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빨리 어머니를 만나게 되다니 너무나 기뻐서 밥을 안 먹어도 배부르고 잠을 안자도 피곤한 줄 모르겠어요. 정말 꿈만 같아요."라며 셀파 덴첸 돌카(Sherpa Delhen Dolker. 하안동)씨는 지난 10일 광명시에서 펼치고 있는 다문화가족 친정방문사업에 선정되어 고국에 가게된 것이 아직도 꿈만 같다.
음식도 힘들었다. 손가락으로 감촉을 느끼며 먹던 습관에서 수저사용으로 바꿔야 했다. 60키로가 넘었던 체중은 45키로로 저절로 다이어트가 되어 날씬해졌다며 웃을 수 있게 되기까지 한국음식과 친해지기는 시어머니의 사랑이 한몫 했다. 두 달 동안 함께 사시면서 어린 딸에게 이르듯이 음식을 알려 주시고 반찬 만들기를 일일이 일러주신 정성으로 지금은 감자탕, 순대국도 너무 맛있다. 사실 네팔 민족은 고기를 안 먹는데 자신의 식생활 변화에 친정식구들도 깜짝 깜짝 놀란다. 지난 겨울에는 김장을 50포기나 담았다. 힘은 들었지만 제일 좋아하는 김치를 내손으로 담게 될 줄이야 이것도 큰 자랑 중 하나다.
가장 가슴 아팠던 일은 뭐니 뭐니 해도 지난 4월 네팔 카투만두에서 일어난 대참사 지진이다. 집과 전화통화도 안 되었고 방송으로만 보고 듣는 참상은 너무나 불안했고 초조하고 안타까웠다. 바로 자신이 살던 곳이라 더욱 심장이 오그라들었다. 천만 다행히 어머니는 팔만 골절되고 남동생은 다리 다친 것으로 그쳤다. 당시 광명시와 다문화 센터, 가족 그리고 전 국민이 네팔의 복원을 위해 지원과 위로를 아끼지 않은 모습에서 ‘아, 고마운 나의 제2 고향 사람들’이라며 눈물 나도록 가슴속 깊이 감사의 마음이 들었고 어머니가 선택해준 이 땅이 소중해졌다.
셀파씨는 아직 아기가 없다. 모두 기다리는 아기, 남편도 입버릇처럼 '아기가 태어나면 고향에도 가보고 또 당신 어머니도 한국으로 모셔오자' 라고 약속을 했기에 그날만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수명이 짧은 네팔 국민은 60세 넘는 사람이 많지 않다. 한국에 와서 부러운 것 중 하나가 장수하는 어르신이 많다는 것에 놀랐다. 어머니가 53세인데 벌써 돌아가신 친구들이 여럿 있어 살아 생전에 멀리 떠나보낸 딸을 더 보고 싶어 하셔서 고국방문의 소망은 날로 커졌었는데 시에서 마련해준 이번 기회는 너무나 큰 행운이고 잊을 수 없는 선물이다.
그리고 광명에 어머니를 모실 날을 또 꿈을 꿀 것이다. 활력 넘치는 광명시장 나들이로 풍성하게 쌓여있는 싱싱한 과일, 채소, 생선 등 시장구경도 하고 이것 저것 신기한 물건도 사고 값싸고 맛있는 국수를 먹으며 안정되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모습을 어머니에게도 느끼고 보이고 싶다.
7월 20일 출국하는 날, 항공권을 들고 활짝 웃는 셀파씨의 밝은 얼굴에 그날은 또 멀지 않을 것 같다.
광명시의 다문화가족 친정방문사업은 경제적 사정으로 오랫동안 고국을 방문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결혼이민자 가족들에게 고국방문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2012년부터 시작되었다. 2012년 4가정, 2013년 6가정, 2014년 5가정이 지원을 받았으며 올해에는 네팔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2가정과 광명시 거주자로 최근 3년 이상 모국을 방문하지 못한 다문화가정 3가정을 포함, 총 5가정이 선정되어 그들의 고국방문의 꿈을 이루어 주었다.
글, 사진 : 시민필진 김정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