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빠르게 깊어간다. 높은 산의 단풍이 아래로 급하게 내려 온다. 벌써 단풍은 동네 한 가운데까지 곱게 채색하며 울긋불긋한 장식을 서두른다. 10월 끝자락, 가수 이용의 노래처럼 ‘10월의 마지막 밤’이 하루 남았다. 이제 올해 달력도 딱 두 장 뿐이다. 10월이 가고 11월은 만추이면서 초겨울 문턱을 넘는다. 시간이 가는 것이야 자연의 섭리이지만 세월은 참으로 빠르다. 엊그제 봄꽃이 피었는데 계절은 단풍이 들고 일부는 낙엽이 되어 길바닥에 뒹굴고 있다.
가을은 축제의 계절이다. 동네방네 축제장에 사람들이 모여 시끌벅적하다. 누군가는 구절초가 필 때면 기차여행을 생각한다. 차창 밖으로 스치는 풍경에 옛 추억을 더듬어 보는 시간도 소중하다. 멀리 갈 시간적인 여유가 없으니 도덕산으로 단풍 나들이 나선다.
복자기나무가 빨간옷을 곱게 입고 활짝 웃는다. 은행나무는 아직 여름 끝자락을 붙잡고 버티고 있지만 튤립나무는 하나 둘씩노랗게 물들어 간다. 산은 너무 고운 빛깔로 채워진 호젓한 산길이다.
모든 돌아가는 것들의 눈물을 감추기 위해
산은 너무 고운 빛깔로 덫을 내리고
시인 임보 <시월>의 시가 딱 어울리는 10월 끄트머리 도덕산이다.
“어머나~ 단풍이 너무 곱다” 산객들의 탄성이 쏟아진다. 단풍명소가 아닌 도덕산에서 만난 사람들의 표정이다. 웃는 얼굴들이 가을 햇살만큼 행복해 보인다. 도덕산에 불타는 단풍은 복자기나무다. 신갈나무도 초록의 힘이 빠지면서 노란색이 감돈다. 가을 꽃의 대표인 산국이 향기를 뽐내고 이고들빼기도 작지만 노란꽃으로 산객을 유혹한다. 고운 단풍에 가을꽃까지 풍성한 도덕산이다. 가을에는 그리운 것들이 모두 시가 된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 단풍구경에 눈이 호사하고 힐링은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