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시민톡톡

가려운 곳 시원하게 긁어주는 우리는 "광명 4맨”

5060 베이비부머 생활민원기동반

  • 기자명 시민필진 홍선희
  • 승인 : 2013.09.10 09:5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름휴가는 단 한 시간도 다녀오지 못했다. 땡볕에 그을린 피부가 갈색을 넘어 거의 초콜릿색이다. 온몸에 먼지를 뒤집어쓰는 일은 일상이 됐다. 비 오듯 땀이 흘러 미처 훔쳐내지 못하다 보니, 자꾸 눈으로 들어가 따갑기까지 하다. 정작 자신의 집에서는 한 번도 해 본 적 없었던 걸레질도 제법 익숙해졌다. 어떤 때는 끼니까지 거르고 작업을 이어간다. 업무 마감 시간인 5시를 훨씬 넘긴, 밤 10시가 다 돼서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게 즐거울 뿐이라는 광명시 생활민원기동반(이하 기동반). 지난 달 말 광명1동의 한 옥탑 방에서 여기저기 집을 보수하는데 여념이 없는 기동반 4인방 윤종민(56)·우상신(58)·강성열(57)·임상용(63)씨를 만났다. 

이 날 이들이 해야 할 작업은 방안의 오래된 벽지 위로 압축스티로폼을 덧대 붙이는 일이다. 스티로폼을 통째 붙이는 게 아니라, 각기 다른 크기로 재단을 해 마치 타일처럼 벽에 접착한다. 단순한 종이벽지 도배에 비해 작업시간이 3배 이상 더 걸린다. 그런데도 이런 방법을 택한 데는 이유가 있다.

 

지난 2월 기동반이 출범했을 때부터 활동하기 시작해 현재 팀을 이끌고 있는 윤종민 반장이 설명을 했다. “저희가 작업을 나가는 곳 대부분이 건물이 낡았거나, 반 지하 또는 이렇게 옥탑 방입니다. 이런 곳은 습기와 추위에 취약해 단순히 종이 벽지만 덧발라 봤자 얼마 안가 다시 곰팡이가 피든지, 변색이 돼서 제대로 된 보수 효과를 볼 수 없게 되죠.

그래서 고안해 낸 방법이 방습과 방한 효과가 있는 압축 스티로폼을 이용하는 거였어요. 통째로 붙이면 미관상 별로 예쁘지가 않아, 이렇게 한 장 한 장 크기대로 재단을 해 작업을 하는 거고요”

 

방안의 형광등과 콘센트 커버 등도 모두 새로 바꿔 하얗게 단장한 벽과 어울리게 마무리를 했다. 이제 막 새로 지은 건물마냥 깔끔하기 이를 데 없다.

이곳에 거주하는 부부 얼굴에도 방의 벽지처럼 밝고 새하얀 미소가 피어난다. 기동반의 하루 피로가 한 번에 날아가는 순간이다. 이들 4인방이 힘든 줄도 모르고 작업을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기동반의 맏형을 자처하는 임상용 씨는 “단순히 형광등 하나 바꿔줬을 뿐인데, 이들에게는 아마 마음을 빛이 밝혀진 기분일 것”이라며 “세상의 무관심에 지친 사람들이 지극한 외로움과 서러움을 호소하며 눈물을 흘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기동반이 하는 일은 조명기구와 전기 소모품 교체, 수도꼭지나 현관문 잠금장치 교체 및 설치, 화장실 변기 보수 등이다. 실은 그렇게 복잡하거나 전문적인 분야는 아니다.
비록 소소하고, 간단한 작업이나, 독거노인이나 장애인 등 경제사정이 열악하고, 거동도 불편한 이들에게는 어찌 손쓸 수 없는 생활의 큰 불편함이라는 게 기동반의 설명이다. 마치 손이 닿지 않는 등 한복판을 속 시원히 긁어 주는 것 같은 역할을 하는 게 기동반의 임무라는 것이다.

  ▶ 어려운 분들에게 마음도 나눠주고 싶다고 말하는 기동반 맏형 임상용씨

맏형 임씨는 “얼마 전 소하동에서 손자·손녀를 홀로 키우는 할머니 집을 방문해 현관 방충망을 설치해 주고, 움직일 때 잡고 의지할 수 있는 봉을 실내에 설치해 드렸더니, 아들도 못해준 일을 해줬다며 고마워했다” “집수리를 떠나 이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살핀다는 심정으로 작업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지난 6월 시는 기동반의 전기·설비 등 특수 분야의 전문 인력을 보강했었다. 우상신 씨는 그때 기동반에 합류했다. 지금껏 자원봉사를 해 본 적이 없다는 그는 요즘 인생의 새로운 재미를 찾았다.  
“작업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민원인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게 되는데, 별 것도 아닌 제 기술이 그들에게는 큰 위로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개인적으로 활동하면 수입은 좀 더 나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처럼 보람이 크지는 않겠죠.”

5060 베이비부머로, 기동반 활동을 통해 봉사도 하고, 일자리도 찾게 됐다는 강성열씨. 비록 남다른 전문기술을 가진 것은 아니나, 마음가짐만은 일류 전문 기술자 못지않다. 할 줄 아는 게 없으니, 청소와 뒷정리 등 허드렛일이라도 열심히 해야 하지 않겠냐며 겸손하게 운을 뗀 그는 “몸이 고달픈 만큼 얻는 것도 많은 게 기동반의 일”이라며 환한 웃음을 보였다.

이들에게는 최근 묘한 습관이 생겼다. 버려진 가구나 가전제품을 보면 하나같이 달려가 이리저리 살펴보며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는 것이다. 방문한 가정의 변변찮은 세간을 보면 어떻게든 조치를 취해주고 싶어서란다.

  ▶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도 항상 머릿속에 내일 작업에 대한 생각으로 즐겁다는 기동반 윤종민 반장, 꼼꼼한 그의 손놀림이 여느 인테리어 전문가 못지 않다. 

윤 반장은 “허나 이런 살림살이들을 쌓아두고 손 볼만한 마땅한 작업공간이 없어, 어떤 때는 좋은 물건을 발견하고도 그냥 지나쳐야 해 아쉽다”고 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움직이는 곳이 주로 주차 상황이 열악한 좁은 골목길이다 보니, 본의 아니게 통행이나 주차문제로 시민들과 맞닥뜨리게 되는데, 너그러운 마음으로 양보와 이해를 해줬으면 하는 게 가장 큰 바람”이라고 간절히 당부했다.     

기동반은 매일 9시부터 일을 시작해 하루 평균 예닐곱 가구를 방문한다. 지난 2월 처음 이 사업이 시작됐을 때는 3인 1조로 움직였다. 그러나 지난 6월 전문 인력 2명이 충원돼 현재는 2인 1조로 2개 팀의 4명이 활동 중이다. 65세 이상 독거노인과 장애인, 한부모 가정 등 저소득 소외계층이 주된 서비스 대상이다.

지난여름 가장 수요가 많았던 현관문과 창문 방충망 교체 작업을 포함, 8월까지 360여 가구를 방문해 소규모 생활불편 사항을 개선해 줬다. 이를 위해 시에서도 예산을 추가로 편성해 기동반의 하반기 활동을 이어가도록 하고 있다. 


글/진시민필 홍선희   사진/광명시청 홍보실
 

저작권자 © 광명시 뉴스포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1유형:출처표시 위 기사는 "공공누리"제1유형:출처표시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