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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기리는 광명 '소녀의 꽃밭' 가보니

  • 기자명 중앙일보 최모란 기자
  • 승인 : 2017.08.25 10:05
  • 수정 : 2017.09.01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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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오후 경기도 광명시 광명동굴 입구 근처. 이곳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기리기 위한 '평화의 소녀상'이 서 있다. 한복 차림의 단발머리 소녀를 형상화했다. 여느 지역 평화의 소녀 상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광명시의 소녀상의 주변엔 6.6㎡ 정도의 작은 꽃밭이 들어서 있다. 서흥구절초·벌개미취·부처꽃·층꽃 등 우리 들꽃 9종으로 채워져 있다. 

광명동굴 주변에는 잔디밭과 꽃밭이 넓게 조성돼 있지만 유달리 소녀상 주변에는 세심하게 공을 들인 모습이 역력하다. 도심 한복판에 덩그러니 들어선 다른 지역 '평화의 소녀상'과 다소 다른 모습이다.

 

일제 강제노역 현장인 광명동굴에 2년 전 소녀상 건립

광명지역 학생들 "소녀상 외로워보인다" 꽃밭 추진
나눔의 집 할머니들이 좋아하는 들꽃으로 꾸며

11일 소녀상 건립 2주년 행사와 함께 꽃밭 개장
광명시, 소녀의 꽃밭 다른 지자체로 확대되길

 

광명동굴 입구에 들어선 광명 평화의 소녀상과 평화를 위한 소녀의 꽃밭. 최모란 기자

서울에서 왔다는 곽지은(27·여)씨는 "다른 지역은 소녀상만 있어서 썰렁했는데 여기는 꽃밭이 있어서 그런지 소녀상이 외로울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광명시에 평화의 소녀상이 들어선 것은 2년 전인 2015년 10월이다. 전국적으로 평화의 소녀상 건립 열풍이 불었다. 광명시는 어느 장소에 소녀상을 세울지를 놓고 고민하다 광명동굴을 떠올렸다.  

광명동굴 입구에 들어선 광명 평화의 소녀상. 최모란 기자

광명동굴은 1912년 일본인들이 금을 캐기 위해 개발한 광산이다. 당시 한반도의 자원 수탈은 물론 한국인들의 강제노역이 이뤄졌다. 광명시는 2011년 이곳을 매입해 역사·문화·관광 시설로 꾸몄다. 

광명동굴은 지난 1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뽑은 '한국 100대 관광지'로도 뽑혔을 정도로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광명시 관계자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과 수탈이라는 역사적 상징성도 있지만 연간 140만명이 찾는 관광지인 만큼 소녀상을 많은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에 광명동굴 입구에 소녀상을 세우게 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광명시는 소녀상을 세운 이듬해인 2016년엔 광명동굴 수익금의 1%를 나눔의 집(경기도 광주에 있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단체 생활 시설)에 기부하기로 약속하는 내용의 협약도 체결했다.

광명동굴은 관광객을 비롯해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지만 건립 당시까지만 해도 소녀상 주변은 휑한 분위기였다. 

이에 광명지역 청소년들이 "소녀상 주변을 꽃밭으로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내고 시에 제안했다. 부산 일본 총영사관 소녀상 철거 논란때 일부 시민들이 훼손을 막기 위해 소녀상 주변에 화분 등을 놓은 것에서 착안했다.  
 
학생들은 지난달 말 꽃밭을 만들고 가꾸기 위한 '소녀의 꽃밭 청소년 기획단'을 조직했다. 기획단에는 당초 광명지역 중·고교생 15명이 참여할 예정이었는데 지원자가 많아 단원 수가 20명으로 늘어났다. 

이들은 조경전문가 등과 함께 본격적인 꽃밭 구상에 들어갔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실상을 알기위해 나눔의 집으로 봉사활동을 가고 인권박물관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도 찾아가 공부했다. 

광명시 평화를 위한 소녀의 꽃밭의 목련나무에 걸린 고 김순덕 할머니가 그린 '못다 핀 꽃' 그림. 최모란 기자

이 특별한 꽃밭에 심어진 꽃들은 나눔의 집에 기거하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 9명이 '좋아하는 꽃'들이다. 고(故) 김순덕 할머니의 그림 ‘못다 핀 꽃’의 그림도 목련나무에 걸었다.    

기획단원인 우영수(18·광문고 2학년)양은 "소녀상만 덩그러니 있으면 피해 할머니들이 더 외로울 것 같아서 낸 아이디어"라며 "단원들끼리 얘기를 하다 꽃밭을 할머니들이 좋아하는 꽃으로 조성하면 더 의미있고 할머니들도 좋아하실 것 같아서 이렇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개장한 '평화를 위한 소녀의 꽃밭'에서 광명시장과 이옥선 할머니가 소녀의 꽃밭 청소년 기획단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광명시]

이렇게 만들어진 '평화를 위한 소녀의 꽃밭'은 '세계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8월14일)'을 3일 앞둔 지난 11일부터 일반에 선보이기 시작했다.

당시 행사에 참석한 이옥선(91) 할머니는 "소녀상 옆의 예쁜 꽃들을 보니 옛날 생각이 나고 감회가 새롭다. 일제시대에 생긴 피해에 대해 일본 정부가 하루빨리 사과하고 적정한 배상을 해야 역사가 바로 설 것"이라고 말했다. 소녀의 꽃밭은 뉴스통신사인 AP통신을 통해 해외 여러 언론에도 소개됐다.

 
광명시는 이 소녀의 꽃밭을 전국으로 확대를 추진중이다. 이를 위해 관련 지자체와 각 기관에 협조 공문도 보냈다. 시흥시 등 일부 지자체는 벌써부터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나눔의 집에 건립될 기념관과 추모관에도 소녀의 꽃밭을 조성하기로 하고 클라우드 펀딩을 통한 국민성금 모금을 추진할 예정이다.  

광명동굴과 광명시 평화의 소녀상 위치도

광명시장은 "국내외에 있는 소녀상 중에 일부는 훼손되거나 방치되고 있어서 마음이 아프다""위안부 피해자 238명 중 이제 37명만 생존해 계신데, 소녀의 꽃밭 조성을 계기로 할머니들 생전에 아픈 역사가 하루 빨리 치유되고 이런 '소녀의 꽃밭'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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