으로 남아있다.
“그곳의 언어가 프랑스어와 현지어인 모시어이다보니,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많아 경계심도 많았어요.
일정을 마치고 저녁에 막 샤워를 하려는데, 누군가 호텔방문을 두드리더라고요. 말도 안 통하는데, 모른 척 하는 게 상책이다 싶어, 샤워를 계속해서 마치고 나오는 순간, 수건이 없는 거였어요. 그때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혹시 수건을 가져다주기 위해 누군가 노크를 한 것은 아닐까 하는 거였죠. 그래서 방문을 살짝 열고 내다보니, 호텔 직원이 수건을 든 채로 서 있는 거예요. 제가 30분이 넘게 샤워를 했던 것 같은데,  그 시간 내내 수건을 들고 서 있었던 거죠. 그냥 방문 앞에 두고 갈 수 도 있었을 텐데 말이에요.”

  ▶ 일행이 묵었던 사바 시내의 숙소

양 시장은 현지에서 만난 선교사 부부가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얘기를 이어갔다.
“첫 날 일정을 끝내고, 저녁을 중식으로 먹었는데, 그 자리에 함께한 선교사 부부가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전직 대령으로, 퇴역군인인 남편이 불어를 잘하는 것이 계기가 돼 부르키나파소에까지 봉사를 오게 됐다더군요. 물이 귀한 그곳에 사비를 들여 직접 우물을 2개나 팠다는 얘기에 많이 놀랐습니다.
에어컨 바람조차 뜨거운 이 오지에서 하루하루를 봉사로 버텨내며, 국가나 단체도 하기 힘든 일을 묵묵히 해나가고 있는 선교사 부부가 참으로 존경스러웠어요.”

이 팀장은 이번 일정의 백미였던 사바 지역의 교사양성소 기공식을 감동의 순간으로 꼽았다.
사바는 부르키나파소의 수도인 와가두구에서 동쪽으로 15㎞ 떨어진 곳이다. 황토 흙길을 차로 40분가량 달려 도착한 기공식 현장에는 미시그 나바 사바 족장과 까브레 조지안 사바 시장 등 주민 200여명이 나와, 일렬로 도열해 방문단을 환영했다.

  ▶ 교사양성소 건립 기공식에 참석할 일행을 환영하기 위해 나온 사바 주민들

플래카드 하나 만들어 걸어줄 형편조차 안 돼 광명시가 직접 준비해 간 것들을 사용해야 할 정도로 아무것도 없는 사바 주민들이 선보였던 전통춤. 온 몸으로 정성을 다해 방문단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이 팀장은 깊은 감명을 받았다.

  ▶'광명평생학습관'이라 부르게 될 사바지역의 교사양성소 기공식 장면(왼쪽부터 미시그나바 사바족장,양기대 광명시장,아나톨 APENF 평생학습연합회장,쿰바볼리바리 교육부장관,조지-안 사바시장)

“교사 양성소 건립을 위해서는 우리 시가 직접적인 도움을 준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미시그 나바 족장이 부지 101만 1,000㎡를 기부하고, 부르키나파소 당국이 내년 말까지 예산을 들여 강의 동을 지으면, 그곳을 ‘광명평생학습관’이라고 명명하게 됩니다. 그곳에는 컴퓨터 등 우리가 지원한 학습기자재가 설치됩니다.

또 우리의 평생학습 커리큘럼에 따라 문자해독 교육과정이 진행되고, 교사들도 양성됩니다. 그런데도 우리를 위해 직접 벽돌과 시멘트를 준비해 모두 함께 기공식 행사를 가졌어요. 건물이 지어질 곳은 다른 곳인데도, 방문단을 위한 샘플 행사장을 마련한 거죠.”

 

특히 ‘광명평생학습관’이란 또렷한 한글과 태극기가 새겨진 현판이 전달되던 순간은 방문단 모두의 가슴에 벅찬 감동을 일으켰다.

김 교수는 “광명이 이곳에 투입한 예산은 크지않지만, 그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희망의 씨앗을 이곳에 심은 것”이라며 “광명시민 모두가 긍지와 자부심을 가져도 될 만한 역사적인 사건임이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소박한 아버지의 모습에서 헌신적인 봉사의미 느끼기도

 

밀짚모자를 쓰고 곡괭이를 어깨에 걸치고 나가는 아버지. 이것은 부르키나파소 뤽 아돌프 티아오 총리가 양 시장에게 선물로 건넨 장식품의 모습이다.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가장의 진한 가족애를 담고 있기도 하다. 또 미시그 나바 사바 족장이 준 밀짚모자 역시 정직하고 근면 성실하게 가족을 위해 노력하는 ‘서민의 아버지’를 상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양 시장은 “현지 주민과 관계자들이 우리 방문단을 자신들의 아버지처럼 친근하고, 든든하게 여긴 게 아닌가 싶다” “한편으로는 시민을 위해 아버지처럼 헌신적으로 봉사하라는 깊은 뜻을 담은 것 같기도 하다”고 밝혔다.

신 원장은 “기공식 현장에 나온 아이들과 주부들의 눈빛에서 배움에 대한 갈망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에게 우리가 무엇을 주고 온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곳에서 삶의 에너지를 선물 받아 온 느낌”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 햇빛만 피할 수 있도록 간신히 나뭇가지로 지붕을 덮은 학교에 앉아 열심히 수업을 듣고 있는 사바의 어린이들

이 팀장은 “공책도, 연필도 없어 배운 것을 적지 못하고, 수업을 그냥 듣기만 했다는 아이가 우리가 전한 학용품을 받아 들고, 이젠 의사가 되고 싶은 꿈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겠다는 말을 했을 때, 우리가 그들에게 준 선물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 깨달았다”“교육을 통해 단기간에 압축성장한 우리의 모습이 그들을 일으켜 세우는 에너지가 될 것이며, 그 노하우를 전수하는데 실무자로서 온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글/홍선희 진시민필 spanishi95@hanmail.net
사진/광명시 홍보실 
 
 

저작권자 © 광명시 뉴스포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3유형:출처표시+변경금지 위 기사는 "공공누리"제3유형:출처표시+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