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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뉴스

상투를 틀고, 비녀를 꽂는다는 것

광명장애인종합복지관 지적발달장애인들의 전통 성년식

  • 기자명 시민필진 김은정
  • 승인 : 2013.05.2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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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년의 날은 만 20살이 된 젊은이들을 위한 날이지만, 성인이 된 자녀를 둔 부모님들에게도 의미 있는 날이 분명하다. 마냥 철부지 같던 아이가 이제 온전한 인격체로서 자신의 인생을 살아나가게 됐으니 말이다.

성인이 된 자녀를 둔 부모의 마음은 다들 한가지겠지만, 광명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자신의 모습을 가다듬고 있는 지적발달장애인 부모 마음은 더더욱 애틋하다.

올해 만 20살이 된 광명장애인종합복지관 지적발달장애인들. 이들의 외모는 성인으로 성장했지만, 정신연령은 아직 아동 수준에 머물러 있다.

비록 정신연령은 어리지만 올해로 만 20살이 되는 지적발달장애인들도 비장애 젊은이들과 마찬가지로 성년의 날에 똑같이 축하 받음이 마땅하다. 그래서 광명장애인종합복지관과 광명장애인보호작업장 공동 주관으로 성년의 날인 지난 5월 20일 성균관 예법의 전통 성년식을 준비하고 나섰다.

올해 성년식을 치르는 광명장애인종합복지관 지적발달장애인은 남자 5명, 여자 7명으로 모두 12명. 우리나라 전통 성년식이다 보니 12명 모두 한복을 한껏 차려 입고 부모님과 함께 광명장애인종합복지관 체육관에 자리했다.

광명재활대학 음악치료학과 김혜진 씨는 어머니에게 어눌한 말투로 ‘결혼하고 싶다’고 말한다. 딸 혜진 씨 말에 어머니는 ‘결혼하면 엄마랑 같이 못사는데, 그래도 결혼하고 싶어?’라고 되묻는다. “우리 혜진이가 한복 곱게 차려 입고 성년식을 치르는 모습을 보니까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착잡하다”며 혜진 씨 어머니는 소리 없이 눈물을 훔친다.

 

지적발달장애인들의 전통 성년식은 올해로 성년이 되는 대상자(남자는 관자, 여자는 계자)들이 세상의 더러움을 씻고 의식을 청결히 하는 맹세의 의미로 손을 씻고 입장을 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땋아 내린 머리를 올려 남자는 상투를 틀고 여자는 비녀를 꽂는 초가례, 남자는 갓을 쓰고 두루마기를 입고 여자는 족두리를 쓰고 마고자를 입는 재가례, 남자는 관복에 사모관대를 하고 여자는 원삼을 입고 족두리를 쓰는 삼가례 등의 순서로 성스럽게 진행됐다.

 

주례가 “어린 마음을 버리고 오래도록 살면서 행복을 누리도록 하라”고 덕담을 건네자, 지적발달장애인들은 “삼가 마음 속 깊이 새기겠습니다”며 답한다.

본식이 끝나자 부모와 자식이 서로 마주보고 앉았다. 지금까지 키워주고 보살펴주신 부모께 감사의 절을 올리자, 부모는 성인이 된 것을 축하한다며 자녀의 가슴에 꽃 한 송이씩을 달아줬다. 그리고 부모 · 자식 상호간에 편지로 마음을 전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동안 네가 성인이 되는 것을 엄마는 마음에서부터 회피해왔다. 그래서 뒤늦게 성년식을 치르게 해서 미안하다. 사실 지금도 너를 사회로 내보낸다는 게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제는 사회 구성원으로 멋지게 살아갈 네게 응원과 축하를 보낸다. 일년 중 삼분의 일을 병원에서 보내던 네가 이렇게 예쁘게 커서 성년식을 치르니까 엄마는 너무 기쁘단다.

예전에는 네가 이렇게 빛나는 보석으로 자라줄 지 몰라서 눈물로 보냈어. 장애는 부끄러운 게 아니라는 걸 뒤늦게 깨달아서 미안해, 그리고 그런 엄마를 욕심과 교만에서 구해줘서 고마워.

내려놓음과 채움을 알게 해주서 정말 고마워 우리딸, 이제는 아름다운 이 세상을 여유를 갖고 천천히 둘러보며 걸어가자꾸나. 다시 한 번 성인식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너를 너무너무 사랑하는... 딸 바보 엄마가"

20년 넘게 지적발달장애 자녀를 키워온 한 어머니의 편지 낭독이 끝나자,  그 자리에 함께 한 모두의 마음은 뭉클함 그 자체가 됐다.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사회로 진출하게 될 12명의 지적발달장애인들. 여태껏 잘 이겨왔으니  앞으로도 멋지게 자신의 삶을 디자인 해 나가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글/진시민필 김은정       사진/광명시 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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