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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뉴스

'체온'을 나누는 봉사

광명종합사회복지관 어르신자원봉사학교 손·발마사지 활동

  • 기자명 홍선희
  • 승인 : 2013.04.26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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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바로 사람 머리에 해당하는 지압점이에요. 이렇게 꼭 꼭 눌러주면 머리가 맑아질 거예요.”

지난 2일부터 매주 화·목요일에 열리는 광명 어르신자원봉사학교에 참여하고 있는 김순호(68) 씨. 광명시 홈페이지에 난 모집 공고문을 보고 이곳에 왔다는 그는 “죽을 때까지 배우는 게 젊게 사는 비결”이라며 그동안 갈고 닦은 손·발 마사지 실력을 유감없이 선보인다.

할머니의 손길이라고 얕잡아 봤다면 오산이다. 엄마의 손길처럼 부드럽게 8자를 그리며 손바닥을 어루만지더니, 손가락 끝을 누를 땐 온 힘을 다해 지압을 한다. 봄날 오후의 나른한 춘곤증도 이내 떨쳐낼 만한 상쾌함이 느껴진다.  

“얼마 전 요양원으로 봉사를 나갔는데, 마사지 실력을 떠나 손발을 만져주는 스킨십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이 어찌나 좋아하던지 제 마음이 울컥하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니, 문득 병원에 입원중인 아흔을 앞둔 친정어머니가 떠올랐어요. 그 길로 달려가 배운 대로 마사지를 해 드렸어요. 자식들과 손자들을 만나면 그때도 손발을 주물러 주며, 정을 나누고 싶어요.”

김씨는 이곳에서 배우는 마사지가 가족관계에서도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며, 마지막 수업까지 최선을 다해 배울 것이라고 했다.      

교실 한쪽에 나란히 마주 앉은 한 커플이 눈에 띤다. 남·남 혹은 여·여 커플 천지인 이곳에서 유독 다정한 손길을 주고받으며, 부러움을 한 몸에 사고 있다. 이들은 바로 양관종(78)·전정순(73) 씨 부부. 평소에도 금슬이 하도 좋아, 자식들에게까지 시샘을 받는다는 이들 부부는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부터가 남다르다.

  ▲ 마주 앉아 서로에게 따뜻한 온기로 마사지 실습을 하고있는 양관종(왼쪽),전정순(오른쪽)부부

손바닥에 덜어낸 로션을 체온으로 따듯하게 데워 정성스럽게 서로의 손과 발에 바르는 것으로, 마사지를 시작한다. 상대의 발을 만질 때도 한 치의 망설임이 없이 덥석 붙들더니, 발가락과 종아리를 오가는 손길이 이내 분주해 진다.

남편 양씨는 “남는 게 시간인데, 집에서 마냥 허송세월 보내느니, 이렇게 함께 나와 뭔가 배우며, 부부가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삶에 에너지가 넘치는 것 같다”며 수업 참여 이유를 밝혔다.

부인 전씨도
“집에서도 배운 것을 복습하느라, 만날 서로 주물러 주고 있다 보니, 혹여 화가 난 일이 있더라도 금방 눈 녹듯이 사라졌다”
며 마사지를 배운 게 아주 잘한 일이라고 남편의 의견에 맞장구를 쳤다.

이 수업에 함께 참여하는 것 외에도 상담 자원봉사도 같이 하고 있다는 이들 부부. 사랑과 애정을 더한 마사지를 덕분인지, 칠순을 넘긴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고운 살결이 더욱 인상적이다.   

김씨와 양씨 부부를 포함, 광명종합사회복지관에서 손·발마사지를 배우는 수강생들은 45명. 벌써 4주째 수업을 마쳤는데, 매 수업마다 출석률이 90%를 넘는다.

 


처음 수업을 할 때만 하더라도, 어색해서 눈길조차 마주치지 못하던 참가자들이 지금은 거리낌 없이 일상사를 나누는 사이가 됐다. 곳곳에서 이야기꽃이 피어나며, 마치 사랑방에 나온 것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수업을 받고 있었다.
정확한 지압 점을 익히고자, 돋보기안경까지 꺼내 쓰고, 강사의 설명에 열중하는 수강생들도 심심찮게 눈에 띠어, 이들의 수업에 대한 열의를 짐작케 했다.    

 ‘어르신 자원봉사학교’는 지난 2001년 제 1기를 시작으로, 올해 벌써 13기째를 맞고 있다. 마사지 기술 교육 외에도 실버세대의 사회참여와 자원봉사를 위한 소양 교육, 환경 교육, 자살 예방교육, 수화 수업 등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된다. 또 수업 과정에 관내 요양원이나, 노인 주간보호센터 등으로의 실습도 포함돼 있다.

지난 16일에도 광명시립요양센터에서 실습 교육이 있었는데, 수강생들이 자신의 실력을 뽐내며, 자원봉사의 의미와 보람을 되새기는 자리가 됐다. 서비스를 받는 노인들 역시, 이들을 크게 환영했다.
또래의 자원봉사자들과 신체 접촉을 통해 정서적인 교감을 나눌 뿐만 아니라, 공감대 형성도 훨씬 잘되기 때문이라고 김소연 담당 사회복지사는 전했다. 

이번 손 발마사지 교육은 지난 2012년 12기 때 실시했던 손 마사지 교육을 확대한 프로그램이다. 자원봉사 외에도 두루 활용하기 좋고, 수혜자들에게도 인기가 많아, 올해 발 마사지로까지 수업 범위를 넓혀 수강생을 모집했는데, 인기리에 접수가 마감됐다.

이번 교육은 다음달 2일 모두 끝난다. 교육을 마친 수강생들은 이후 동아리 모임으로 조직돼 매월 한 차례씩 자조 모임을 갖고, 올 연말까지 자원봉사 활동을 펼치게 된다.
  ▲ 종합사회복지관 김소연 사회복지사

김 사회복지사는 “매회 자원봉사학교를 마친 어르신들은 동문회로 편입돼 자발적인 친목모임, 동아리 활동을 통해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동문회에서는 다양한 봉사활동도 스스로 펼쳐나가고 있는데, 환경정화, 저소득 가정 도시락 전달, 천연비누 제작과 나눔, 전래놀이지도 등이 대표적”이라며, “댄스, 합창, 컴퓨터, 환경 모니터링, 수화 등 다양한 분야의 동아리가 결성돼 어르신들이 여가활용은 물론, 자선공연도 하며, 노년의 삶에 활력을 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글/홍선희 진시민필 spanishi95@hanmail.net   사진/광명시 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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