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이 지난주 지나고 설 연휴도 끝났다. 이제 계절의 시간표는 봄으로 달려간다.
찬바람은 갈수록 무뎌지고 햇볕은 봄날처럼 따사롭다. 아직은 겨울이지만
겨울 같지 않은 봄날이다. 해가 비치면 봄날이고 그늘이 지면 추운 겨울이다.
하지만 들녘은 봄이 완연하다. 언덕은 초록의 싹이 소리없이 움트고 있다.
매서운 바람 속에서 파란 싹은 키를 키우고 꽃망울은 솜이불처럼 부풀었다.
상큼한 바람에 하늘은 높고 청명하다. 덩달아 새들도 멀리 높게 난다.
풀밭에는 봄까치꽃이 여기저기 피었다. 초록속에 작은 꽃이 초롱초롱하다.
광대나물도 연약한 줄기를 옆으로 옆으로 뻗어내며 햇볕 속에 꽃눈을 잉태하고 있다.
설이 지난 연휴 끝자락, 광명 가림산 자락의 화원 앞에 매화꽃이 활짝 피었다.
백매와 홍매의 여린 꽃잎이 도도한 표정이다. 가녀린 꽃은 찬바람에도 주눅들지 않는다.
매화는 잎보다 꽃이 먼저 핀다. 매화는 난,국,죽과 더불어 사군자로 손꼽히고 있다.
봄이 오기도 전에 추위를 뚫고 꽃을 피운다. 그래서 옛선비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듯 싶다. 특히 추위가 채 가시기도 전에 꽃이 피는 매화가 설중매로
사람들이 귀하게 여기는 꽃이다. 매화 꽃에는 고고하고 은은한 향기가 있고
수십 년 된 나무 둥치에서 잔가지가 나와 그 가지 끝에 몇 송이의 꽃이 피면
더욱 운치가 돋보인다. 매화는 2월 말에서 3월에 핀다.
꽃말은 결백과 미덕이다. 2월 둘째주에 만난 가림산의 백매와 홍매가 반갑다.
활짝 핀 매화 꽃을 보니 겨울이 끝나고 활력 넘치는 봄이 오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