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제 고향이나 다름없어요. 광명에서 보낸 세월도 벌써 12년이 넘었네요. 된장찌개를 정말 좋아해요. 착한 시댁과 이해심 많은 남편을 만나 초등학생 외동아들과 행복하게 살고 있어요.”웃는 얼굴이 순박해 보이는 노혜란(44·광명1동) 씨는 다문화가정이라는 이름이 어색하리만큼 한국 속의 광명아줌마이다.광명1동에서 세 식구가 알콩달콩 행복한 삶을 꾸려가고 있는 필리핀 이주 여성인 노 씨는 다문화가정센터에서 팀장활동을 활발히 하며 국제학교 영어교사로 자신의 자리를 확실히 굳히고 있다. 우리나라에 깊이 뿌리를 내린 슈퍼우먼이기도 하다.센터에서 매주 두 차례씩 아이들을 대상으로 영어수업은 물론 학교초청 외국문화 알리기 봉사활동까지, 도움을 요청하는 이웃을 위해 보내는 시간들이 만만치 않을 정도로 열정적인 나날을 보내고 있다.또한, 일주일에 한 번은 구로동에 있는 한국이주노동자복지회에 나가 언어교육 자원봉사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아주 착하고 사랑스러운 아내지요. 돌아가신 어머니가 무척 예뻐하셨어요. 형수가 치매증상이 있어 명절이면 차례 상 음식을 혼자서 다 장만해 친척들과 나눠 먹어요. 참 부지런하고 늘 웃어주고 저 로또 맞은 사람입니다.”아내 자랑에 남편 김동희(48·기계조립) 씨의 얼굴이 환하다.행복은 내가 만들어 가는 것, ‘필리핀에서 배운 것을 한국에서 풀어내겠다’는 생각으로 가족과 이웃, 낯선 환경을 끊임없는 노력으로 극복해 한국 문화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살아가는 아름다운 여성 노 씨.가파른 언덕인 언어와 풍습, 낯선 환경 등 고비를 넘어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고 있다. 필리핀 이주여성 모임회장과 영어 자원봉사, 다문화가정 알리기 초등학교 강사 등 다양한 삶을 씨줄날줄로 엮어내는 그녀에게서 선한 사람의 향기가 묻어난다.사랑하는 남편의 나라에서 행복하게 사는 게 자신의 꿈이라고 전하는 소박한 노 씨의 소망이 오늘도 현재진행형으로 익어가고 있다.시민기자 최평자