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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의 행복, 실타래에 실어 수세미로 전합니다’

광오노인정 사랑의 뜨개질

  • 기자명 시민필진 현윤숙
  • 승인 : 2016.09.2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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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겨우 세 살 위인 언니들이 일본군 한테 끌려가는 것을 눈으로 직접 보았어요. 국민학교 5-6학년 즈음 되는 언니들도 일본군들의 살림과 빨래 등을 하는 목적으로 데려가는 것을 보고 얼마나 울분을 터트렸는지 몰라요. 우리는 일제 강점시대를 지나 6.25 전쟁, 1.4후퇴 등을 모두 겪은 역사의 산 증인들 이랍니다”라고 광오노인정 이광열(84세)회장은 슬픔과 비통함으로 얼룩진 회고의 기억을 실타래를 풀며 말씀하신다.

평균나이 80대 중반, 10여명의 어르신들이 모여 뜨개질을 시작하신지 벌써 3년째에 이른다. 처음에는 뜨개질이 노인들의 치매예방에 좋고 회원간 서로 화합할 수 있는 소일거리로 시작했지만 우연히 목도리와 조끼를 떠서 양로원과 어린이집에 기증하면서부터 어르신들의 생각이 변했다. 우리들도 무언가 지역사회를 위해 보람된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세 이제는 뜨개질이 중요한 일상이 되셨다고 한다. 오랜 시간 뜨개질을 하다보면 허리와 손가락이 아프지만 구구단도 외우고 노래도 부르면서 매일 광오노인정에서 모여 즐겁게 수세미를 뜨고 계시는 어르신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밝고 건강해 보이신다.

할머니들이 뜨개질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는 몇해전 부터 광오노인정 4층에 있는 해냄청소년활동센터 학생들이 할머니들에게 한글과 맞춤법을 알려주기 시작하면서 우리도 어린 학생들을 위해 무언가 해주고 싶고 우리처럼 배움의 기회를 놓치거나 제때 학교교육을 받지 못하는 어려운 환경의 학생들에게 뜨개질을 해서 연말에 장학금을 전달해야 겠다고 결심을 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지난해에는 할머니들이 모은 소중한 성금을 위안부 할머니소녀상 건립기금을 마련하기도했는데 광명시 노인지회에서 광오노인정이 가장 앞섰던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실한타래로 평균 수세미 5-6개 정도를 만드실 수 있으며, 1인당 약2시간동안 3-4개정도의 수세미를 뜨실 수 있다고 한다. 가장 연세가 많으신 92세의 할머니도 90세, 85세 할머니 모두 어쩌면 자신들이 제때 공부를 할 수 없었던 고달픈 한을 뜨개질을 통해 풀어내시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광열 회장은 “약 30여년전 광명5동 통장들이 주측이 되어 광명시 최초의 민간구호단체 ‘광오사랑회’를 조직했던 당시 그때만해도 점심시간이면 수돗물로 허기를 채우는 가엾은 아이들이 많이 있었고 지금 그 아이들은 그만한 아이들을 둔 어른이 되었을 것이다” 라는 말씀도 전하신다. 검소함이 몸에 베이신 어르신들은 아이들에게 언제나 나라사랑과 절약정신의 소중함을 가르치고 계신다.

우리부터 살아가는 데 모범이 되어야 길에서 ‘저 노인네’ 보다는 ‘어르신’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며 건강해서 오래오래 뜨개질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말씀하신다.

알록달록 예쁜 색깔 수세미는 한 개에 천원, 누구에게는 아무렇지 않게 사용되는 천원이지만 정말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돈 천원이면 소외되고 어려운 이들에게는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광오노인정 어르신들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따스한 정을 쌓으신 깊이 만큼 사랑의 수세미도 하나 둘 소복하게 쌓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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