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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뉴스

"꿈에 그리던 친정 다녀오니 살 것 같아요"

  • 기자명 시민필진 홍선희
  • 승인 : 2013.08.19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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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그리던 친정 다녀오니 살 것 같아요"

5년만이다. 중국 흑룡강 출신의 전상하(37)씨가 지난 2008년 결혼을 하면서 친정을 떠난 후, 다시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22일 한국을 떠나, 이달 3일 귀국할 때까지 친정에서 보냈던 꿈같은 시간들은 마치 엊그제 일 같다.

  ▶ 시는 지난 7월 다문화가정 친정방문사업 대상자로 선정된 가족에게 고향을 방문할 수 있도록 왕복항공권을 지급하였다.

비행기만 타면 2시간 만에 갈 수 있는 곳이건만, 빠듯한 경제 사정 탓에 친정나들이는 그동안 아예 제쳐두고 지냈다. 홀로 계시는 친정어머니는 건강하신지, 고향은 어떻게 변해 있을지, 친구들은 다들 어떤 모습일지 그 모든 게 궁금해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없어 때론 답답했는데 이번에 모든 게 해결됐다. 지난 6월 광명시의 다문화가정 친정방문사업 대상자로 선정되면서 고향에 갈 수 있는 왕복 항공권을 선물 받았기 때문이다.

전씨처럼 올해 시로부터 친정방문을 위한 비행기 티켓을 선물 받은 가정은 모두 여섯 가정. 중국 4가정과 베트남, 필리핀이 각각 한 가정으로, 모두 22명이 그 수혜 대상자이다. 지난 달 제일 처음 한국을 떠난 전씨 가정을 시작으로, 이들은 오는 10월까지 자신들의 휴가 일정에 맞춰, 고향에 다녀오게 된다.

  ▶ 친정에 다녀온지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아직도 고향집이 눈에 선하다는 전상하씨(37세)

이들 중 이미 고향에 다녀온 전씨와 출국을 약 일주일 앞두고 있었던 베트남 출신의 김지원(34)씨를 지난 9일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만났다.   

전씨는 “제가 개인적으로 부담하려면 항공권 비용만 200만 원 정도 되는데, 여기에 이런저런 경비까지 더하면 수 백 만원이 들어, 제겐 친정가기가 너무 어려운 일 이었다”고 털어 놓았다.

그는 또 “그런데 시의 도움으로 이번에 소원을 이뤄서 정말 행복했다”며 “그곳에서의 추억을 되새기면서, 요즘 즐거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제 친정에 갈 날이 얼마 안 남은 김씨도 설렘 반 기대 반 속에 매일을 보낸다고 했다.
3남매를 둔 김씨 역시 가족 다섯 명이 베트남을 가기 위해서는 왕복 항공권 비용이 300만원 가까이 든다. 때문에 친정 나들이는 엄두도 못 냈다. 

그는 “만약 이번에 비행기 표를 지원받지 못했다면 언제 친정을 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2년 전 동생 결혼식이 있었는데도 참석하지 못해 많이 아쉬웠는데, 이번에 모든 친정 식구들을 만나고 올 생각을 하니 마음이 들떠 밤잠도 설칠 지경”이라고 했다.

김씨는 이번 고향 방문이 4년만이다. 지난 2005년 베트남 현지에서 지금의 남편과 결혼해 한국에 들어온 이후, 셋째를 낳기 전 딱 한 번 고향에 다녀온 게 친정 나들이의 전부다.
“지금 7살인 큰 딸아이가 당시 많이 어렸는데도 엄마 고향에서의 경험이 생각이 나는지, 가끔 그때 이야기를 꺼내요. 이번에 다시 베트남에 가게 됐다고 하니, 외가 친척들을 만나면 실컷 놀고 싶다며 떠날 날만 손꼽아 기다려요.”
 ▶ 결혼하기전, 한국이 너무 좋아 잠결에 온 전화조차 본인도 모르게 "여보세요"하며 한국말로 얘기했다는 김지원씨(34세)

한국 가족드라마에서 나오는 화목하고 돈독한 가족애에 반해서 코리안 드림을 꿈꿨고, 시집오기 전부터 한국어에도 남다른 관심을 가졌다는 김씨. 그는 “당시 제 귀에 ‘안녕 하세요’,  ‘고마워요’라는 한국어의 억양과 발음이 정말 부드럽고 황홀하게 들렸고, 꼭 한국에 와 살고 싶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면서 남다른 한국 사랑을 뽐냈다.

허나 ‘엄마의 나라’를 잘 모르는 아이들에 한국만큼 멋지고, 훌륭한 역사를 가진 베트남에 대해서 가르쳐 주고 싶은 욕심도 항상 그의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었다.

