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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뉴스

하얀 목련이 필 때면 생각나는 사람

기형도 시인 25주기 추모 문학제

  • 기자명 시민필진 옥연희
  • 승인 : 2014.03.11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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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는 3월이면 더 생각나는 시인이다. 그가 3월에 태어났기도 했거니와 스물아홉의 나이로 3월 어느 날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청춘의 아픔을 상징하는 광명의 시인 기형도, 그의 25주기 추모문학제가 3월 6일 밤, 광명시민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렸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오는 추모 문학제는 처음”이라는 사회자 정세진 아나운서의 말처럼 광명시민회관은 인파로 가득했다. 무엇이 아직도 추운 3월 밤, 많은 이들을 이곳까지 오게 한 걸까?

 

이 번 추모문학제는 예년보다 큰 규모에 다양한 내용과 형식으로 기형도의 문학세계를 보여주었다. 그의 시는 물론 산문, 소설이 낭송되었고 시를 춤으로 표현하거나 연극이라는 다른 장르로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시인을 우리 곁에 가까이 불러온 것은 그의 생전 모습을 회고하는 자리였다. 기형도와 함께 연세대를 다니며 문학동아리를 했던 소설가 성석제와 문학평론가 이영준은 단 한권의 시집 <입 속의 검은 잎>과 몇 장의 사진만을 남겨 아쉬웠던 기형도의 인간적인 면모를 전해주었다.

  

“눈빛이 사슴같고  선량하면서도 따스했지요. 말끝을 올리는 습관이 있었고 말 속도가 빨랐어요”
“말이 빨라도 겹치는 단어가 없고 표현이 다양했어요”
“어느 가을 학기말 쯤 정현종 교수 수업에 ‘어느 푸른 저녁’이던가? (형도가)시를  냈는데 대단한 시인이 되겠구나 싶어 놀랐어요”
“그림도 잘 그리고 노래도 잘 부르고 재미있는 사람이었지요. 술을 많이 먹지 않고 콜라를 마셔 눈총을 받았지만 술 취한 사람 못지않게 노랠 잘 했어요. 문인 가운데 CD 낼만한 사람 1위가 기형도 일걸요? 주로 부른 노래는 가곡, 가스펠처럼 멜로디가 풍부한 곡을 불렀지요”

이영준씨는 기형도의 시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으로 ‘안개’를 꼽기도 했다. “형도는 겉보기엔 귀족적이었지요. 해사한 얼굴에 쌍꺼풀까지...유족한 듯 보였는데 그렇지 않더군요. 시에서 표현된 가난은 단지 상상의 삶이라 생각했지요. 형도가 거쳐온 시대 이미지가 ‘안개’라는 작품으로 잘 그려졌어요”

  ▲ 소설가 성석제씨와(사진 가운데) 문학평론가 이영준씨가(사진 오른쪽) 생전의 대학시절 기형도를 회고하고 있다.

두 사람은 앞으로 건립될 문학관에 대해서도 각별한 주문을 하였다. 성석제씨는 “형도가 젊어서 죽었기에 유품이 없을 거고 (있다면) 책, 노트 정도 일텐데 온전히 보관되어서 찾는 이들이 기형도를 돌아보게 되길 바랍니다”라고 하였다. 이영준씨는 “일제 식민지에 윤동주가 있었다면 20세기 후반에는 기형도가 있지요. 산업화와 군부독재를 거치며 사랑받지 못했던 젊은이라 가슴에 남아요. 청춘의 아픔을 간직한 이미지로 문학관을 지었으면 합니다”라는 부탁을 하였다.
 
추모문학제는 장사익씨의 노래로 절정이자 끝을 맺었다. 특히 기형도의 시 ‘엄마생각’에 곡을 붙인 노래는 시인을 부르는 초혼가인 듯 싶기도 하며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었다

행사를 마치고, 객석 맨 앞줄에서 관람하던 젊은 커플과 얘기를 나눴다. 3년 전 시인이 살았던 소하동으로 이사했다는 한 남성은 “그곳은 요즘도 안개가 잘 드리운다. 기형도 시(詩)의 공간적 배경을 알고있으니 그의 시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흩어지는 관객 틈에서 기형도의 여행기 ‘서고사 가는 길’을 낭송했던 성우 김상현씨도 만났다. 그녀는 “이 산문이 20대 청춘의 냄새가 나는 젊고 편안한 산문이었다” 며  “내용 중 ‘나는 너무 좁다’라는 말이 솔직해서 좋았다.”라고 말했다.

  ▲ 뮤지컬 배우 배해선씨가 기형도 시인을 추모하며 '하얀목련'을 노래하고 있다. '하얀 목련이 필 때면 다시 생각나는 사람...'

밤 10시가 가까워진 시간, 거리로 나서니 찬바람이 분다. 오늘 뮤지컬 배우 배해선이 낭송한 시 ‘밤 눈’의 한 구절이 연상되는 밤이었다. “아무도 너의 영혼에 옷을 입히지 않던 사납고 고요한 밤, 얼어붙은 대지에는 무엇이 남아 너의 춤을 자꾸만 허공으로 띄우고 있었을까“ 

기형도는 광명의 시인일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지도가 있는 시인이라고 한다. 그가 머물 새로운 집 기형도 문학관이 '속도감 있게 하지만 의미있게' 건립되었으면 한다. 자꾸만 허공으로 떠오르는 밤 눈 같은 그의 시가 온 세상에 날리게 되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글/시민필진 옥연희   사진/시 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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