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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사’ 영화 속에서 진정한 아버지를 만났어요

김사복 씨 아들 김승필 씨, 광명시 특강

  • 기자명 시민필진 김정옥
  • 승인 : 2017.10.26 10:57
  • 수정 : 2017.10.28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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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필 씨의 강의를 듣기 위해 시작 전부터 많은 시민들이 모였다.

유난히 뜨거웠던 올해 8월, 여름 날씨보다 더 뜨거웠던 화제 작품이 극장가를 달구었다. ‘5.18 광주민주화 운동’을 위해 활약했던 ‘택시운전사’ 영화다. 관객 1200만을 넘으며 사람들이 극장 안으로 빨려 들어갈 때 김승필 씨(59)도 아들 손을 잡고 그곳에 있었다.

영화가 37년 전 아버지가 들려줬던 이야기와 많이 닮았다고 느꼈다. 마지막에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 씨가 택시운전사 김사복을 간절히 찾는다는 인터뷰 장면을 보는 순간, 숨이 멈췄다.
“아버지다!”

김승필씨는 ‘택시운전사’ 영화 속 실제 주인공 고)김사복 씨 큰아들이다. 광명시는 그를 초청, 지난 10월 20일 오전 10시 약 150여 시민이 모인 광명시청 대회의실에서 ‘내 아버지 택시운전사 김사복’이라는 주제로 특강 자리를 마련했다. “아버지 이야기를 이렇게 많은 시민 앞에서 하기는 처음입니다.” 단상에 서 있는 그에게서 미세한 떨림이 느껴졌다. “강의 요청을 받고 준비하다 보니 시험을 앞두고 총정리하는 기분이었다.”며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던 김사복 씨에 대한 일화와 생전에 소장했던 빛바랜 책 사진 등 귀중한 유품을 공개했다.

강의에서는 김사복 씨가 힌츠페터 씨와 찍은 사진 등 여러 유품이 공개되었다.

극적인 요소와 재미를 더한 영화 속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 분)과 아버지는 달랐다. 단순한 택시운전사가 아니었다. 인권 사상도서를 즐겨 읽었고 유신 시절에도 함석헌 사회운동가 김수환 추기경과 교류를 하며 민족주의 인권 주의 민주주의를 열망하고 구현하려 했었다. 호텔 택시 운영권을 갖고 직접 운전을 했다. 일어와 영어가 능통하여 손님은 주로 외국인이나 외신기자가 대상이었다. 예약을 받으면 목적지에 관한 정보를 미리 준비해서 안내하는 운전사였을 뿐 아니라 함께 일을 진행하는 동료였다. 운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그날 있었던 일을 아들인 나를 앉혀 놓고 차근차근 들려주곤 했다. 대부분 내용은 그당시 대중매체에서 거의 들을 수 없는 사실들이었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때도 마찬가지였다. 독일기자 위르겐 힌츠페터 씨는 일본 특파원이었으며 75년 이전부터 알고 지냈던 사이다. 80년 5월 19일 처음 아버지가 광주에 동행한 인원은 4명이었다. 힌츠페터 씨 독일 방송관계자 헤닝 루모르 씨와 또 다른 독일인 취재기자. 목숨을 거는 모험이었다는 것은 며칠 후 힌츠페터 씨가 촬영한 필름 영상을 보면서 알았다.

눈 앞에 펼쳐지는 광주 상황은 너무나 참혹했고 당시 22살 입대를 앞둔 청년이었던 그를 더욱 위축시켰다. 사건에 대해 입도 벙긋하지도 못할 만큼 암울한 사회 분위기였다. 필름은 5월23일 과자 통에 숨겨 안전하게 도쿄지사에 전달한 후 3시간 만에 한국으로 와서 아버지와 다시 광주로 취재를 떠났다. 광주항쟁의 진실이 세계로 퍼져나갔다.

그러나 4년 후 1984년 아버지는 간암 재발병 6개월 만에 세상을 떠났다. 완쾌되었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광주 참상을 목격한 후 그 울분과 고통이 병을 악화시켰다고 짐작한다. 힌츠페터 씨와는 돌아가시기 전까지 연락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진실을 드러내고 알리고 싶었지만 그럴 만한 방법도 장소도 기회도 없었다. 그렇게 아버지의 활약은 긴 침묵 속에 묻혔다. 그동안 ‘5.18 광주 민주화 항쟁’이 ‘5.18 광주 민주화 운동’으로 명명되었다. 희생자 명예회복과 보상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며 세상이 바로 가고 있다고 느끼던 중 영화로 인해 아버지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알게 되었다. 그는 트위터에 자신이 김사복의 아들임을 알리고 힌츠페터 씨와 찍은 사진을 증거물로 세상에 내놓았다. 5.18 기록관에 아버지와 관련된 자료와 유품을 제시했고 인터뷰도 마쳤다. 아버지를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한 인물로 재조명하고 추모하려는 움직임이 조용히 일고 있는 것도 감사한 일이다.

김사복 씨의 이야기는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힌츠페터 씨는 왜 그렇게 김사복을 찾으려고 애썼을까. “위험을 무릅쓰고 전쟁터 같았던 광주 작전을 훌륭하게 성공시킨 전우애이었을 겁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80년대 광주 봄. 2017년 촛불 혁명 역사를 만들어내는 이들은 바로 소시민이었습니다. 어떠한 일을 하든지 서로 인권을 존중하고 불의에 꺾이지 않는 제2, 제3 택시운전사 김사복으로 이어져 이 땅에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해 갔으면 좋겠습니다.”고 강연을 마치자 시민들의 뜨거운 격려 박수가 쏟아졌다.

한편 김승필 씨는 지난 9월 11일 게르트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와 양기대 광명시장 함께 ‘택시운전사’영화를 관람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슈뢰더 전 총리는 힌츠페터 기자를 도운 김사복 씨의 일화를 듣고 김승필 씨를 만나고 싶다는 요청이 있어 만남이 이루어졌다. 이 자리에서 김사복 씨와 같이 진실 보도를 위해 위험한 광주를 찾은 시민의 노력을 널리 알리기 위해 광명시민을 위한 특강마련을 하겠다는 광명시장의 약속으로 성사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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