김씨는 “비용적인 측면에서는 오히려 친정 부모님을 한국에 초대하는 게 나을 수도 있지만, 그건 단지 그리운 가족과의 만남에 지나지 않아, 아이들에게 생생한 ‘엄마 나라’에 대한 가르침을 줄 수 없다”며 이번 고향 방문의 남다른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또 “제 고향은 베트남 북쪽에서는 두 번째로 큰 하이퐁이라는 도시인데, 한국의 부산처럼 바다가 아주 예쁜 곳”이라며 “아이들에게 베트남 전통 음식을 맛보이는 것은 물론, 여러 역사유적지와 관광지를 구경하고, 외가 친척들도 두루 만나며, 아이들이 엄마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엄마를 자랑스러워 할 수 있도록 소중한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각오를 말했다.

4살짜리 아들은 둔 전씨도 김씨의 말에 공감하며 한마디 거들었다.
“저 역시 고향에 머무르는 내내 아이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이게 뭐야’라는 질문을 쏟아 냈어요. 아이가 뭐라 정확히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엄마가 어떤 곳에서 왔는지 직접 몸으로 체험하며, 엄마의 말투가 한국 엄마들과 다르게 왜 좀 서툰지, 조금이라도 이해했을 것 같아요. 처가에 처음 가본 남편 역시 저의 사고방식과 생활에 대해 더 깊이 있게 알고, 차이를 인정해 주는 계기가 됐을 것 같고요.”

이번에 친정에 가면 친구들도 만나고 싶다는 김씨의 말에 “친구들과 나누는 수다야 말로 친정 방문의 또 다른 묘미”라며 전씨가 맞장구를 쳤다. 전씨는 또 “고향에서 먹었던 중국 정통 사천요리의 맛을 아직까지 잊지 못하고 있다”“향신료의 맛이 제대로 살아있는 그야말로 ‘고향의 맛’을 만끽했다”고 자랑을 멈추지 않았다.

이에 김씨는 “베트남은 아직까지 전통 농사법을 고수하고 있어, 한국으로 치면 유기농 고기와 농산물이 지천이다”면서 “이번에 그런 맛좋은 고기와 채소로 만든 월남쌈과 쌀국수를 실컷 먹고 오리라 온 가족이 잔뜩 벼르고 있다”고 응수했다.

  ▶ 한국에 살면서 또 다른 좋은 친구를 얻었다며 활짝 웃는 전상하 · 김지원씨

자신들이 처음 한국에 왔을 때만 해도 결혼 이주여성을 위한 시설이라곤 ‘한국어 교실’이 전부였는데, 불과 2~3년 새 많이 달라졌다며 시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은 이들. 다문화가족지원센터 같은 지원시설 뿐만 아니라, 친정방문 사업처럼 물질적, 정서적인 지원이 많아져 한국 생활에 더욱 자신이 생긴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번 사업을 담당한 다문화가족센터 한은희 씨는 “지난해 사업이 처음 시작돼 4가족이 혜택을 받은데 이어, 올해는 예산이 200만 원 가량 증액돼 그 수혜자가 더 늘었다”고 했다.

그는 또 “지난해 아빠들이 직장 휴가 문제로, 출국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어, 올해는 휴가철에 맞춰 각 가정의 상황대로 일정을 자유롭게 짜 출·입국을 하도록 사업을 진행했다”고 말을 이었다. 아울러 “대부분의 다문화가정이 의료보험료 5만원 미만일 정도로 형편이 어렵다 보니, 막상 선정이 되도 여비 문제로 힘들어 해, 이런 고민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자, 왕복항공권과 함께 친정에 가져갈 선물도 증정하고 있다”며 “올해는 홍삼젤리 세트를 마련했는데, 현지의 가족들이 매우 좋아했다고 전해 들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어 그는 “하도 오랜만에 친정을 가다보니, 여행 당일까지 비자를 미처 준비 않고 공항에 가거나, 비행기 탑승시간을 놓친 가족들이 있어, 이를 수습하느라 애를 먹기도 했다”면서도 “친정에 다녀온 후 더욱 활기차게 생활하는 다문화가족들을 보면, 고생도 한 순간일 뿐 보람이 크다”며 미소를 잃지 않았다.

한편 관내 다문화가족은 약 1,800 가구 정도인 것으로 시는 파악하고 있으며, 이번 친정 방문 사업에는 이들 중 18가족이 신청했다. 시는 3년 이상 한국에 거주하고, 광명에 주소지를 둔 다문화 가족 중 3년 이상 친정 방문이 없는 경우를 대상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글/진시민필 홍선희    사진/광명시청 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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