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감생심. 치매에 걸린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자식들에게 여행이란 희망사항일 뿐이다. 10년 전부터 치매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 어머니의 보호자 역할을 하고 있는 김혜숙 씨도 예외는 아니다.
‘치매환자 본인의 나날은 천국이다. 그러나 치매환자 가족의 나날을 지옥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치매환자 가족의 스트레스는 심하다. 김혜숙 씨도 어머니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 때문에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동생들에게 어머니를 며칠만 모셔달라고 부탁을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동생들은 어쩔 줄 몰라 하며 난색을 표했다고.
“어머니께서 막무가내로 떼를 쓰시면 동생들은 감당을 못해내더라고요. 그러니까 아무리 콧바람을 쐬고 싶어도 몇 박 몇 일로 여행을 떠난다는 건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죠. 그런데 오늘부터 4박5일로 시골로 휴가 떠납니다. 8년 만에 떠나는 여행이에요. 이게 다 광명시립 소하2동복지회관 행복나눔노인주간보호센터에서 운영하는 치매환자 가족을 위한 ‘치매가족휴가제’ 덕분입니다.
이토록 좋은 제도가 있다니요. 정말 너무너무 좋습니다.”
올해 환갑인 김혜숙 씨는 여든네 살의 어머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얼마 전부터는 노인정엘 갔다가도 집을 찾아오지 못하고, 집에 있으면서도 집에 가야 한다며 떼를 쓰는 등 어머니의 치매 증상이 심해지면서, 지난 7월에 소하2동복지회관 행복나눔노인주간보호센터를 찾게 됐다. 동생들 집에 가서도 안절부절하던 어머니께서 행복나눔노인주간보호센터에서는 무난히 적응을 하셨다고.
“어머니께서 노인정에 가계실 때는 혹시라도 집을 찾아오지 못하면 어쩌나 늘 불안했어요. 노인정 친구분들이 어머니만 챙겨주시는 것도 아니고, 혼자 돌아 다니다가 길이라도 잃어버리실까 걱정이었죠. 그렇다고 제가 1년 365일 24시간 어머니 곁을 지키고 있을 수도 없고요. 그런데 행복나눔노인주간보호센터에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안전하게 어머니를 돌봐주시니까 저도 안심하고 일을 볼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그런데 여름휴가까지 갈 수 있게 해주시네요. 하하하.”
김혜숙 씨처럼 장기간 간병으로 지친 치매환자 가족을 위해, 광명시립 소하2동복지회관 행복나눔노인주간보호센터에서는 경기도 최초로 7월 15일부터 9월 15일까지 치매환자 가족을 위한 ‘치매가족휴가제’를 시행한다. 장기요양등급자(1~5등급) 중 방문서비스 또는 주간보호서비스를 이용하는 치매환자의 가족이 의사진단서나 의사소견서(치매특별등급자 제외) 및 건강진단서를 첨부하여 해당 시설에 이용 일주일 전까지 신청하면 2~6일까지 이용할 수 있다. 1일 비용은 3~4만원이지만 치매환자 가족은 이 중 5,000~7,000원 가량만 부담하면 된다. 나머지 금액은 노인 장기요앙보험에서 충당한다. 단 식대 및 간식비는 치매환자 가족이 별도로 부담해야 한다.
또한 행복나눔노인주간보호센터에서는 어르신들이 주중 및 토요일까지 안전하게 생활하실 수 있도록 ‘365어르신 돌봄센터’를 운영한다. 운영시간은 08시부터 22시까지이다.
글 시민필진 김은정, 사진 소하2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