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 분위기가 없는 착잡한 연말, 그래도 이웃 간 온정이 있어 살 맛 난다
병신년의 해가 저문다. 올해 달력이 딱 한 장, 보름 지나면
새로운 해가 뜬다. 2016년의 다사다난한 시간이 참 빠르게 지나 갔다.
12월의 추위에 몸을 움츠리며 한 해의 기억을 더듬어 본다.
올해 인상적인 것은 한여름의 폭염이 아닌가 싶다. 지겹도록 질긴 폭염에
많은 사람들이 시달렸다. 견디기 힘든 무더위 뒤에 아름다운 단풍철도 찰라의
순간에 끝나고 이제 겨울이다. 한해의 끝자락 12월인데 흥겨운 연말 분위기가 전혀 없다.
12월 들어 기습추위가 잦아지고 연이은 영하날씨에 연말이 썰렁하다.
구세군의 종소리에도 온정의 손길이 드물다. 사회 분위기가 완전 얼음이다.
**열려 있는 손이 있고
주의 깊은 눈이 있고
나누어야할 삶, 삶이 있다.**
프랑스 시인 폴 엘튀아르의 시다. 짧은 글의 깊은 감동이다.
이 시귀는 12월 교보생명 광화문글판에 새겨져 오고가는 사람들의
가슴에 따뜻함을 전한다. 날씨가 춥고 사회가 삭막해도 우리가 나눠야할
삶이 있다고 시인은 말한다.
어두운 밤거리를 걷는 사람들이 종종걸음이다. 추운 날씨 탓에 걸음이 빨라진다.
주변을 눈여겨 볼 마음의 여유가 없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트리가 등장하고
반짝거리는 전등불이 유혹하지만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한해를 마감하면서 가수 한영애의 <조율>을 불러본다.
미움이 사랑으로 분노는 용서로
고립은 위로로 충동이 인내로
모두 함께 손 잡는다면
서성대는 외로운 그림자들
편안한 마음 서로 나눌 수 있을텐데~
병신년의 끝이 보인다. 지겹고 지루한 한해가 작별을 준비한다.
힘든 한 해를 떠나보내고 희망찬 내일을 기다려 본다.
**손등에 스며든 햇살 한 줌
잊었던 사소함이 고마운 겨울**
부산시 문화글판에 선정된 권옥화씨의 창작 작품이다. 짧은 글로 긍정의 힘을 전한다.
삶이 아무리 힘들어도 손등에 스며든 햇살 한 줌처럼
세상은 따뜻하다. 춥지만 코트 깃을 세우고 광명의 밤거리를 걸으면서
잊었던 사소함에 고마움을 느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