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야 잊혀질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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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야 잊혀질 기억
  • 기고: 국가보훈처 전 서기관 설동휴
  • 승인 2016.06.0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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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개봉된 다큐멘터리 영화「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소네트」는 유명하고 안정된 피아니스트의 길을 포기하고 제자들을 가르치는 세이모어의 소박한 삶과 그가 전해주는 진솔한 이야기로 애잔한 감동과 삶의 지혜를 알려주는 영화였다. 특히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에 한국전쟁에 참가해 전쟁터를 누비며 극한 상황에서도 많은 젊은이들을 위해 클래식 연주를 하던 일을 회상하면서 눈물을 훔치는 장면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6․25전쟁은 많은 이들에게 크나 큰 아픔을 안겨주었다. 국토의 대부분을 폐허로 만든 것은 물론이거니와 국군 13만 7천여명이 전사하였고 민간인 100만여명이 사망하거나 학살, 납치, 행방불명되었다. 유엔군도 미군 3만 4천여명을 비롯하여 총 3만 8천여명이 전사하였다.

전쟁 때 남편을 잃은 한 미망인의 넋두리에서 우리는 전쟁의 참혹함을 어렴풋이나마 짐작한다. “죽어야 잊지....다른 건 다 잊었는데... 총 맞은 남편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어...”

많은 이들이 부모가 자식이 그리고 남편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죽어야 잊혀질 기억인 것이다.

당시 조국을 위해 사선을 넘나들었던 생존 6․25 참전용사들의 평균연령이 86세가 넘었다고 한다.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참전용사 분들의 모습과 그분들의 목소리를 젊은 세대들에게 많이 보게 하고 수없이 들려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아이들이 별도로 공부하지 않아도 그분들의 업적과 한국전쟁의 끔찍함, 그리고 이 땅에 전쟁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 위해 후손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게끔 하는 계기를 많이 많이 마련해야 한다.

한국전쟁이 베트남 전쟁과 비교했을 때 인지도가 3분의 1정도이며 세계 역사 속에서 급속하게 잊혀져가고 있다고 한다. 6․25전쟁의 발발 원인 및 과정, 참상, 정전 이후의 파급 효과까지 따져본다면 지금의 각국의 세계사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정도보다는 훨씬 더 강조되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잊혀진 전쟁’이 되어 가고 있다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가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사실 우리나라 교과서에서조차 현대사가 지나치게 축소되어 다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려 시대의 문집을 누가 썼고, 조선 시대의 지방에 있었던 유적지 하나하나의 이름을 외우게 하면서도 왜 한국전쟁이 일어났고, 중요했던 전투는 무엇이며 어떤 경로로 정전이 되었고 그때까지 얼마나 많은 분들의 희생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대단치 않다는 듯 지나치기 일쑤다.

대한민국은 지구상에 남은 유일한 분단국가로 북한의 크고 작은 도발과 위협 속에 60여 년 동안 불안한 평화를 이어오고 있다. 북한은 여전히 핵과 장거리미사일 개발을 멈추지 않고 있으며, 최근에는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등을 통해 한반도에 불안을 조장하고 주변국들의 안전마저 위협하고 있다.

“6․25를 잊으면 6․25가 다시 온다”는 말이 있다. 얼마 전 북한 노동당 7차 대회에서 김정은은 “핵보유국 지위”를 주장하며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을 병진시킬 데 대한 전략적 노선을 항구적으로 틀어쥐고 자위적인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에도 불구하고 북한 스스로 핵을 포기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참으로 위험천만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철저한 안보의식만이 이 땅의 평화를 지킬 수 있다. 하나 된 국민만이 이 땅위에 행복을 가져올 수 있다. 우리는 이 땅에 다시는 6․25전쟁과 같은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온 국민이 하나로 단결하고 튼튼한 국방력을 갖추는 데 온 힘을 모아야 한다.

이제 또 6월 호국보훈의 달이 다가왔다. 대한민국과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소중한 목숨을 바친 참전용사들을 기억하고 감사드리는 너무나도 소중하고 중요한 달이다.

이번 호국보훈의 달에는 가까운 지역의 현충탑이나 전적지 또는 호국묘지를 찾아 전후세대,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다시 한 번 한국 현대사를 되돌아보게 하는 것도 희생을 바탕으로 이룩한 대한민국의 현재를 사는 우리의 책임이자 의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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