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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그대 쪽으로~’ 시인 기형도를 기억하는 길 위에서

2016 기형도 시길 밟기

  • 기자명 시민필진 현윤숙
  • 승인 : 2016.11.08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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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끝자락 은은하게 들려오는 갈대소리를 수놓은 바람은 끝도 없이 펼쳐져 어느새 기형도 시인이 걸어 나오실 것만 같다.

한국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위대한 시인 故기형도, 2003년 몇 사람으로 시작된 모임은 2004년 기형도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기형도 기념사업회(회장 김세경,회원25명,운영위원8명)로 정식 발족되었고, 기념 사업회 주관으로 2008년부터 기형도 시길 밟기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기형도 기념사업회는 해마다 기형도 시인의 기일(3월7일)을 즈음하여 추모공연과 낭송행사를 개최해 왔다. 지난 10월 29일 열린 2016 기형도 시길 밟기 행사는 소하동 기형도 문학관 건립 현장을 출발하여 문화공원, 휴먼시아 2단지, 5단지 둘레길, 충현초 앞 공원, 기아자동차 삼거리, 기형도 시인 생가터를 지나 안양천으로 이어지는 길을 함께 걸었다.

광명 문협 회원들과 금천 문협 회원들이 함께 시인을 그리며 발길 닫는 대로, 마음 머무는 대로 시의 내용과 연관된 지명, 시의 배경으로 아직 남아 있는 70, 80년대의 변두리 풍경 속 시의 상징과 표현들을 음미하는 시간이었다.

특히 이날은 시인의 누이인 ‘기향도’ 누님이 함께 특별한 동행을 했다. 기형도 시낭송과 시락 회원들이 들려주는 노래 소리는 가슴저린 전율로 다가왔으며, 신춘문예 당선작이기도 한 ‘안개’의 배경이 된 안양천, 비만 오면 뚝방이 넘쳐 가축(돼지)과 집이 떠내려가던 안양천을 기억하는 길위에 아련한 추억이 펼쳐졌다.

기차역으로 통학을 하던 학창시절의 이야기, 열무 삼십단을 이고 시장으로 가신 어머니를 기다리는 애잔한 유년의 기억, 거름통을 메던 중학교시절, 388 버스 종점의 추억, 소설가 성석제씨, 연세문학회와의 인연 이야기를 따라 기향도 누이와 함께 추억의 길을 걸었다. 시인의 생가는 현재 사라졌지만 남아 있는 생가터(일직동)에서 부모님에 대한 기억속에 집주인과 충일목장주인과의 깊은 인연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생가터에서 시락 회원들이 부르던 ‘엄마걱정’의 노래에 숙연해지고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했다.

누가 시를 낭송하기로 미리 정한 것도 아닌 자신의 마음 가는대로 시를 낭송하는 모습을 길가에 핀 개망초과 쑥부쟁이들도 반겨주는 듯 했다. 기형도를 그리며 느리게 느리게 걸어가는 시인들의 모습은 야생화보다 더 아름다웠다.

기형도 문학관은 내년 봄에 완공되어 7월 개관을 앞두고 있다. 1층은 생전의 모습을 담은 전시관으로 2층은 시민들의 휴게공간으로 3층은 소공연장(60-70석)으로 건립(391㎡)될 예정이다. 광명뿐 아니라 기형도의 시를 선양시키기 위한 소중한 공간의 탄생에 가슴 설레인다. 금천문협 한경동(소설가.시인)사무국장은 “기형도 시길 밟기 걷기투어 행사가 너무 좋았다, 기형도를 그리는 포럼과 낭송대회 등 다양한 행사개최로 깊이 있는 시의 세계를 넓혀 갔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기형도 기념 사업회 김세경 회장은 “그동안 시길 밟기 행사는 생가주변과 안양천변 위주로 걸으며 했는데 내년 문학관 개관을 앞두고 문학관에서 출발하는 것이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에 시 길을 모색했습니다. 쌀쌀해진 날씨에도 마음이 훈훈할 수 있었고 문학관이 개관되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시길 밟기 행사를 기획하려고 합니다. 기형도 문학관을 거점으로 시가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스며들어 시를 매개로 다양한 문화예술이 삶속에 녹아드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뜻을 전했다.

기형도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우리 곁에 많이 있다, 우리들 곁에 영원히 청년으로 살아 있는 젊은 시인 기형도. 그의 누이는 말씀 하신다 “동생처럼 젊은 생각을 지닌 많은 사람들이 시를 사랑하며 오랫동안 기형도를 기억해주길 바란다”라고. 우리 모두 그를 기억하며 한없이 느리게 느리게 아주 오래 걸을 것이다.

 

<엄마걱정>

                기 형 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안오시네,
해는 시든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 장에 혼자 엎드려 훌쩍 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낸 유년의 윗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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