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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뉴스

쉰 살 넘으니 어머니에 대한 기억 편해져...

여행, 이별...그리고 죽음, 떠남의 세 가지 미학

  • 기자명 시민필진 정현순
  • 승인 : 2013.12.2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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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쉰 살이 넘으니 십 수 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해서 편안하게 말할 수 있게 되었어요.”라는 신미식 사진작가의 첫 한마디, 그 말에 나도 8년 전 돌아가신 친정 어머니가 생각났다.

여행, 이별 그리고 죽음이란 다소 가볍지 않은 주제로 시작되는 토크콘서트. 그러함에도 남녀노소 모두의 많은 관심사임에는 틀림없는 듯 했다.

 

지난 14일 광명시 평생학습원에서 토크(토요일 크나큰 이야기)콘서트가 열렸다. 올 3월부터 시작된 토크콘서트가 이제 14일을 끝으로 마무리 되었다. 이날의 주제로는 떠남의 세 가지 미학이었다. 여행, 이별...그리고 죽음

여행은 떠남과 동시에 새로운 시작이며 이별은 헤어짐과 동시에 새로운 만남이며, 죽음은 소멸인 동시에 새로운 탄생이다. 떠남과 만남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논하는 소통, 공감의 장에 모두 초대된 것이다.

이날 강사로는 신미식 사진작가, 김경주 시인, 윤성민 호스피스 전문의, 김찬호 성공회대 교수의 진행으로 토크콘서트가 시작되었다. 

이별... 또 다른 기억을 만들어내는 시간

첫 번째 강의는 사진작가 신미식씨가 시작했다.
사진작가답게 그는 영상으로 많은 말을 대신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슬라이드로 지나가는 흑백의 영상은 강화도 농촌에서 촬영했다는 어느 어머니의 일상을 담아냈다. 쪽진 머리에 굵고 잔주름이 가득한 얼굴, 손톱이 닳도록 일한 귀한 손과 발, 밑창이 닳은 신발, 어머니의 목에 잡힌 주름, 쪽진 머리에 꽂힌 오래된 비녀 등 뒷모습들을 담은 영상이었다.

 

그런 정겨운, 우리 모두의 어머니 모습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숙연해지면서 마음을 촉촉하게 해주었다. 당신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어머니의 모습, 그런 어머니들의 모습을 담으면서 오래전에 돌아가신 어머니를 마음 속에서 억지로 떠나 보내려고 애를 썼다고 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내가 왜 어머니를 마음속에서 지우려 노력했어야만 했나’라는 의구심을 가지며 기억속에 있는 어머니의 모습을 맘껏 그리워하며 살아간다고 했다.

여행... 자신과 만날 수 있는 솔직한 시간

두 번째 강의는 시인 김경주씨가 맡았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 여행을 좋아한다는 김경주 시인은 ‘여행은 다음이 아니라 바로 지금 떠나는 것’이라고 했다. 여행은 미지의 세계, 빛의 방향으로의 출발이며, 낯선 곳에서 나와의 새로운 만남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여행은 어디로 가야할까? '하는 고민이 시작되면 그것이 바로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여행 도중에는 예상치 못한 많은 일과 만나기도 하고 낯선 나 자신과도 만날 수 있기도 하지만 가장 솔직해지는 연습, 침묵을 연습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행은 자신의 편견 등을 내려놓는 작업이라고도 말했다.

죽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세 번째 강의는 호스피스 전문의 윤성민씨였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임종’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죽음의 질은 32위에 있으며,  현재 4명중 1명이 암으로 사망하고 있고, 사망하기 1개월 전까지도 암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그 정도로 죽음의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기도 한 것이다. 그러기에 임종의 준비가 너무 부족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요즘은 잘사는 것 만큼이나 품위 있는 죽음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으나 환자의 0,6%정도만이 자신의 죽음을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거부할 수 없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거부하려면 사전에 결정서를 작성하라고 말한다.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하려면,
 
첫째 적극적, 긍정적인 마음으로 환자가 자신의 병 상태를 알아야 한다. 둘째  임종실이 있는 병실을 확인한다. 셋째 호스피스(말기암 환자 및 임종이 가까운 환자)제도를 활용하자.

  사진 왼쪽부터 김찬호 성공회대 교수, 윤성민 호스피스전문의, 김경주 시인, 신미식 사진작가

그들의 강의가 끝나고 질문이 계속 이어지기도 했다. 강의를 들은 소감이 어땠을까?
호스피스 교육을 받았다는 김혜옥씨(66세)는 “죽음은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지요. 나그네 삶을 살다가 책임을 다하고 본향으로 가는 아름다운 여행이라고 생각해요. 죽음은 존엄하기 때문에 아름답게 존귀하게 생을 마쳐야한다고 언제나 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이날 최연소 참석자인 박혜민양(과림중 2학년)은 “강의주제를 듣는 순간 정말 오고 싶었어요. 앞으로  제가 살아가는 삶에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하며 어른스러운 대답을 했다.

  토크콘서트에 참석하기위해 휴일도 반납하고 평생학습원을 찾은 과림중학교 학생들, 이들은 토크콘서트가 진행되는 시간 내내 진지한 모습으로 함께했다.

이번 콘서트를 기획한 평생학습원관계자는 “12월에는 2013년을 보내고 2014년을 맞이하기 위해 그 의미를 부각시키기 위해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되었고요. 떠남이 꼭 죽음만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여행, 이별, 죽음을 통해서 새로운 시작이 탄생이기도 하고요. 떠남이 꼭 가슴 아프고 슬픈 일이 아니라는 것을 전하고 싶었어요.

이번주제가 무언가 의미가 있다고 하시면서 많은 분들이 신청을 해주셔서 감사하지요. 토크콘서트는 일방적인 강의가 아니고 시민들과 패널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어서 마니아층이 형성되어있기도 해요. 이번 토크콘서트를 통해 누구나 살면서 떠남을 대체하는 자세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해요”
라고 말했다.

진행을 맡았던 성공회대 김찬호 교수는 “떠남이란 어떻게 생각하면 슬프고 아프지만 승화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떠남과 상실을 통해서 존재를 귀하게 여길 수 있기에 미학이라 생각한다.”“이별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고 충분히 사랑하자”고 덧붙였다. 

떠남의 세 가지 미학의 강의를 듣고 나도 오래 전 영면에 드신 부모님을 기억속에서 억지로 떠나보내려 애쓰지 않을 것이다. 생각나면 생각나는 대로 눈물 흘리며 그분을 그리워하리라...그리고  새로운 탄생을 만들 수 있을 거란 희망이 생긴 것이다. 그리움과 새로운 만남 그리고 좀 더 성숙한 내 모습으로 훗날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해야겠다.

글과 사진/시민필진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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