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1972년에 했으니까 가계부는 41년째 쓰고 있고, 일기는 중학교 2학년때부터 썼으니 더 오래되었네요. 육아일기는 아이들 출산부터 초등학교 4학년때까지 기록해서 집에는 수십권의 노트가 쌓여 있습니다.”
50년 넘게 일기를 써온 유승연(소하1동, 여•66) 씨의 얼굴에서 내공이 느껴졌다. 몇 십 년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써 온 일기와 가계부라는 기록물의 힘이 아닐까 싶었다 .
유 씨는 어린 시절 친정아버지가 트럭 운전을 하면서 상인들과 거래한 내역을 수첩에 꼼꼼히 메모하는 것을 보며 가계부 쓰는 습관이 들었고, 봄이 오면 트럭 옆자리에 태워 그날 보고 느낀 것을 써서 읽어 보라고 시킨 감성교육이 일기를 쓰게 된 꾸준한 동기가 되었다고 털어 놓았다.
가계부로 친구와 돈을 잃지 않아~
1970년에 쓴 가계부를 살짝 들여다보니 라면 한 봉지 5원, 콩나물 10원, 돼지고기 한 근 500원, 결혼축의금 1000원 등 현재 물가와 비교해보는 일도 은근히 재미있다.
“가계부를 쓰면 우선 작은 것의 소중함과 자녀교육에 도움이 되고요. 내가 돈을 어디에 왜 썼는지 알게 됨은 물론 기억에 대한 꼬투리를 잡히지 않고 돈을 잘 관리해서 쓸데없는 낭비를 막을 수 있어요. 사소한 것 같지만 이 일은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해야죠.”
유 씨는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고 털어 놓는다.
90년대 초 친한 친구로부터 돈을 갚으라는 연락이 와서 분명히 정리해줬다는 생각에 가계부를 샅샅이 살펴 은행계좌로 500만원을 보낸 증거를 찾아냈다.
은행에 가서 확인을 받아 친구에게 보여주니 친구는 큰 착각을 했다며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유 씨는 가계부 덕분에 돈도 친구도 잃지 않게 되었다며 가계부 쓰기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유 씨는 일기를 뒤적이다 보면 월남 파병 군인이었던 남편과 그리움을 나누던 연애감정이 구구절절 배어있어, 가끔 남편에게 미운 생각이 들 때마다 일기장을 들춰 보며 다시 사랑 찾기에 나선다고 말했다.
시민기자 최평자 / 사진 손영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