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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 ‘영원한 청춘’이 남긴 시·소설 … 광명에 기형도 문학관 문 열어

  • 기자명 중앙일보 최모란 기자
  • 승인 : 2017.11.10 13:42
  • 수정 : 2018.03.27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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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기자가 찾아간 경기도 광명시 소하동 기형도 문화공원. 단풍이 곱게 든 작은 길을 따라 들어가니 2.5m 높이의 시(詩)벽이 눈에 들어왔다.
 
기형도(1960~1989·사진) 시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빈집’과 ‘엄마 걱정’ 이 새겨져 있다. 그 옆에 지상 3층 규모의 건물이 있다. 10일 문을 여는 기형도 문학관이다.
 
기형도 시인은 대학(연세대) 졸업 후 1984년 중앙일보에 입사해 정치·문화·편집부 기자로 일했다. 1985년 1월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안개’로 당선하며 등단했다. 1989년 1월 서울 종로의 한 극장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그가 숨진 뒤 발간된 시집 『입속의 검은 잎』(1989)과 산문집 『짧은 여행의 기록』(1990), 『기형도 전집』(1999) 등이 인기를 끌면서 그는 ‘영원한 청춘’의 상징이 됐다.
 
문학관 1층 전시실은 파란색과 하얀색으로 꾸며졌다. 청춘(靑椿)을 노래했던 시인을 기리기 위해서란다. 이곳엔 시인이 남긴 자필 원고와 육성 녹음, 받았던 상패 등 50점이 전시될 예정이다. 대부분 기증받은 것이다.
10일 광명시에 문을 여는 기형도 문학관의 상설 전시관.
광명시는 문학관 개관을 앞두고 시인의 유품 등을 모았지만 수가 적었다. 이에 시인의 유가족을 설득했다. 그리고 지난 4월 시인의 어머니 장옥순(85) 여사와 누나 기향도(64)씨 등과 ‘기형도 문학관 건립 및 운영을 위한 업무추진 협약’을 했다. 시인의 유품 기증은 물론 각종 자료에 대한 저작권 계약도 맺으면서 전시관 운영이 가능해졌다. 기탁받은 유품은 총 130여점에 이른다.
 
시인이 생전에 받았던 상패들도 있다. 연세대 재학시절인 1983년 시 부문에서 윤동주문학상에 당선돼 받은 연세문화상패는 물론 198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뒤 받은 상패도 있다. 시인의 미발표 시와 소설·산문 등도 있다.
 
문학관 조성엔 시인의 가족과 시민의 의견이 반영됐다. “예비 문학도를 위한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가족의 제안에 2층엔 ‘시집 전문 도서관’과 북 카페가 생겼다. 예비 문학도를 위한 습작실도 마련됐다. 3층엔 주민들을 위한 체험·교육공간과 강당도 들어섰다. 문학관 개관을 알리는 포스터 사진도 “시인이 밝게 웃는 모습이 좋다”고 유가족이 제안했다고 한다. 문학관은 전시하지 못한 남은 유품을 보관하기 위해 가습기와 제습기 등 전문 장비를 갖춘 수장고도 3층에 만들었다.
 
10일 광명시에 문을 여는 기형도 문학관의 상설 전시관
문학관은 주로 창작자의 생가나 고향에 들어선다. 기형도 시인이 태어난 곳은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다. 그런데 기 시인의 문학관은 왜 광명시에 생길까. 광명은 시인이 다섯살이던 1964년부터 요절하기 전까지 살았던 곳이다. 그래선지 그의 시 속엔 광명에 대한 묘사가 많다.

처녀작 ‘안개’의 첫 구절 “아침 저녁으로 샛강에 자욱이 안개가 낀다”의 샛강은 시인의 집이 있던 ‘안양천’이다. ‘388 종점’은 그가 이용하던 388번 버스 종점이 배경이다. 중·고교 교과서에도 실린 ‘엄마 걱정’속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엄마가 갔던 시장도 광명에 있다.
 
당초 광명시는 시인이 실제 살았던 안양천 끄트머리에 문학관을 지으려고 했다. 하지만 땅 주인이 거부해 집 인근이자 시인이 많이 오갔던 소하동에 문학관을 짓게 됐다고 한다. 광명문화재단 관계자는 “유가족들도 ‘외진 안양천 주변보단 번화가에 들어섰으면 좋겠다’고 찬성했다”고 말했다.
 
문학관 완성까진 시민의 힘도 컸다. 광명지역 문화활동가들은 2003년부터 유가족을 찾아가는 등 기형도기념사업회 활동을 벌여왔다. 시 낭송회는 물론 시의 배경이 되는 장소를 걷는 ‘시길밟기’ ‘추모식’ 등 다양한 행사를 추진해 왔다. 광명시에 건의해 광명 중앙도서관 등에 ‘기형도 코너’도 만들고 광명 실내체육관 주변에 시비를 세우기도 했다. 김세경 기형도기념사업회 회장은 “2014년부터 추진했던 시인을 기리는 공간이 드디어 문을 연다니 감개무량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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