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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뉴스

이젠 땅 속이 아닌 땅 위에서 살란다...

광명동굴 이야기 담은 만화 '광부'를 읽고

  • 기자명 시민필진 옥연희
  • 승인 : 2014.02.25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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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가학광산동굴(이하 광명동굴)이 스토리가 있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지난 19일 광명동굴을 소재로 한 단편만화 ‘광부’가 발간되었기 때문이다. 이 만화는 작년 4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주관하는 ‘경기소재 만화콘텐츠 창작지원사업’에 광명시가 선정되고 이 후 만화가 박성재 씨(41세)에 의해 탄생되었다.

 

폐광된 지 40여 년만인 지난 2011년 다시 문을 연 광명동굴은 그동안 공연과 전시, 패션쇼는 물론 프로포즈 장소로도 활용되며 광명을 대표하는 관광 아이콘이 되었다. 그러나 이 곳은 원래 일제강점기와 근대화 과정에서 많은 광부들이 피와 땀을 흘렸던 곳이며 따라서 광산과 광산이 위치한 도고내 마을은 그 어느 곳보다도 치열한 인간의 드라마가 전개되었던 곳이다.

박성재 씨도 ‘작가의 말’에서 광산마을에서 나고 자란 세 소년의 우정과 삶을 중심으로 도고내 마을사람들의 애환과 희망 등을 현재와 과거를 아우르는 스토리텔링으로 (이 만화에) 담아내려고 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광명동굴을 고향으로 여기고 평생 우정을 간직하며 서로를 그리워하는 만화 속 세 주인공의 삶은 어떻게 그려져 있을까?

 

열두 명이나 되는 동생을 돌봐야하는 홍석은 어린 나이에 광부가 되어 맏이의 책임을 감당하다가 광산 사고를 겪고 마을을 떠난다. 동굴 어딘가에 황금이 있다고 굳게 믿는 동구는 평생의 꿈인 황금을 찾으려다가 때마침 내린 폭우에 죽음의 고비를 맞을 뿐만 아니라, 광산 관리 책임을 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안고 살게 된다. 세 친구 중 유일하게 공부를 한 상수는 친구들과 미군이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려고 광산에 왔다가 사고를 당하고 그 이후 오랜 세월 친구들이 죽었으리라 믿고 그리워한다.

이렇듯 이 만화는 광명동굴의 탄생지인 노두바위에서 이야기를 시작하고 끝을 맺으면서 세 소년의 각기 다른 인생 역정을 그려내고 있다. 한 편 세 소년 모두가 연정을 품는 소장 딸이나 골초인 폭약 반장 천 씨 등 개성 있는 인물들도 등장하여 만화의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만화 ‘광부’는 초등학생부터 중·장년까지 두루 통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이 있다.  세 소년이 동굴을 놀이터로 삼고 호수에서 헤엄을 치는 모습에서 중장년들은 고향 친구들을 떠올릴 것이고, 동생들을 돌보느라 일찍 직업 전선에 나가고 때마침 찾아온 사랑의 감정에도 망설이는 홍석의 모습에서 어려웠던 지난날을 회상할지 모른다.

게다가 세 소년이 살았던 시기는 우리 역사의 격변기 아닌가? 어느 날 갑자기 떠나버린 일본인들, 피난길에 나섰다가 전쟁고아가 되는 모습, 추락한 미군비행기 등 크든 작든 우리 인생을 뒤흔들었던 역사가 이 만화에 배경으로 깔려있다. 역사의 흐름과 개인의 삶이 어우러지며 빚어내는 스토리에 중장년들은 자신의 과거도 돌아보게 될 것이다.

 

한 편 초등생들이라면 세 소년의 모험담에 마음을 뺏길 것이다. ‘작가의 글’에서 밝혔듯 작가 자신도 자료를 구하기 위해 광명동굴을 찾았다가 미로처럼 뚫려있는 동굴이 마치 딴 세상으로 통하는 길처럼 보였고 중간 중간 거대한 동공들을 보며 모험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고 했다.

이 만화를 읽고 나서 아이들은 ‘구니스’나 ‘인디애나 존스’에서와 같은 영화적 상상력을 광명동굴에서 기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 만화는 광명시 각 초등학교에 비치되어 교과서의 보조자료로 활용한다는 계획도 있으니 말이다.

만화 ‘광부’는 지난 세월 광부들의 땀과 마을 사람들의 애환을 세 소년을 통해서 그렸을 뿐 아니라 광산의 역사와 생태환경, 발전과정과 미래까지를 그려내고 있기에 광명동굴을 알고자하는 이들에게 좋은 안내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경기도 소재의 동굴이야기를 그렸음에도 주인공들이 모두 경상도 사투리를 쓴다는 것이 그것이다. 언어에서도 경기도 광명이라는 지역성이 살아나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실록의 한 줄 기록만으로도 드라마가 제작되고 영화가 만들어지는 요즘이다. 광명동굴은 1912년 문을 연 이래 100여 년을 이어온 역사적 공간이며 근현대 산업 현장이다.

 
 
“광부... 겉만 멀쩡하지 흙먼지 먹고 하루 종일 땅 속에 있어서 사람이 할 일이 아니래”라는 만화 속 대사처럼 광부는 산업화의 역군이었지만 또한 험한 노동으로 살아야하는 극한 인생의 사람들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땅 속에서만 살았는데 이제 땅위에서 살란다”라며 눈물을 흘렸던 주인공 홍석의 말처럼 그동안 묻혀있던 그들의 이야기가 문화의 옷을 입고 땅 위로 나오는 사업이 계속되어야 하리라. 제 2, 제 3의 ‘광부’가 나올 수 있는 콘텐츠의 보고가 바로 광명동굴이기 때문이다.

만화 '광부'는 광명시 각 도서관이나 동 주민센터에서 만나볼 수 있다.

글/시민필진 옥연희   사진/시 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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