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주말이다. 꽃샘추위도 물러가고 상큼한 봄날이다. 겨울내 묵은 때를 털어내며 창문을 활짝 연다. 창밖에서 까치와 참새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음악처럼 들린다.
기분 좋은 아침을 즐기면서 음악이 듣고 싶다. 비발디의 ‘사계’나 베토벤의 교향곡이 아니어도 좋다. 봄이 오면 사람들은 우중충한 겨울과 달리 상쾌한 음악이 듣고 싶다. 진달래 피고 새가 울면은/ 두고두고 그리운 사람/ 잊지못해서 찾아오는길/ 그리워서 찾아오는길/ 꽃잎에 입 맞추며/ 사랑을 주고 받았지/ 지금은 어데갔나/ 그 시절 그리워지네/ 꽃이 피면은 돌아와줘요. 가수 정훈희의 <꽃길>을 틀어 놓고 따사로운 봄볕을 즐긴다.
정훈희의 노래처럼 꽃이 피고 새가 울면은 봄은 깊어 간다.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경칩도 지났다. 산자락에 풀꽃이 피고 매화 꽃소식이 들린다. 한가하게 음악을 들으며 봄날을 즐길수 있는가? 꽃쟁이의 근성이 발동한다. 도덕산에서 구름산까지 꽃산행을 나선다.
꽃쟁이들의 가는 길은 늘 새롭다. 등산로 주변엔 꽃이 없다. 그래서 길 없는 길을 찾아 간다.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내일도…. 꽃쟁이들은 시인 윤동주가 <새로운 길>에서 전하 듯이 늘 새 길을 찾는다.
봄에는 바람이 많다. 바람은 언땅을 녹이고 풀꽃을 키운다. 춘삼월이지만 바람은 체감온도를 떨어 뜨린다. 봄바람은 처음에는 시원하지만 오랫동안 노출되면 춥다. 바람이 꽃샘추위를 몰고 다닌다. 3월 두 번째 주말, 꽃샘추위가 숨을 죽인다. 도덕산에 매화가 피었다.
청매와 홍매의 고운자태가 매력적이다. 봄에 꽃이 피는 것은 자연의 섭리이지만 꽃봉우리가 한순간 문을 여는 것은 세상과의 교감이다.
꽃이 피네 한 잎 한 잎/ 한 하늘이 열리고 있네/ 마침내 남은 한 잎이/ 마지막 떨고 있는 고비/ 바람도 햇볕도 숨을 죽이네/ 나도 가만 눈을 감네. 이호우 시인은 <개화>에서 탄생의 순간을 멋지게 표현한다. 한 세계를 열어가는 꽃들의 행진에 바람도 햇볕도 숨을 죽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