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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결혼...있는 사람만 하는 것 아닌가요?

기획된 가족, 일하는 여성, 행복한 사회 - 조주은 여성학박사의 강의를 듣고

  • 기자명 시민필진 옥연희
  • 승인 : 2013.12.02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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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에게 첫 눈에 반해 쫓아다닌 끝에 결혼했지만, 그 죗값을 20년동안 받고 있습니다”

조주은 씨는 강연에 앞서 솔직하게 자신의 인생부터 털어놓았다. 운동권이었던 남편은 울산 모자동차회사의 노동자가 되었고, 결혼과 함께 울산으로 내려갔던 조씨는, 가난은 둘째 문제고 주야간 근무를 번갈아해야하는 남편의 일 때문에 정상적인 가정생활이 어려움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한다. 이런 경험이 남성을 뒷바라지하는 여성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면서 <현대가족이야기>라는 책을 펴내게 되었다.

 ▲ '기획된 가족, 일하는 여성, 행복한 사회'라는 주제로 여성학박사 조주은씨가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주부는 백 가지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주부이면서 동시에 직장 생활을 하고 아이도 키운다면 어떨까? 그 미션을 이 시대 여성들은 과연 어떻게 감당하고 있는 걸까?

지난 11월 26일 오후, 소하동 여성회관에서는 광명시여성새로일하기센터 주관으로 강연이 있었다. 여성학 박사 조주은씨가 ‘기획된 가족, 일하는 여성, 행복한 사회’라는 제목으로 현재 우리나라 가족과 여성의 모습을 조명한 것이었다.

기획된 삶에 적응하며 살아야 하는 게 현실
강연은 올 1월에 그가 펴낸 책 <기획가족>과 관련이 깊었다. 조씨는 공부도 시원치 않고 무기력 하게 보이는 자신의 큰 아이를 보며 ‘과연 내 아이가 이 경쟁사회에서 적응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고 한다. 그런 고민이 속도경제사회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나아가 우리나라 맞벌이 가정이 얼마나 기획되고 관리된 삶을 사는지를 밝히는 이 번 책으로 펴냈다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왜 이토록 바빠졌을까? 조씨는 그 이유를 여러 가지로 들었다. 무한경쟁을 부추기는 사회 분위기가 우선은 클 것이고 정보통신기술의 빠른 발달도 작용할 것이다. 옛날에는 어깨 너머로 배우고 입으로 전해지던 육아나 요리도 이제는 전문가들이 조언하다보니 불안해하며 쫒아가기 바쁜 삶을 만들고 있다.

그렇다면 단군 이래 가장 바쁘게 사는 요즘, 우리나라 가족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조씨는 경제가 어렵다 보니 중산층 맞벌이 가정은 경제적으로 똘똘 뭉치며 보수적으로 흘러가고, 저소득층 부부의 가정은 위태로워지는 양극화 모습을 보인다고 했다.

 

그가 특히 ‘기획된 가족’이라고 이름 붙인 맞벌이 가족의 모습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아파도,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시간에 맞춰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보내는 일은 흔하지 않은가? 자연의 리듬에 맞춰 살기보다는 사회가 정한 시간에 맞춰 살아야하다 보니 특히, 엄마는 가족의 삶을 기획하고 관리하는 입장에 놓일 수밖에 없다. 부엌이나 화장실에도 시계를 놓고 시간 봐가며 살도록 되어있는 우리네 삶은 정녕 야성에서 멀어진 삶인 것이다.

한 편, 아직도 남성들이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을 하는데 소극적이다 보니 맞벌이 여성의 노동 강도는 계속 강화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여성이 한 시간 동안에 해치우는  집안일의 가짓수와 밀도는 어마어마하다. 결국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하는 맞벌이 여성은 가정과 직장을 어쨌든 양립하기 위해서 기획된 삶을 자신에게나 가족에게나 요구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속에서 특히 중산층 맞벌이 부부는 ‘경쟁력 있는 전사로 자신들의 자녀를 양육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경제적 동맹의 입장을 맺게 되었다. 자녀양육과 주택구입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경제력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애정이 없어도 이혼하지 않고 함께 사는 게 요즘 ‘기획된 가족’의 실상이라는 것이다. 정말 이렇게까지 하며 살아야 하나? 라는 의구심이 드는 결혼생활인 것이다.

바람직한 기획된 삶이란 '본연의 생명력을 발휘할 존재로 성장'시키는 것
 ‘기획된 가족’의 모습은 이중적이고 비정상적인 것이다. 그렇다면 조씨가 해결책으로 제시한 우리 사회가 가야할 방향은 무엇일까?

첫째, ‘기획된 가족’의 최고 목표는 자녀 성공이고 그것은 다름 아닌 학벌 추구이다. 따라서 학벌에 따른 차별이 우리 사회에서 사라질 때 비로소 아이도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본연의 생명력을 발휘할 존재로 자라날 수 있고, 비정상적인 가정의 모습도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현재 남성의 70% 수준에 불과한 여성 임금을 노동력 가치에 맞게 높여야 한다. 그래야 저임금과 육아로 인한 30대 중반 여성들의 퇴직을 막을 수 있고, 여성의 지위 향상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아빠들의 육아 참여, 정부의 영유아보육정책 마련 및 시설 확충도 당연히 따라와야 할 것이다.

 

강연 후에 참석자들 사이에서 여러 반응이 나왔다. 한 중년의 주부는 “나중에 딸이 애를 낳아도 길러주고 싶지 않지만 현실적으로 그게 되겠느냐?”는 염려를 하였다. 조씨는 “아이돌봄지원법이 개정되었고, 보육시설도 확대되는 추세이니 염려마시라”고 대답하였다.

그러면서 “요즘에는 애를 안 낳는 것도 그렇지만 연애도 아예 안하려는 젊은이들이 많아 걱정스럽다”는 말을 이었다. 이에 한 주부도 “딸이 번듯한 직장을 가진 남자를 만나기 전까지는 연애를 안하겠다며 남자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아 걱정이다”라는 한탄을 하였다. 경제적 능력이 곧 특권이 되다보니 연애도 있는 사람만 하는 것으로 젊은이들에게 비치는가보다.
 
다들 바쁘다는 요즘이다. 강연을 들으며 잠시 동안이지만 무엇을 위한 바쁨인지, 또 우리의 모습은 어떤지를 볼 수 있었다. 여성학의 관점에서 본 오늘날 대한민국 가족의 모습, 모두의 소망인 행복과는 아직 거리가 있지 않은가 싶었다. 언젠간 이 고민에서 해방이 될 테지만 말이다.

글/시민필진 옥연희   사진/시 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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