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산배수지공원에서 느림의 문을 연다
철산배수지공원에서 느림의 문을 연다
  • 시민필진 박성만
  • 승인 2017.08.25 0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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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개미취와 맥문동, 가을꽃 피어 운치 넘치는 비내리는 공원에서
정겨운 야생화공원. 폭염에 지친 소나무가 빗속에 초록의 힘을 얻고

철산4동이 끝없이 변신하고 있다. 도덕산 가는 길의 언덕에 자리잡은 동네는 ‘해가 뜨는 마을’로 한동안 불렀다. 그곳이 철산4동이다. 집에서 일어나면 아침마다 해를 먼저 만난다. 그래서 ‘해가 뜨는 마을’의 애칭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철산4동은 벽화마을이 되었다. 다닥다닥 붙은 작은 골목의 담장마다 그림이 그려지며 아름다운 명소로 자리잡았다. 거기다가 벽화마을에서 이어지는 도덕산 입구에 야생화공원이 조성되고 나서부터 벽화마을과 야생화공원은 철산4동의 대표 명물이 되었다. 이번에는 도덕산 흉물스럽게 방치 되었던 배수지를 철거하고 공원을 만들었다. 답답한 도심에 쉼터가 늘어 난 것이다.

즐거운 나들이. 비가 내려도 좋아~ 삶의 여유가 있는 현장이라네

비가 내리는 8월 끝자락에 철산배수지 공원에 들어선다. 입추와 처서가 지나고 계절의 시간표는 가을의 문턱을 넘었지만 여름은 아직 살아 있는 존재감을 보여준다. 장마철도 끝났는데 강한 비가 내린다. 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길목에서 내리는 비는 운치가 있다. 비 오는 날의 수채화라고나 할까? 철산배수지공원은 빗속에 고요하다.

바로 옆의 야생화공원 정자에는 느림과 부드러움의 힘이 보인다. 비가 내려도 흔들의자를 타고 세상의 여유를 만끽하는 여인들이 부럽다. 세월이 강물처럼 흐른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젠 낡은 표현이다. 지금은 세상이 빛의 속도로 변한다고 하지 않은가. 올해도 일년의 반이 지나고 벌써 9월이 눈앞에 있다. 그래도 철산배수지공원과 야생화공원에 들어서면 느리게 사는 여유가 생긴다.

철산4동 벽화마을을 지나서 배수지공원에 들어서면 고요와 느림의 미학이 시작된다. 성질급한 사람도 저절로 발걸음이 느려진다. 이제 발길 닿는대로, 풍경이 부르는 대로 한가롭게 걸어 본다. 가을소식을 전하는 벌개미취와 백문동이 화려하게 핀 야생화 공원에서 권태로움을 즐기고, 천천히 기다리며, 지난 시절의 추억에 잠겨 본다. 이기철 시인의 <하늘을 만지는 나무>를 읊조린다.
 

가지는 하늘 일이 궁금해
자꾸만 구름으로 올라가고
뿌리는 땅이 궁금해
자꾸만 흙 속으로 내려가고
잎들은 마을 일이 궁금해
자꾸만 뒤란으로 떨어지고
꽃들은 옆집 일이 궁금해
자꾸만 담 너머로 내다보네

 

이 비가 그치면 여름은 멀어지고 가을이 성큼 다가 올 것이다. 야생화 공원에 여름꽃이 시들고 있다. 가을꽃이면서 들국화를 대표하는 벌개미취, 쑥부쟁이 등 우리의 토종꽃들이 피기 시작했다. 철산 배수지공원은 조성된지 얼마되지 않아 지금은 썰렁하다.

배수지공원의 전경. 널찍한 공간에 운동기구에 의자까지, 쉼터로 최고

제법 널찍한 공원은 잔디밭 가장자리에 오밀조밀한 운동기구에 벤치, 그리고 흔들의자가 설치되어 데이트 코스로 적격이다.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오는 시간에 느림과 짝을 하면 어떨까. 느림은 마냥 나태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느림과 여유를 누려야 정말 부지런해야할 때 에너지가 생긴다. 배수지공원을 내려서며 안도현 시인의 <가을 엽서>가 생각난다.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 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 주고 싶습니다

 

행복한 사람들. 흔들의자에 몸을 맡기고 복잡한 생각을 날려버려
백문동 핀 정자. 보라색 맥문동이 가을소식을 전하고

 

느림의 문. 야생화공원에서 배수지공원으로 가는 연결통로가 멋져

 

기린닮은 기구. 허리돌리기 운동기구가 키다리 기린같아
빈 의자의 운치. 높은 언덕에 있어 바람 불어 시원해서 좋고

 

이야기가 있는 의자. 스토리를 담아 쉬는 사람도 재밌어
그네 의자의 유혹. 의자 같은 운동기구, 아이들이 신나겠네
흔들거리는 의자. 바람 불어 좋은 날인가, 사람이 없어도 흔들흔들
깔끔한 화장실. 야생화공원에 들어선 현대식 화장실이 너무 좋아
철조망은 아직도. 진입로 담장에 옛 배수지의 흔적들
골목길에 주차장. 철산4동의 골목길 주차난은 이제 안녕~
간결한 안내도. 철산배수지공원 안내도따라 느릿느릿 걸어보자
익살스런 그림. 벽화마을 답게 담장에 장난스런 그림이 웃겨
그림의 힘. 담장의 그림은 벌써 가을이 깊어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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